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 근사하지? 근데 그림을 잘 못 그렸다. 책을 읽어보면 저렇게 등판대기에 용 문신을 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 주인공이기도 한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등장하지만 종이 위에 활자로 써 있기를, 오른쪽 견갑골에서 허리 쪽으로 용 문신을 새겼다고 했다. 저게 어디 오른쪽 견갑골이냔 말이지. 아 왼쪽 오른쪽 헷갈리면 옛날 어른들 말하듯 밥먹는 쪽, 아닌쪽 이렇게 구분하면 될 걸 말야.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왕 문신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아시아건 아메리카건 아니면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살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이건 여염집 교육 잘 받은 아가씨가 자기 몸뚱이에 커다랗게 용 한 마리 새기고 다닐 수는 없는 걸로 미루어, 이 아가씨의 정체를 부랑집단 혹은 펑크족, 혹은 하드록 계열의 악마주의 광팬, 어쨌든지간에 사회 일반에 말 그대로 일반상식에 입각한 적응에는 계속적으로 실패해온 아가씨라고 짐작을 할 수 있고, 전적으로 그 의견은 맞는다. 리스베트의 유일한 취미는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정보처리 관련 놀이, 특기는 그리하여 습득할 수 있었던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능력. 원래 진정한 천재는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법이라 리스베트 역시 코흘리던 유년시절부터 자신의 주변에 완벽한 벽을 둘러치고 오직 그 속에서만 자아를 키워나가는데 그걸 우리는 사회부적응이라고 부르고 일종의 정신병 취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스웨덴의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정책은 말한다. 그리하여 스웨덴의 선량한 정부는 이미 스무살이 넘어 완벽하게 성인이 된 리스베트에게 여전히 금치산 비슷한 명목을 붙여 그녀를 후견인의 관리하에 두는 친절을 베푸는데 리스베트가 운이 좋아 나같이 선량한 후견인을 만난다면 별 문제가 없을 뿐더러 그나마 사회에 적응하며 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주변에 가끔 섞여 있지만 결코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개또라이 사이코 변태 사디스트 같은 작자한테 걸려버리면 그야말로 인생 조져버리는 첩경으로 접어들게 되는 거다. 논리적이고 사회복지적인 나라 스웨덴의 선량한 정부는 결코 금치산 사회부적응자, 쉬운 말로 하자면 미친년의 호소에 절대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사냥꾼 이야기다. 책 제목이 결코 즐겁지 아니하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니. 먼저 제목에 관해 왈가왈부를 해보자면, 여기서 말하는 남자들은 세상의 모든 남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자를 증오하는 일부 남자들이고, 여자를 증오한다는 건 해당 여자가 해당 남자에게 이해하지 못할 사기를 쳤다든지 남자가 사는 집구석에 확 불을 싸질렀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자신의 블라우스를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버리더니 냅다 파출소로 쳐들어가 저 새끼가 날 겁간하려 했어요, 새빨간 거짓말을 해서 남자로 하여금 황당하지만 빼도박도 못할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든지 해서 타당하게 여자를 증오하는 정상적인 남자를 일컫지 않는다. 그럼 왜 여자를 증오하느냐 하면, 그냥 증오하는 거다. 만일 내게 그들이 왜 여자를 증오하는지 굳이 얘기를 해보라면, 여자이기 때문에, 이 빌빌한 남자새끼들 보다 근육에서 발현하는 체력이 약해 이 빌빌한 남자새끼가 쉽게 제압할 수 있으며 제압의 과정에 이 빌빌한 남자새끼에게 야릇한 쾌감을 유발해 쾌감의 증폭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성폭행을 할 수도 있으며, 그 후에도 완벽하게 굴복시키다가 이제 흥미가 떨어지면 기꺼이 목숨을 거두어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체중이 가볍기 때문에 죽은 시신을 처리하기 쉽기 때문에, 그래서 여자를 골라 연쇄적으로 죽이는 행위를 눈꺼풀 하나 까닥하지 않고 행할 수 있는 일부 사이코 개또라이 빌빌한 새끼들이 희생의 제물인 여자를, 증오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견해는 솔직히 말해서 내 견해가 아니라 책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빼빼마른 아가씨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의견이다.

 아, 너무 나갔다. 이 이야기는 하지 말고 단지 스웨덴의 거대 그룹사를 이끄는 방예르 가문에서 40년 전에 있었던 한 여자아이의 실종 사건만 얘기하고 위에서 써 놓은 사건은 시침 뚝, 그냥 넘어갔어야 하는 건데. 지금 막 그러려고 했지만 하이고 위에 써 놓은 것이 너무 길어서 걍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이 책은 웅진[뿔>에서 절판을 만들었고 다신 찍을 생각이 없어보이니 진짜로 읽어보실 수 있는 분이 그리 많지 않아 좀 덜 캥기기는 한다.

 이 책은 스티그 라르손이 '밀레니엄 시리즈'로 장편소설 한 열편 가량을 구상해서 쓴 최초의 작품인데, 여기서 말한 밀레니엄이 100년 마다 한 번 씩 출현하는 그 밀레니엄인지, 아니면 이 책의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근무하는 잡지 출판사 밀레니엄을 가리키는지, 이 책에선 분명하지 않다. 내용으로 보면 두번째 경우인 거 같긴 하다. 근데 스티그 라르손, 이 재미난 이야기꾼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마구 써내려 가다가 세번째 작품을 완료하고는 어느 날 갑자기, 그때가 2004년인데 밤에 잠을 자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죽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밀레니엄 시리즈는 세개의 장편소설로만 남게 되었고, 난 반드시 이 세 밀레니엄 시리즈를 다 읽고 말 것이다. 왜? 왜긴 왜겠어, 재미나니까 그렇지.

 다시 방예르 가문의 40년 전 실종사건으로 돌아오면, 물론 내 경우이지만 2권에 들어서면 40년 전에 실종된 하리예트 방예르가 적어도 어떤 상태인지는 알아챌 수 있는 것이 흔히 말하는 '옥의 티'지만 삼사백년에 걸친 방예르 가문의 온갖 오욕에 전 가족사 속의 흉물스런 흔적들을 보는 재미, 예컨데 메이드 인 스웨덴의 파시즘, 스웨덴 내에서의 나치 추종자들, 그들이 가족 내에서 행했던 정치색 등도 굉장히 흥미로울뿐더러 그거 말고도 여러가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그야말로 널.려.있.다.

 아, 처음에 했던 사냥꾼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거. 주로 여자들을 골라 잡아다가 갖은 변태적 방법으로 성폭행을 하고 기어이 죽여버린 다음에 시신을 유기하는 개또라이 사이코들도 사냥꾼이랄 수 있고, 또 그걸 잡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사냥꾼을 사냥하는 또다른 사냥(이걸 '역사냥'이라고 하자)꾼일 수 있어서 한 얘기다. 이야기가 이러니 묘사 중에는 아주 간혹 잔혹스러운 장면도 등장하는데 견디기 힘든 수준은 아니고 숱한 사냥과 역사냥을 건너면서 근본적으로 울컥, 화딱지가 나기도 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독자로 하여금 여러가지 감정에 빠지게 하는 작품. 우린 이런 작품을 가지고 재미나다, 라고 말한다.

 힌트 하나 더 드릴까? 위에서 말한 역사냥꾼이 누구게? 흐흐, 얼핏보면 열 두살 가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키 작고 빼빼마른 아가씨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두고 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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