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를 입은 비너스 펭귄클래식 61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내 취향 아님. 사드 남작이 쓴 <미덕의 불운>을 읽었을 때의 불쾌감하고 거의 완전히 반대방향에 자리잡은 불쾌감. 에잇. 언젠가 한 번 인용한 거 같은데, 맞다, 플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국일미디어 판의 독후감이었다, 김정은과 임원희 주연의 <재밌는 영화>에서 와타나베 형사로 분장한 김응수가 김정은과 호텔에 들어 하신다는 말씀이, "자기 나 좀 더 때려줘, 아 좋아, 더 때려줘!" 배꼽을 잡은 적이 있다. 바로 이 현상의 원조가 기어이 책을 다 읽고 책 뒷장에 써놓은 걸 읽고서야 알았는데 바로 이 책의 작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라는 인간이란다. "사도마조히즘의 성적 강박"을 보고서야, 아하, 마조히즘,할 때 마조흐가 이 책의 저자 자허-마조흐라는 거구나! 이런 형광등. 그걸 이제 알았다니. 그러니 당연히 사드의 정 반대편에 딱 그만큼의 불쾌감을 느낀 것이지.

 어제 읽은 소위 여성문학, 그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은 혹시 모르겠다. 이 책 읽으며 통쾌감을 만끽하실 수 있을지. 주로 담비 가죽을 대표로 하는 최고급 모피를 입은 비너스. 남국의 따뜻한 기후 속에서 사랑과 섹스와 질투와 장난을 무차별적으로 해대던 여신 비너스가 추운 나라 독일로 왔으니 여신은 모피를 입을 수밖에. 비너스를 찬미하여 찬 대리석 석상의 발가락에 입맞춤하면서 성장한 제베린은 모피를 입은 비너스와 딱 비슷하게 생긴 스물 네살의 어마어마한 부자 과부한테 홀딱 빠져, 그이의 남편이 되길 요구하지만 뺀찌. 그러자 기어이 젊은 부자 과부 반다의 노예가 되길 희망하여, 드디어 나온다, 자기 나 좀 더 때려줘, 아 좋아, 더 때려줘! 연발탄.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학대하고 다른 남자새끼와 깊은 관계를 맺어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아픔/고통을 당하면 당할수록 더욱 여인을 사랑하는 완벽한 변태. 아참, 변태성욕을 가진 사람도 '성소수자'에 포함시키는 건가?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다. 아시는 분 있으면 진정 답글 바람. 난 변태성욕을 가졌건 말았건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 남한테 원하지 않는 고통을 주지 않는 한, 그분들이 서로 고통을 주고 받으며 아 좋아, 하건 말건 그건 내 일이 아니다. 알아서 즐기시면 될 일. 나하고 다른 것일 뿐.

 근데 자허-마조흐Sacher-Masoch 이 양반이 19세기 초반 1836년 태생이라 당시 분위기 상 노골적인 변태성욕을 설파하진 못했을 터. 그리하여 불행하게도 사드 남작만큼 용감한 초지일관으로 밀어부치지 못하고 반다Wanda 여사께서 제베린에게 모진 고통을 통해 노예가 되고싶어 하는 버르장머리를 고치게 했다는 결론으로 가는 건, 비록 내가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경멸하지만, 참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뭐 세상이 그랬으니.

 결론. 이 책 읽고 좋다하시는 분 수없이 많다. 근데 난 추천 않는다. 읽고 싶은 분은 내가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찾아 읽으실 것이니 이 정도면 뭐,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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