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범벅장수 한국의 민화 6
이경애 글, 한병호 그림 / 국민서관 / 199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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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도깨비들의 바보스러움이 이해가 안 될 정도라 그 때까지 재미있게 끌어오던 이야기의 결말이 허술하게까지 느껴졌다.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귀신이면서도 그 능력이 어중간하여 오히려 사람들에게 우롱을 당하고 만다는 우리 나라 민담 속의 도깨비들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호박범벅 장수의 호박 범벅에 맛을 들인 도깨비들은 그것을 먹기 위해 금과 은을 큰 동이에 매일 가득 채워줘 호박범벅장수를 큰 부자로 만들어 주는데 범벅 장수는 더 이상 호박 범벅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해 도깨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든다.도깨비들은 범벅장수의 변심에 부아가 치밀어 올라 범벅 장수의 재산을 도로 빼앗아 올 궁리를 짜 내고 범벅 장수의 집을 찾아가는데.

'이 녀석의 재산을 우리가 모두 끌고 가자구.' 대장 도깨비의 말에 도깨비들은 범벅 장수의 집과 논 둘레에 말뚝을 박고 새끼줄을 쳐 어영차 어영차 힘을 합쳐 밤새도록 끌어 당기고서는 새벽이 되자 한다는 말이 '이만하면 됐어,밤새도록 끌고 왔으니까 찾지 못할 거야.'다.

그러면서 범벅 장수가 다시 가난뱅이가 되었으니 호박범벅을 지고 자기들을 찾아 올 거라며 그 때는 값을 절대로 쳐 주지 말아야 한다며 기뻐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다.도깨비들의 단단한 결심에 범벅장수가 어떻게 혼이 나는지 잔뜩 기대를 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웬걸? 결말이 너무 싱그워 맥이 다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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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의 몸 엄마와 함께 보는 성교육 그림책 3
정지영, 정혜영 글.그림 / 비룡소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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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 전통위에 굳건하게 서 있는 가부장제의 남성 우월주위가 좀처럼 바뀔 조짐이 없는 우리 나라에서 남자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올바르게 지키기 위해 성교육을 시킨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래도 시절이 하 수상하니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남자 아이 셋만을 고스란히 둔 엄마로서 난 남자 아이들의 올바른 성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대부분의 가해자가 남성인 점을 미루어 본다면 아들 둔 엄마들의 올바른 성인식 전환이 급선무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또한 자기 아들들의 삶의 건강하게 이끌 수 있는 힘임을 아들 둔 엄마들은 깨닫길 바란다.

엽기적이란 말이 유행하는 요즘 엽기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암울함에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아이들을 유린하는 참담한 이야기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들쑤셔 놓기 일쑤다. 잘 못 커온 어른들의 파렴치한 성을 언젠가 어른이 될 지금의 아이들이또 다시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부모들이 먼저 나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야 되지 않겠는가?

항상 시대에 뒤쳐지고 안일한 관료주의의 탁상공론만으로 느려터진 정부나 학교만을 목 빠지게 바라보기에는 우리 아이들의 오늘은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도 같다.이제 겨우 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들 교실에서 변태라는 말이 공공연히 튀어나오고 변태라는 말의 뜻을 적나라하게 거침없이 얘기하는 아이들의 입을 보면서 어른들의 상업적인 성이 아이들의 그 밝고 깨끗함을 얼마나 더럽히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숨긴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기에 아이들에게 성이 가지는 참다움을 양성화시켜 줘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야 이미 삐뚤어진 성의 역할이 제 모습을 바르게 찾아갈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자기 몸의 주인은 자기자신임을 깨닫게 해주고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 나가야함을 그 소중함과 고귀함을 아주 쉽게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 알려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몸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은 멋진 일이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랑은 할 수 없는 일이야.>

정말 멋진 표현이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세지다. 또 책을 보고 난 후 아이들과 큰 소리로 '싫어요'하고 외치는 연습을 해 보길 권한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은 꼭꼭 이런 책이나 성교육 비디오를 보여주며 이야기해 줘야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은 아이들의 당당함에 겁먹는 비겁자란 것도. 그래서 너희들이 이렇게 외칠 때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엄마 아빠가 너희들 곁에서 너희들을 지켜 줄 거라는 믿음도 함께 심어주었으면 한다.

이런 개운하지 못한 문제로부터 해방되는 밝고 깨끗한 사회가 빨리 오기를 소원한다.그리고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된 모습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그래서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좋은 세상에서 어른들을 맘껏 믿고 의지하며 뛰어 놀 수 있길 다른 모든 부모들과 함께 소원하며 비룡소의 이 책을 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사서 읽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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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멍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혜리 그림, 허은미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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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와 아이들 전부의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을 만났다. <우리몸의 구멍.> 난 이 책을 통해 우리 몸에 구멍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역할이 판이하게 다른 각각의 구멍들의 중요성도.

구멍을 통해 들여다 보는 우리 몸의 세계가 신선하다.구멍은 우리 몸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켜 주는 통로로 바깥세계의 소리 물체 공기 음식등이 이 구멍들을 통해 들어와 우리 몸의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에 어떻게 소용되고 남게되며 또한 걸러져서 다시 이 구멍들을 통해 외부로 내보내지는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되어 있다.또한 아기가 나오는 아기구멍, 막혀 있는 구멍 배꼽,그리고 말하기가 점잖지 못해 피해갈 것만 같은 오줌구멍 똥구멍까지 아이들과 거침없이 나눌 수 있게 해 줘 우리 몸의 전부를 열어 놓은 느낌이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몸 속의 여러 기관들을 살펴보기 위해 구멍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재치있게 접근해 나가는 방식이 색다르며 딱딱하지 않고 유모러스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또한 큼직큼직하고 시원스런 그림과 간결하면서도 단정적인 글은 구질구질한 설명의 느낌이 없어 깔끔하고 선명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준다.덕분에 아이들과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서로의 콧구멍 눈구멍 귓구멍, 얼굴을 뒤덮고 있는 무수한 땀구멍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찔러보고 관찰하면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찾은 과학의 재미를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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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숨었지 - 보리아기그림책 1
이태수 외 / 보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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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에 아주 일반적인 먹거리인 보리와 벼를 구분하지 못하는 신세대 아줌마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고 본 적이 없고 들은 적이 없다면 이런 결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텃밭을 가꾸러 일부러 멀리까지 가서 아이들에게 자연의 산 공부를 시키는 부모들도 많지만 그런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어려서 부터 좋은 그림책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논이나 밭을 지나게 된다면 아이들도 관심을 가지고 한 번쯤 엄마 아빠에게 '저게 뭐야?'라고 물어보지 않을까.내 생각에 공부는 좀 못해도 주위의 작은 것들에게 눈을 돌릴 줄 아는 아이들이 심성도 따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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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 - 전3권 세밀화 보리 아기 그림책
이태수 외 지음,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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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드는 순간 너무 조그맣고 여린 느낌이라 꼭 갓난 아기를 만지듯 조심스러워진다.책내용을 보니 보리의 달팽이 과학동화,올챙이 과학 동화의 아래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두 세살 정도까지는 보리 아기 그림책으로 세 네살이 되면 올챙이로 여섯 일곱살이 되면 달팽이를 차례대로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거다.

세권 중 첫번째 그림책 <어디 숨었지>는 우리가 먹는 곡식에 대한 이야기, <나도 태워줘>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 <이것 좀 봐>는 들판에 사는 벌레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 내용도 아기들만큼이나 귀엽고 앙증맞다.그리고 굳이 보리에서 세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동식물의 기능이나 이름을 익히는 것보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느낌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것은 아기들이 자라면서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지니게 하고 또 아기들은 이런 따뜻한 그림들을 통해 정서를 순화시키고 자연을 우리의 이웃으로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란다.

내 생각에도 자연을 벗하기 힘든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걱정스러운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내아이 똑똑하게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들지않을까 하는 것이다. 주제 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그냥 그저 느낌으로 아이들과 나누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다정하게 책의 느낌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해 준다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엄마를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이다.그리고 아이들도 많이 행복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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