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랜포드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4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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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크래그헌 개스켈. 이이의 작품 <남과 북>을 읽고 난 그냥 홀딱 빠져버렸다. 권위를 보전하기 위해 철권을 휘두르면서도 엄중한 도덕률을 강요한 우중충했던 빅토리아 시대. 핍박받고 착취당하던 시민들이 생존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파업을 벌이던 당시, 부르주아의 각성을 완곡하게 요구하던 <남과 북>의 마거릿 헤일. 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최고 작가의 반열에 엘리자베스 크래그헌 개스켈을, 찰스 디킨스와 함께 올려놓았다.

 <남과 북>에 마거릿 헤일이 있었다면 그것보다 2년 앞서 쓴 중편소설 <크랜포드>에선 매리 스미스가 있더라. 크랜포드란 시골 동네 이름으로 전에 주인공 매기 스미스가 살았던 동네. 매기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대처에 나가 살지만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먼 친척이면서 소설의 척추를 이루는 젠킨스 일가의 집에 수시로 머물며 크랜포드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무척이나 따뜻한 시선의 일인칭 화법으로 적고 있다. 작품은 읽기 편하게 모두 16개의 옵니버스 식 단편斷片, 혹은 단편短篇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군다나 작가의 솜씨인지 역자의 솜씨인지 아니면 두 사람 다의 공헌인지는 모르지만 쉬운 문장으로 술술 읽히는 미덕까지 겸비했다. 그리하여 마음 먹으면 휴일 아침에 집어들어 아침 거르고, 점심 거르고 드디어 끝까지 다 읽은 다음, 딸아 배고픈데 자장면 시켜먹자, 할 정도는 된다. 그러나 댁의 따님은 분명히 이렇게 대답할 걸? "아버님, 오늘은 휴일이라서 짜장면 주문하면 두 시간 있다 옵니다. 걍 라면이나 손수 끓여 드시옵소서."

 무슨 말이냐 하면, 한 번 손에 잡았다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배고픈 줄도 모른다는 말씀. 왜? 재미있으니까. 재미도 그냥 재미가 아니다. 소설책 그리 많이 읽어봐도 제일 재미난 건, 어떻게 그리 TV 연속극하고 비슷한지, 적당한 신파가 가미된 해피엔드 소설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게다가 열 여섯편 거의 모두 눈물선을 적당하게 자극하고 있음에야 뭔 말이 필요할까. 아 썅, 270쪽에 불과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세번이나 눈물을 짰지 뭐야, 쪽팔리게.

 <남과 북>이 그렇듯이 이 소설에서도 지독한 악당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고집이 느므느므 완고하고 뼈 속까지 귀족의식, 염병할 선민의식을 말하는데, 그런 재수없는 사고방식 속에서 스스로 질식사해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떻게보면 좀 억지인 듯도 하달 수 있으나, 결국 고집을 굽히게 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마지막에 이르니 악당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터.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타임 킬링용으로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선택. 심지어 청소년 권장도서에 이거 들어가도 아주 좋을 듯.

 그래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 개스켈의 <남과 북>은 한 번 읽어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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