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7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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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영문으로 쓰인 중요 소설 목록에 있는 작품이란 얘기 듣고 산 책.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두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책소개에 있는 걸 그대로 옮기겠다.

 "말론 브랜도와 발 키머 주연의 영화(닥터 모로의 DNA : 1996년)로도 잘 알려진 H.G.웰스의 SF 고전 <모로 박사의 섬>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되었다."

 이 작품을 처음 발표한 것이 1896년. 책이 나온 시점이 2010년 7월 26일. 아, 이 책을 대한민국에서 번역하기 위해 무려 114년이 필요했던 거디다. 문예출판사가 책을 찍은 시점이 2010년. 잘 기억해두시라.

 다음. 역자 김붕구 옹. 심상치 않으시지? 김옹으로 말씀드리자면, 물론 알라딘의 저자 파일에 있는 거 그대로 옮긴 건데,

 "1922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났다. 호는 석담(石潭 짱돌연못)이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과 에서 수학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후 불어불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럼 김붕구 옹은 만 88세, 미수米壽에 이책을 우리나라 최초로 완역하여 출간했으니 대단한 노익장.

 근데 한 줄 떼고 뭐라 써있나 하면,

 "1953년(만 31세)부터 1991년 작고할 때까지 약 40년간 서울대학교 교수 및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엥? 이거 뭥미? 그럼 죽은지 19년 되는 해에 김옹의 귀신께서 친히 강림하시어 책을 완역했단 말씀? 난 이 엽기적인 책을 읽기도 전에 김옹의 불가사의를 초월하는 신비에 화들짝 놀란 건 물론이고, '아! 김붕구 옹 같은 분의 영혼을 일러 소위 '초인'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영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더 근데. 김옹의 이력을 유심히 보면 도무지 어떤 보이지 않는 내공을 갖췄기에 영어책을 완역했을까 싶다. 그러다가 10초쯤 지나면 나도 모르게 무릎 탁!

 아하! 1922년 생. 스물 세살까지 일본어를 모국어인줄 알고 산 사람. 와세다 대학 졸업, 아니, 수학! 일본어로 된 책을 다시 중역했단 거에 만원 건다.

 문예출판사, 이렇게 안 봤는데 말야. 너 솔직히 얘기해봐. 저작권은 줬니? 아니지? 걍 이조시대 때 김옹이 일본말 책을 다시 번역해둔 걸 요새 말에 맞게 윤문해서, 김옹의 후손들에게 몇 푼 주고 걍 찍은 거지!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 완역, 요 지랄 했지? 입 크게 벌리고 아~ 해봐. 속 좀 보자.


 어쨌든.


 에드워드 프렌딕, 이라는 이름의 영국 남자가 있었는데 젊었을 적에 헉슬리 교수를 사사한 생물학도였다. 이 양반이 남위 1도 가량의 태평양에서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가게 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무인도엔 섬주인 모로박사가 조수 몽고메리와 더불어 온갖 포유류를 인간과 유사하게 변형시키는 실험 또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서, 분명히 직립보행을 하긴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혐오스럽고 경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외모와 성격과 이상행동을 하는 인간 또는 인간 비슷한 것들이 70 명 혹은 70 마리 조금 안 되게 거주하고 있다.

 그런 얘기. 다분히 고딕적이고 문명비평적이지만 왜 이런 소설이 중요 영문소설의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처럼 말론 브랜도 팬들이라면 한 번 읽고 싶으실 지 모르겠다. 근데 아무리 그 사람 팬이라도 왠만하면 관두는 게 당신의 가정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거란 진심어린 말씀을 드리지 아니할 수 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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