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를 넘어 - 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이야기
김종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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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넘어
 

이 책  『추사를 넘어』는 추사와 그를 전후로 한 서예가 여섯 명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럼 서예란 무엇일까?

 

서예는 점과 선·획(劃)의 태세(太細)·장단(長短), 필압(筆壓)의 강약(强弱)·경중(輕重), 운필의 지속(遲速)과 먹의 농담(濃淡), 문자 상호간의 비례 균형이 혼연일체가 되어 미묘한 조형미가 이루어진다.

 

서예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먼저 글자를 쓰는 것으로써 서예술이 성립된다. 점과 선의 구성과 비례 균형에 따라 공간미(空間美)가 이루어진다. 필순(筆順),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성된다. 필순에 따른 운필의 강약 등으로 율동미가 전개된다. 자연의 구체적인 사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글자라는 추상적인 것을 소재로 한다. 먹은 옛날부터 오채(五彩)를 겸하였다고 하며 검정색이지만 농담(濃淡)·윤갈(潤渴)·선염(渲染)·비백(飛白) 등이 운필에 따라 여러 색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영묘(妙)한 결과를 낳는다.

 

서예는 고대 중국에서 발달하여 중국문자, 즉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한국·일본·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계승·발달하였다.

 

이 책의 서평을 남기고 있는 순간 추사가 과천에서 한양으로 내왕할 때면 늘  '崇禮門' 현판 석자를 쳐다보며 해 저무는 줄 모르고 감탄한 국보1호 숭례문이 전소되어 기분이 묘하다.

 

이 책은 추사와 그를 전후로 한 서예가 여섯 명(도마(多默 : Thomas) 안중근(安重根), 소전(素筌) 손재형(孫在馨), 검여(劍如) 유희강(熙綱), 소지도인(昭志道人) 강창원(姜昌元), 송천(松泉) 정하건(鄭夏建) )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격이 배어난 혼의 글씨를 가진 안중근은 추사를 극복하려는 예술적 지향은 없었지만, 그는 서예가 남길 수 있는 효용을 모범적으로 보여 준 서예가로 조국의 광복과 자주독립이라는 이상을 서예를 통해 표현하였고 손재형은 우리나라 현대 서예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애 쓰셨으며 아름다운 한글 전예서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유희강은 중품이라는 절망의 순간에도 역경을 이겨내고 왼손으로 글씨를 써 좌수서의 신경지를 개척한 강인한 정신력을 높게 생각한다. 서예와 더불어 즐기며 일평생을 살고 있는 사람인 강창원은 탈속한 도인의 천진난만한 서예 소유자이다. 전통 서예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현역 작가인 정하건은 세속에서 도를 이루려 한다. 때문에 송천은 끝까지 추사를 뛰어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과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서예애호가인 저자는 자신이 평소에 흠모하였던 서예가들의 작품 소개와 설명을 상세히 실어 두어 독자들이 쉽게 서예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서예의 역사와 예술성,감상법 등 서예에 대한 기본적 사항 역시 친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 『추사를 넘어』는 또한 어려운 예술 입문서, 특히 서예 입문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서예 관련 용어설명이나 이론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 초보자의 입장에서 서예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에 주력하며, 서가의 인품과 인격이 느껴지는 작품 해설 등으로 독자들을 서예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의 소장 작품에 얽힌 각종 에피소드 등도 읽는 맛을 더해 주고 있다.

 

저자는 서예를 이해하는 데 조그만 도움이 되었다면 책을 쓴 사람으로서의 일차적 소임을 다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이 책을 접한 나로써도 서예에 대한 기본 소양을 안 것 같아 무척 기쁘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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