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타우크 - 막스 프리쉬 소설 서양문학의 향기 8
막스 프리쉬 지음, 이정린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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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태생의 독일어 작가 막스 프리쉬. 이름도 처음 들었지만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란다. 특히 귄터 그라스, 하인리히 뵐, 잉에보르크 바흐만 등의 47그룹 멤버들과 특별한 교류를 가졌던 인물이라고. 정말로 책 속에 47그룹 멤버들의 실명이 쏟아져나온다. 프리쉬가 늙어서 그런지 한때 자신과 짙은 사랑을 만들어가던 고故 잉에보르크 바흐만과의 연애와 동거 같은 것들도, 그리고 결혼이란 계약관계에 있지 않으면 특히 더 심하게 과장되는 행복, 광포하게 폭발할 거 같은 질투, 상대를 향한 끈질긴 소유욕 이런 것들, 그냥 담담하게 막 (고인을 생각하면)조금 과하다 싶게 얘기한다.

 실제로 평생 자기 집을 가져보지 않은 막스 프리쉬. 말 그대로 방황하는 스위스 인. 이이가 이제 중늙은이가 되어 몬타우크, 뉴욕의 복동쪽 제일 끝 바닷가에 '린'이란 이름의 아가씨와 도착하며 소설은 시작한다. '린' 그러니까 트롯 잘 부르는 여자 가수 생각나는데(있잖아, 노래 잘하는 '이수'의 아내), 이 책에서의 린도 노래를 잘 하는지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지만 프리쉬와 하루 밤을 보내며 서른 살이나 더 먹은 프리쉬로 하여금 예전의 구체적 사랑의 대상이었던 여인들에 관한 상념을 이끌어낸다. 첫번째 아내. 두번째 아내. 그리고 잉에보르크 바흐만. 그이의 책을 읽어내기만 하는대도 독자를 질리게 만드는 바흐만과의 연정까지 그의 기억은 확장하는데, 프리쉬를 읽어본 독자들은 분명히, 소설의 스토리보다는 그의 독특한 문장과, 본인이 관찰자가 되고, 동시에 피관찰자가 되기도 하는 방식의 표현방법, 뉴욕의 롱 아일랜드를 멀리서 조망하는 동시에 한 장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하는 독특한 문장들의 연결방법에 더욱 방점을 찍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마치 프랑스 소설, 특히 누보 로망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나고, 아니, 더 잘난 척을 하자면 포스트 누보 로망 같다고 지레짐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기가 곤혹스럽다든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듣기 심히 난해하다든지 하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몬타우크> 하나를 읽고 <몬타우크>를 포함해 이이가 쓴 작품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좀 캥긴다. 그리하여 얼른 그의 다른 작품, 무려 두 권짜리 책(뭐 문고판 비슷하지만) <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를 보관함에 집어 넣었다가, 내 보관함에 60권이 넘는 책들이 구매를 기다리고 있으나, 그거 다 뒤로 물리고 <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를 먼저 사버렸다. 올해 늦가을 쯤에 읽을 거 같고, 그때야 돼야 프리쉬와 그의 작품에 대하여 얘기할 거리가 조금이나마 생기지 않겠나 싶다.

 내게 또 한 번의 유별난 호기심을 준 막스 프리쉬란 작가를 읽게 해준 출판사에게, 이럴 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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