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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정 - 정규 6집 Impromptu
임미정 연주 / 소리의나이테음악(주) / 2025년 11월
평점 :
재즈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게츠(Stan Getz)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There are four qualities essential to a great jazzman. They are
taste, courage, individuality, and irreverence. 위대한 재즈 뮤지션에게 요구되는 네 가지 자질이 있습니다. 취향, 용기, 개성 그리고
불경스러움 (아마 여기서 불경스러움이란 ‘예의 바르게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함)이 그것이죠”.
임미정에겐
과연 이 네 가지 자질 중 몇 가지를 갖췄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오랜만의 신보 Impromptu를
들어본다. 일단 취향과 개성은 확실한 듯 ㅎㅎ
사실
나는 재즈란 음악을 들어도 들어도 몇몇 곡을 빼곤 그리 멜로디가 잘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재즈를 잘 모른다. 그래도 꽤나 자주 듣는 걸 보면 잘 모르면서도 좋아하긴 하나 보다. 하긴 루이 암스트롱도 “재즈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당신은 결코 재즈를
알 수 없을 것”이라 말한 적도 있으니까. 적어도 재즈에
있어서는 모르는 게 큰 부끄러움은 아닐 지도.
공교롭게도
임미정 신보 나오는 게 내가 일적으로 한창 바쁘거나 슬슬 바빠지는 추운 겨울이랑 시기적으로 늘 겹쳐서 사무실에서 일할 때 자주 듣게 된다. 음악을 들을 때 집중하게 만드는 음악들의 미덕도 있겠지만 이런 재즈음악은 (적어도
내겐) 일을 전혀 방해하지 않아 하루 종일 무한 반복으로 듣게 된다.
방해는커녕 무심한 키보드 소리와 커피향, 그리고 서류 넘기는 소리들과 너무 조화롭다.
지난 5집 때도 겨울에 발매되며 Journey for Spring’란 봄
음악(?)이 실려 있었는데 이번에도 ‘Sketches of
Spring’란 봄 관련 곡이 실려 있다. 너무나 감미롭고도 서정적이다. 게다가
바쁜 busy season 끝난 후의 봄이 벌써부터 기다려져서 마치 내게 헌정된 곡 같은 느낌마저 든다.
6번 트랙에는 ‘Portrait of Strayhorn’이란 곡이 실려 있다.

Billy Strayhorn 이란 재즈 피아니스트를 생각하며
만든 곡인가 보다. 아마 임미정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 뮤지션인 듯. 재즈 특유의 약간의 나른함과 왠지 푹신한 소파 같은 편안함이 있어 좋았다. Billy Strayhorn이 살아 있었더라면 (검색해 보니 1919년생이다) 동양의
한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가 만들고 연주한 이 음악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전체적으로 6분에서 9분여에 이르는 비교적 긴 호흡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좋은 음반이다.
이 음반의 타이틀 Impromptu처럼 즉흥적인
연주와 작곡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Keith Jarrett)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결국 자신을
옥죄는 이런저런 제약과 걱정과 핑계들을 모두 잊고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얘기가 아닐는지.
재즈란 음악은 과연 연주자를 위한 음악인가, 아니면
청중을 위한 음악인가에 대한 질문을 들은 트럼펫 연주자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는 “모든 음악은 청자를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청자는 바로
연주자죠”란 근사한 얘기를 했다.
이 음반의 아마도 첫 번째 청자이자 연주자였을 임미정은 즉흥적으로 이 곡들을 만들고
연주할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게다가 서울도 아닌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