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룬과 이야기 바다 문학동네 청소년 14
살만 루시디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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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의 책은 <한밤의 아이들>과 <악마의 시> 두 편을 읽었을 뿐이다. <한밤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고, <악마의 시>는 막 읽고나선 뭐 별로, 이렇게 생각이 들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꾸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당시 <악마의 시>는 읽자마자 독후감을 써놔서 아마 그리 좋다는 얘긴 하지 않았을 거 같다. (확인 중....20분 흐름) 내 말 맞다. 그랬다(아직도 <악마의 시>를 그렇게 걸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독후감 쓴 때만큼 후진 작품으로도 여기진 않는다. 그냥 읽어보실 분은 읽어보고 아닌 분은 아니고, 그러나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수준으로). 하여간 문제적 작품 <악마..>를 실제로 읽는 수고는 하지 않고 아래것들이 결재올린 보고서에 훑어보고나서 완벽한 신성모독이라 결정을 내린 당시 이란 회교 민주주의 공화국의 정교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 선생 왈, "세상의 모든 형제들이여, 지독한 신성모독을 저지를 루슈디를 처단하라고 명하니 이는 신의 뜻을 내 입으로 전하는 것이노라". 이후 9년 동안 세상의 모처에 틀어박혀 살던 중 아이를 위한 동화 비슷한 우화소설을 하나 썼으니 오늘 얘기하는 <하룬과 이야기 바다>.

 당연히 하룬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험담. 그의 아버지 라시드 칼리파는 알파벳 도시의 독보적인 이야기꾼. 근데 어느날 당대 최고의 설레발장이 라시드의 입이 꽉 다물리고 만다. 얘기할 거리가 몽땅 떨어졌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것.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얘기를 들려줘 댓가로 먹고 사는 인간인데, 이야기거리조차 말라버려 더 이상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거. 아, 이쯤이면 눈치를 채야하지 않겠는가 말씀이야. 라시드는 작가 루슈디 스스로를 조금쯤 일컫는구나.

 그럴 수 있는데 라시드의 말문을 꽉 다물게 한 인간이 바로 친아들 하룬이라는 사실. 어느날 하룬의 어머니 소라야 여사께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이웃집 놈팽이 생굽타 선생하고 눈이 맞아 남편, 아들을 버리고 내빼버린 겁니다. 생굽타는 '허풍대왕'이라는 별호를 즐기고 있던 하룬의 아버지 라시드 알기를 맨날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맨날 해봐야 그게 무슨 소용인데?'라고 우습게 알고 있었는데, 그 별볼 일 없는 작자가 다른 여자도 아니고 엄마를 데리고 날라버린 것이 거 참 묘해서 아버지한테 정말로 이렇게 물어봤던 거.

 "아버님. 사실도 아닌 얘기를 맨날 떠들고 다니는데 그게 국민생활에 무슨 도움을 주겠나이까. 세 가지만 알려주시면 황감하겠나이다."

 라시드, 이제 세상에 하나 남은 아들 하룬으로부터 이따위 얘길 듣고 입이 꽉 닫혀버린 거다.

 그 후 라시드 선생이 떠벌리고 다니는 이야기의 원천 '이야기 바다'를 향하는 버스를 우연히 얻어타게 되고 그리하여 드디어 이야기 바다에서 '이야기' 폐색증에 걸릴 위험천만의 상황에 맞게 되는데, 동화의 형식을 띠고 있음을 감안하면 당연히 해피 엔드로 끝나야 하는데 말씀이야.

 (모험의 내용은 함구! 한 번 얘기하면 끝장을 봐야할 거 같다)

 완전 살만 루슈디라는 이름 하나 보고 읽은 책. 원래 내가 동화책도 즐겨 읽기는 한다. 근데 다 읽고 잠깐 생각해보니(내 인생에 곰곰히 생각했다고 말하고 썼던 건 전부 구라다. 겪어보니 곰곰히 생각해보나, 밤새워 고민해보나, 잠깐 생각해보나 결론은 다 비슷했다. 오히려 잠깐 생각해보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동화라고 하기엔 좀 무겁고, 소설이라고 하긴 숨어있는 내용이 문제고, 하다가, 에라, 소설이라고 하자,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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