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토머스 휴즈 지음, 김정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거나 또는 성취하는 방법을 기술 [技術, technique] 이라고 말한다.


기술 [技術, technique]를 보다 넓은 의미로는 인간의 욕구나 욕망에 적합하도록 주어진 대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인간적 행위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왜 전기는 150볼트가 아니라 110볼트나 220볼트일까? 휴대전화는 왜 갈수록 얇아지고, 카메라의 화소수는 왜 갈수록 높아지는 것일까? 손도끼를 썼던 원시인들에 비해 컴퓨터를 쓰는 인간이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총이 사람을 죽이는가 아니면 총을 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가?


그리고 시계, 자전거, 휴대전화에서 인터넷 그리고 휴머노이드와 사이보그까지 테크놀로지의 창조와 역사가 무척 궁금했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약간은 딱딱할수도 있겠지만 이런 물음에 대답을 줄 것 같았다.

 

『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는 퓰리처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토머스 휴즈 교수가 오른 개척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당대인들이 가진 테크놀로지에 대한 열정, 불안, 소망을 찾아내고 그것을 풍성하게 해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체적으로 테크놀로지를 ‘창조적인 활동’, ‘창조적인 삶을 위한 도구’ 혹은 ‘창조적인 존재 방식 그 자체’로 바라본다. 천재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가 갖가지 기술 도면으로 가득했다는 점, 베네딕트나 시토회 수도사들이 더 고결한 영성을 얻는 데 노동과 기술을 필수적인 것으로 여겼다는 점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옛 사람들의 통합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미국에서 테크놀로지란 애초부터 강한 종교적 맥락 속에서 규정되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이주자들은 그곳을 ‘신세계(New World)’라고 불렀고 신의 뜻으로서의 자연 지배와 에덴의 회복이라는 열망을 불태웠으며 산업혁명 시기부터 2차대전 무렵까지 테크놀로지는 ‘기계’ 그 자체로 간주되었다. 시간이 흘러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 공장은 테크놀로지가 곧 ‘시스템’이자 ‘통제’임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편 테크놀로지를 바라보는 관점은 ‘정보이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정보가 곧 테크놀로지임을 알아차린 애플, IBM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정보로서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찬반논쟁도 여전히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가상공간으로 대표되는 신세계를 축하하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 세계의 인간을 단순화하고 길들이는 ‘닫힌 세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역시 저자가 심도 있게 전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이 책이 단순히 테크놀로지에 대한 딱딱한 사상사로 머물지 않는 것은 저자가 가진 문화(문학, 건축, 미술,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해박함 때문이다. 저자는 개척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문화 속에서 당대인들이 가진 테크놀로지에 대한 열정, 불안, 소망을 찾아내고 그것을 풍성하게 해석했다.

 

이 책은 테크놀로지가 인간적 가치의 표현이라는 사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지침서이자 현대 테크놀로지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정의한 첫 장에서 에세이 형식의 놀라운 서지정보를 담은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우리 시대의 핵심문제인 ‘과학과 문명과 문화의 상호관계’에 대한 진지하고도 충실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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