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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스 다이어리
조지 그로스미스.위든 그로스미스 지음, 최명희 옮김 / 동안 / 2016년 1월
평점 :
러시아에 글 잘 쓰는 스뚜르가츠키 형제가 있어 숙고해볼 만한 소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십억년>을 썼듯이 영국에서도 글 잘 쓰는 형제가 나타나 100대 영문학 소설 리스트에 이름을 당당히 올리는 <노바디스 다이어리: The Dairy of a Nobody>를 썼는데 제목을 우리말로 하자면 <무명씨의 일기> 정도? '무명씨의 일기'보단 '노바디스 다이어리'가 더 멋있나? 뭐 출판사 맘대로긴 하지만 글쎄.
이거, 희극 소설. 1888년부터 89년까지 잡지 <펀치>에 연재해 공전의 안타를 쳤다는데, 이것도 영어로 해볼까? 센세이셔널한 히트를 쳐 런던의 종이값이 하늘 높은 줄 몰랐다는 뒷 얘기. 세계 75대 영문 소설의 반열에 오른 킹슬리 에이미스의 <럭키 짐> 독후감에서도 한 번 짚어봤듯이 특히 희극의 경우는 비극이나 일반 작품들과는 달리 지구 북반구의 정 반대편에 있는 극동 아시아 인종이 그리니치 표준시를 사용하는 인간들의 웃음 코드를 이해하는데 매우 애로가 있다. 더구나 <노바디스...>에선 영어 발음 상 동음이의어나 유사발음 단어를 가지고 나름대로 진지하고 희한하고 기발하고 요절복통인 유머를 줄창 쏟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난 서양 사람들이 그깟 말장난 가지고 그토록 통절하게, 작은 창자가 끊어지게 웃어제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선 잘 해봤자 아재개그 이상이 아닐 텐데 말이지.
물론 전혀 웃기지 않아서 재미 없었단 얘기는 아닌데, 역시 이 책도 희극인지 비극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영미의 유명 미디어에 의해 100대 세계명작, 100대 영어소설 이 비슷한 평가만 믿고 덜컥 샀다가 쉬운 얘기로 똥 밟았다. 이건 위에서 얘기한 거 다시 얘기하지만 전적으로 동서양의 문화차이고 19세기와 21세기의 세대차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차이'들을 더하여 말씀드리자면 지금의 동아시아 독자한텐 그냥 그런 작품.
작은 판형의 260쪽. 삽화가 많아서 한 나절이면 후딱 읽어치울 수 있는 짧고 (에잇!)재미난 책이지만 다른 독자에겐 권하지 않겠다. 이거 말고도 읽을 책이 없냐, 돈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