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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집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 민음사 왜 이래. 판형이 세계문학전집하고 같은데 양장본이다. 이거 문학과지성, 창비 등에서 찍으면 얄짤없이 한 권 분량이다. 2011년의 민음사. 자세히 모르겠지만 한 시절, 우리나라 문화 출판 업계의 불황에 대하여 뭐라고 신문, 방송, 인터넷에 나왔느냐 하면, 세상에, 민음사도 적자 났댜, 이랬다. 그 시절인가? 아니면 적자 나기 바로 전 시절인가? 좋은 책만 열심히 골라 출간하느라 몰랐다가 어느 날 문득 들여다 보니 경영상 적자가 날 거 같아 책에 글자 적게 들어가라고 폭을 좁게 만들면서, 여성 독자들 손에 쏙 들어가게 만들어 휴대성에 편리를 주었다고 광고하고, 글자 수 넉넉하게 만들어 한 권이면 충분할 것을 조금 비싼 양장본 두 권짜리로 만들었나? 좋다. 여기까지 봐준다. 사흘 굶어서 담 안 넘는 인간 없다니까. 그.런.데. 양보해 생각하더라도, 당시에 유행처럼 번지던 소위 "인력구조조정"을 심각하게 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경영상 적자가 날똥말똥 하니, 언제나 심각하기 마련인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돈 많이 받는 고참 직원들 싹 내보내고 젊은 피 수혈해 조직의 참신성과 진취성을 확보하고, 대신 반대급부로 독자들이 별로 지적하지 않을 만큼의 오탈자를 발생시키기로 했나? 뭐 좋아. 책 한 권 읽으면서 오탈자 하나 나오는 거 가지고 읽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데도 시비 걸만큼 쪼잔하진 않다. 다만, 민음사. 그래도 대한민국의 메이저 레이블이고 고 박맹호 선생의 유지를 받아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고 백성의 소리를 올곧게 듣겠노라"했으면 흉내라도 내야지, ① 한 권이면 충분할 것을 두 권의 양장본으로 만들면서, ② 역자 이난아가 하필이면 오진 숙취에 시달릴 때만 퇴고 작업을 한 것이 틀림 없으며, ③ 실력있는 교정 교열 전문가 다 내쫓고 전문교육 제대로 받기는 했지만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시쳇말로 신삥 교정 교열 담당자에게 작업을 맡겼으며, ④ 그것도 좋은데 책 만들면서 마지막으로 오케이 사인 하는 작자 누구야, 그 회사 관리자 역시 희망퇴직 권유를 받아 다른 출판사 자리 알아보느라 그랬는지 어땠는지 그냥 팍팍 도장 찍어준 거 아냐? 크게 양보해서 어쩌다 그럴 수 있다고 감안해도 ⑤ 책 나온 다음에 역자를 포함해 책 만드는데 관계한 인간들은 이 책을 '독자의 눈'으로는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아니했으니 중쇄를 찍어도, 3쇄를 찍어도(내 책이 초판 3쇄니까) 여전히 오탈자가 기어 나오는 거 아니냔 말이지. ⑥ 역자 이난아도 참 그런 것이 적어도 자기 이름 달고 책 내놓는데 뭐 초판 1쇄 찍을 때까지는 소주 세병 마신 다음 날에만 우연히 퇴고를 했다고 해도, 책 나온 다음엔 일 끝났으니까 자기 이름의 책, 어떻게 나왔는지 정말 다신 안 읽어보는 거야? 나 같으면 쪽팔릴까 겁나서라도 내 책 읽어보고 또 읽어보겠다. 왜 이딴 식으로 책 만들었을까? 우리나라에 터키 어 전공한 인간들 별로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어깨에 후까시 팍 들어갔나? 여보 이난아 선생. 정신차려. 당신 경쟁자 나오면 난 다시는 당신이 번역한 책 안 읽을 거고,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어. 후배들 무서운 줄 알아야지. 근데 뭣보다 중요한 것이 역시 실력있는 교정 교열 담당자. 왜냐하면 이 책의 역자 이난아 처럼 자기가 알고 있는 단어가 틀린 말인줄 모르고 아까 썼던 오자 이번에 또 쓰고 다음에도 또 쓸 경우, 그것이 내가 쓰는 버전 한글 2010의 필터에도 걸리지 않을 때가 무척 많은데 이런 때는 작가가 열라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도 결코 그걸 고쳐낼 수 없을 테니. 물론 이 책이 다른 출판사 '열린책들'의 기념비적인 양심불량적 (책도 아니고) 지랄발광의 찌라시 인쇄물 <서부전선 이상없다>에 비하면 아주 출중하지만 그런 책에 비하자니 내가 그동안 민음사에 쏟아부은 돈이 너무 아까워 그런가, 그딴 저질 출판물하고는 비교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애하는 민음사 관계자 여러분께서 심각하게 알아두실 건, 책 좀 읽는다 하는 인간들이 (자주는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이런 저런 얘기할 기회가 생길 때, 민음사의 교정 교열 실력을 일컬어 '수준 이하'라고 조잘댄다는 거.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이 재미난 책 <고요한 집>에 관해서 더 이상 얘기하기도 싫어진다. 기본이 되지 않은 '책'을 읽고 감상이 이러니저러니 할 맛이 나겠는가 말이다. 하여간 작품 <고요한 집>에 관해서는 글피 쯤에 독후감 쓸 파묵의 <하얀 성>에 잠깐 비출 예정이니 참고하시압.
* 이 책의 실제 교정 교열 수준에 비해 비난이 과했을 수 있습니다. 책의 수준은 같은 출판사에서 찍은 이탈로 칼비노 전집 가운데 <힘겨운 사랑>에 비하면 하느님이긴 하지요. 책을 읽으며, 읽는데 크게 불편을 주지 않는 수준의 오탈자, 그래서 독자가 항의하기엔 어딘지 좀 야박해 보일 책들이 많아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지내다가, 딱 걸린 경우일 뿐입니다. 실제로 읽기에 그렇게 후진 책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