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엘벡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셸 우엘벡의 첫번째 장편소설. 이 책을 발간한 때가 그의 나이 36세. 소설가로 한창 무르익을 무렵. 그러나 그는 (내)예상과는 달리 시를 써서 문단에 데뷔를 하고 이미 두권의 시집을 상재한 다음이었다고, 작가 소개에 나와있다. 소설 데뷔작을 그의 작품으로는 네번째로 읽었다. <소립자>와 <지도와 영토>를 읽은 다음에, 글쎄, 그 다음이라면 어떤 우엘벡을 읽어도 만족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게다가 출판사 열린책들은 이 책을 품절상태로 내버려두고 있고, 중고책 가게에서도 그리 흔하게 구경하는 편은 아니다. 누가 먼저 읽어봤다면 틀림없이, 굳이 찾아가면서까지 읽을 필요가 있겠어? 하고 반문했을 듯. 그래서 그야말로 굳이 찾아 눈에 띄자마자 사 읽지는 않았을 듯.

 품절 상품이라니까 까놓고 얘기하는데, 여기서 우엘벡이 말하는 "투쟁영역"이 뭔가하면, 자연상태, 만인이 만인에 대한 이리(狼: Wolf)상태를 언급하는 거 같다. 먹이와 섹스를 놓고 유일한 강한 수컷만이 둘 다 취할 수 있는 와일들링 필드. 인간세계로 치면, 힘이 있거나 돈 많은 놈들이 다수의 여성을 취하는 반면, 학력도 후지고, 돈도 없고 생기기도 별 볼 일 없는 찌질한 수컷은 몇 년에 한 번 연애를 할까말까한 경우, 그걸 투쟁영역이라고 결론짓고, 보다 구체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섹스를 투쟁영역이라고 분명한 단어로 말한다.

 집 밖, 내가 밥 빌어먹고 사는 직장의 정문 한 발자국 바깥부터 시작하는 정글 상태. 오직 경제논리에 의하여 재화와 섹스가 결정되는, 뭐 별로 새로울 거 없는 이야기. 그리하여 책은 두 명의 찌질한 인간이 등장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바, 둘 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전문 엔지니어지만 하나는 애인과 헤어진 2년 전 이후 한 번의 연애도, 시시한 섹스도 하지 못했으며, 직장에선 자기보다 어린 상사로부터 은근한 해고 위협을 눈치채는 인간이고, 다는 하나는 유대인을 부모로 둔 건 이젠 아무 까탈이 아닌 세상을 만났으나 결정적으로 너어어무 못생긴 외모로 인해 전문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낼 모래 서른의 나이에 육박하는데 아직도 총각 딱지를 떼지 못한, 그러나 여태까지 살아온 생애가 억울해서 기어이 딱지를 떼보려 여기저기 쉼없이 껄떡대지만 그때마다 딱지를 맞는 한심한 인간이다.

 다시 말씀드리는데, 별 볼 일 없는 작품. 절판 상태가 해소되면 틀림없이 출판사 열린책들이 열라 광고를 해댈 것이다. 유혹에 넘어가건 아니건 그건 당신 마음. 그러나 내 의견을 보태자면, 세상엔 이거 말고도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는 거. 그럼에야 굳이 나처럼 찾아서 읽을 필요는 더구나 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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