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톨츠 대산세계문학총서 124
파울 니종 지음, 황승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니종은 이름만 몇 번 들어본 작가.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나오자마자 보관함에 넣어두었으나 이름이 워낙 비까번쩍해서 감히 주문해 읽어볼 생각을 못하다가 2017년 1월, 이제야 읽은 바, 2014년 7월에 나온 책이 아직도 초판 1쇄다. 첫째는 문지가 문지답게 독자들이 읽건 말건 도대체 광고나 이벤트 같은 걸 멀리하는 저 구름 위의 출판사인 것이 이유일 거고, 둘째가 니종 역시 니종이라서 니종의 작품 중에선 그나마 읽기 쉬운 축에 든다고 해도 도무지 이걸 읽고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하여간 어떤 종류의 찬사를 가져다 붙이는 인종들이 거의 없어서일 텐데, 사실 문지가 잘난 척하는 거 밥맛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3년 반 동안 아직도 초판 1쇄가 팔리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간한 독자들이라도 찾지 않을 줄 번히 알면서 실험적인 대산 시리즈로 계속 작품을 찍어내는 건, 솔직히 다른 출판사들도 본을 받아야 하며, 독자 역시 좀 사서 읽어줘야 우리나라 번역문학의 수준이 올라갈 거라는 덴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슨 책인데 이리 설레발을 늘어놓느냐, 라고 궁금해 하지 마시라. 할 얘긴 벌써 다 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써 놓은 책이다. 근데 이 <슈톨츠>가 니종이 1인칭시점이 아닌 3인칭시점으로 쓴 유일한 소설작품이란다. 책 뒤에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작품의 주인공 이반 슈톨츠가 거의, 그러니까 전부 다는 아니고 거의 작가 파울 니종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베낀 거더구먼.
 주인공 이름이 책 제목이다. 이건 낯설지 않다. 슈톨츠라는 스물다섯 살 먹은 스윗쩌란트 젊은이가 있었는데 김나지움을 졸업하자 홀어머니가 자신을 더 이상 지원해줄 수 없음을 당연하게 알아듣고 즉각 독립을 해 대학을 가는 대신 노가다 반년을 뛰더니 번 돈을 갖고 이탈리아 반도 장화 코 부분에 해당하는 부둣가 도시 칼라브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기골이 당당하고 근육에 지방질이 풍부하게 붙은 이탈리아 여인네한테 동정을 뗀 슈톨츠. 아줌마한테 위협을 느꼈는지 곧바로 나폴리로 행선지를 바꿔 거기서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머물다가 다시 스위스로 돌아온다. 어느 회사 도서관의 임시직 사서로 취직한 슈톨츠가 여러 명의 아가씨들과의 연애를 경험하다가, 기회가 생겨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해 낮엔 학교에 다니고 밤엔 야간 우체국에서 일을 하던 중, 남부 독일의 목사 따님과 엮여 결혼을 한 다. 고흐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남부독일의 숲가에 있는 외딴 농가에서 고흐를 연구한다는 핑계로 아내와 갓난 아들은 처가에 보내놓고 자기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세월 죽이는 이야기. 이게 전부다. 정말이다. 아니, 아직 덜 얘기한 것이 좀 있긴 하다.
 전혀 이야기 감이 되지 못하는 것들을 모아, 주제theme가 만일 있다면 주제와 가까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주제란 것도 그리 확실하지 않고 그냥 주인공 이반 슈톨츠가 아무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한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건조하게 바라보는 것이 다다. 당연히 은유, 직유 같은 수사법도 없고, 형용사도 별로 나오지 않고, 문장을 윤택하게 꾸미려는 시도도 별로 보이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현대성을 확보했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거의 완벽하게 외딴 농가에서 보낸 겨울 이야기가 책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그 중의 약 30%는 빈센트와 동생 테오도르(테오) 반 고흐 사이의 편지를 비롯한 주로 초기 그림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나, 그래서 뭐 어쨌다고. 대강 그림은 그려지실 것으로 믿는다.
 난 지독하게 평범한 독자 가운데 한 명. 그리하여 이 얇은 책 <슈톨츠>를 읽으며 조금도 감명을 받지도 않았고, 전혀 재미있게 읽지도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읽어볼 만하다는 것이 정직한 내 의견이다. 살면서 언제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만 읽을 수는 없는 거 아냐? 한 번 쯤은 나하고 지독하게 맞지 않지만 읽은 다음에, 흠, 이런 것도 그럴듯한 소설이 될 수 있구나, 싶은 책도 일 년에 한 권쯤은 읽어야지. 많이는 말고. 안 그랴?
 오늘의 독후감에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작가 니종과 슈톨츠의 차이점에 관해선 써놓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으시겠지만 혹시 호기심 동하시는 인구, 아니 실례, 독자의 0.1%에 해당하시는 분들에게 행여 실례라도 할까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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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8-01-2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거 사두기만 하고 아직 안 본 책인데, 언젠가는 읽겠죠- ㅎㅎ

Falstaff 2018-01-24 10:14   좋아요 0 | URL
^^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