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수학 오디세이 5
에드윈 A. 애벗 지음, 신경희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서 주인공 얌보가 어린 시절에 감명을 받아 이후 기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그리고 전혀 몰랐던 작품인데 예상 외로 찬사를 누리고 있는 작품인 것을 알게 되어 읽어보기로 결심한 책.
 모든 건 포인트, 점에서 시작한다. 에벗은 작 중에 구球ball의 입을 통해 점을 “하찮은 산물이고 차원을 갖지 못하지만 …… 우리와 같이 실제로 존재”하며, “점 하나가 자신의 세계이고 우주”라고 정의하면서도 자신이 하나이며 모두인, 오직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자기만족일 뿐이라 하는데, 에드윈 애벗이 언제 적 사람인가 하면, 1838년에 나서 1926년에 졸한 사람으로 이 책을 1884년에 썼으니 이 정도는 이해해주고 넘어가기로 한다.
 점이 무수하게, 말 그대로 무한대만큼 똑바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이 선. 무한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수자를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걸 N이라고 하자. 그런데 엉뚱한 한 숫자가 있어서 우리는 그걸 n이라고 부르는 것이 툭 튀어나왔다. 허, 알고 보니까 이 n이란 놈이 N보다 더 큰 수 아냐? 이때 n 정도의 숫자를 무한대라고 하는 거다. 이게 현대 해석학에서 무한의 의미. 사실은 n보다 1/n, 한 점에서 사방 1/n 거리 안에 있는 근방boundary 안에 들어오면 그것들은 “같다”라고 하는 걸 설명할 때 더 자주 쓰인다. 왜 그거 아시려나? 1이 크겠습니까, 아니면 0.99999……가 크겠습니까. 답은, 맞습니다. 언젠가는 두 수의 차이가 1/n 안에 들어올 테니, 그건 같은 숫자입니다. 이래서 화살은 과녁에 꽂히는 겁니다.
 하여간 그렇게 점들이 늘어서서 이제 1차원, 즉 선이 생겼다. 선의 나라 라인랜드에 가보니 한 가운데에 왕이 양쪽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제국을 통치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좌우, 책에선 남북 쪽으로 아무리 많은 백성들이 늘어서 있다고 해도, 왕이 볼 수 있는 유이한 백성은 자기하고 가장 가까운 남쪽과 북쪽의 백성 두 명밖에 없다. 그렇잖아? 점들이 죽 늘어서 있는 것이 선이니까 왕이 볼 수 있는 건 그저 왼쪽 오른쪽의 점 하나밖에 더 있겠어?
 이렇게 생긴 직선을, 1차원인 라인랜드의 왕에겐 무도한 반역적 의사표시일지언정 옆으로 좌악 밀어버리면 직선이 지나온 자국이 생기는데 그게 바로 사각형. 맞지? 이제 면적이 생긴 거고, 그 면적의 넓이를 알기 위해서는 가로 길이에 세로 길이(라인랜드의 왕과 백성들은 죽어도 알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세로”)를 곱해주거나, 라이프니츠가 발명을 해주었으니 함수를 적분하면 간단하게 구할 수 있다. 이제 면의 세계가 도래하여 이름을 플랫랜드flatland라고 칭하면 이 책의 원래 제목 <Flatland - A Romance of Many Dimensions> 평면나라-다양한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2차원 세계만 해도 구성원이 매우 많은 각을 가진 다각형인데 얼마나 다각형이냐 하면 거의 원에 가까운 성직자, 오각형 이상 N각형 미만의 톱클래스 귀족과 학자 변호사 등 지식인 계급인 사각형, 상인 및 부르주아의 정삼각형, 군인, 일반백성의 이등변 삼각형, 최하위 매우 뾰족해서 접근하면 곧바로 찔려 죽을 수도 있는 특별한 도형, 자세하게 보면 일종의 평행사변형이지만 하여튼 바늘처럼 무지하게 뾰족한 침을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매우 엄격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삼각형이건, 사각형이건 N각형이건, 하다못해 무한대 n각형, 즉 원이건 간에 보는 사람은 그걸 직선으로만 인식한다는 점. 동그라미 그려놓고 눈을 종이와 같은 높이로 해보셔. 원도 직선처럼 보이겠지? (그럼 어떤 모순이 나오나 하면, 2차원에서 서로를 인식하는데 모든 것이 직선이라고 보이는 건 뭔가가 위도 도톰하니 솟아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높이, 즉 3차원의 도형이 필요하다는 거. 물론 앞에서 말했던 1차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에 관해서는 그냥 넘어가자.) 그래도 2차원엔 선과 달리 움직일 수 있는 평면 공간이 있어서 서로 옮겨가며 서로를 만져가며 이게 몇 각형인지 구분할 수도 있고, 거리감으로도 대강 알 수 있단다. 물론 거리감, 즉 시각으로 정확하게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1차원 라인랜드에선 아무도 자신들의 2차원 세계에서 한 차원을 더 늘여 공간을 만들려고 생각하지 못한다. 당연하지. 점과 선의 나라에서도 아무도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하다못해 3차원의 세계에서도 이 책이 나오고 21년 후인 1905년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 이전엔 마찬가지였으니. 이렇게 생각하시지? 천만의 말씀. 그건 일반인들이 그렇게 짐작하고 있는 것이고 사실은 차원의 초월은 대수학algebra代數學에서 먼저 출현한다. 대수학에선 4차원도 아닌 n차원까지, 당연히 수학적 이론으로 가능이 아닌 “확정”을 하고 있었다. 책에서도 “정확하게 유추법에 들어맞는다.” (171쪽)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2차원 세계에서 사각형 학자 앞에 크기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원 하나가 등장해, 자신이 3차원 세계에서 왔다고, 당신의 모습 사각형을 동서남북이 아닌 위로 확장할 수 있으며 그러면 부피를 갖는 육면체가 된다고 설득한다. 세상에, 2차원 세상에서 충분하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던 사각형은 완전 딜레마에 빠져버린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거다. 어떻게 ‘위’로 자신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 이 시점이 1999년의 마지막 날. 사실은 천 년에 한 번씩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틈을 타고 공 하나가 플랫랜드에 들어온 것이다. 설득과 설명을 하다하다 진이 빠진 공이 엇다 모르겠다, 사각형을 데리고 3차원 스페이스 랜드로 빠져나와보니, 자신의 집에 있는 모든 다각형과 집의 구조, 돈과 영수증이 있는 금고 안까지 훤하게 보이는 거 아닌가. 그리하여 드디어 3차원에 대하여 이해를 하게 되고, 워낙 머리가 좋은 사각형은 여기서 n차원 세계까지 유추하고 만다. 공한테 하는 질문. 4차원에 가면 당신 내장도 다 보이는 거예요? 3차원에 와보니 2차원 다각형들의 몸속까지 훤히 보이니까 분명 4차원에 가면 3차원 생물들, 부피를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속까지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이어서 5차원, 6차원 이런 것들까지. 사실 공의 부피를 알려면 방법이 아주 까다롭기는 하지만 원의 방정식을 두 번 적분하면 구할 수 있고, 이젠 방법이 아무리 까다로워도 아 컴퓨터가 있잖아, 그냥 식만 구해서 입력하면 금방 나온다(아마 엑셀에선 안 될 걸?). 그렇다고 내가 4차원으로 가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미적분 이야기하니까 조금 수학 같아?
 천만의 말씀.
 난 이 소설을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읽었다. 이 작품을 보고 수학의 차원에 대하여 뭔가 배우려 하면 오산. 더 이상 새로운 티칭teaching으로는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를 위하여 무수한 대중을 희생시키는 당대 제국주의로의 대영제국을 확 비튼 비평적 소설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상당히 유명한 책이다. 이름값만 믿고 한 번쯤 읽어봐도 무방한데, 수학에 관심 없으신 분들은 동네 도서관으로 가실 것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