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텍 열림원 이삭줍기 10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된 책이다. 작가 백퍼드가 1760년 생. 19세기도 아니고, (발음조심!) 18세기 사람으로 그가 스물일곱 살 때 엉뚱하게도 프랑스어로 발표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18세기나 21세기나 사기꾼은 틀림없이 있는 것이라서 새뮤얼 헨리Samuel Henry라는 작자가 백퍼드의 감독 아래 영어로 번역하며 자세한 주석까지 달았건만, 하이고 정작 1786년에 영국에서 영어번역본을 출판할 때는 저자의 허락 없이, 누구의 창작물이 아니라 아랍 책을 번역한 것처럼 사기를 쳤단다(책 뒤 <작품해설> 참조). 백퍼드는 (지금 시절이면 청소년 나이지만) 청년 시절에 페르시아에서 잠깐 산 적이 있어서 특히 아랍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았다고 하는데, 18세기 초 영국에선 리차드 버튼Richard Burton(글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두 번 결혼했던 영국 배우하고 이름이 같지 뭐야)이 <천일야화>를 번역 출판하고, 버튼보다 조금 이르게 프랑스에서도 역시 앙투안 갈랑이 같은 책을 번역 출판해서, 소위 오리엔탈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다.
 난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를 읽어봤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다섯 권짜리. 어려서 대충 야화의 단편을 요약한 것들 또는 만화 또는 만화영화로 봤던 것인데 전편이 궁금해서 읽어봤더니(솔직히 말해버려? 좋다!), 괜히 읽었다. <천일야화>를 재미나게 읽기에는 이미 나이가 너무 들어 상상력이 무뎌졌거나, 이젠 셰헤라자데의 노가리 정도 가지고는 흥미를 자아낼 시대가 아니기 때문일 거다. 또 모르지. 리차드 버튼의 <천일야화>는 또 달랐을지. 하여간 그랬다. 그렇다고 버튼 버전으로 다시 읽어볼 정성 같은 건 없다.
 왜 얘기하다가 갑자기 <천일야화>를 들먹거리느냐하면, 이 책 <바텍>이 <천일야화>의 한 에피소드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거 같지 않아서다. 선한 이슬람 사람이 배화교도의 유혹에 넘어가 갖은 고생하다가 지옥 불 앞에서 간신히 구조받는 이야기.
 오늘 독후감, 끝.
 왜냐하면, <천일야화>를 괜히 읽었다고 했고, <바텍>이 괜히 읽은 <천일야화>의 한 에피소드 같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했으니, 결론은? 맞습니다. <바텍>도 괜히 읽었습니다. 그냥 이야기책입니다. 우, 씨. 중고책도 아니고 2003년에 나온 구간을 정가 다 줘가며 샀는데!


 * 근데 이거 왜 산 거야? 예전부터 구입 예정 목록의 상당히 앞자리에 있었던데. 잠깐 미쳤었나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