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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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교자: 순교한 사람

 순교 : <종교> 모든 압박과 박해를 물리치고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 넓은 뜻으로는 주의나 사상을 위하여 죽는 경우에도 쓴다.


 위 낱말 뜻은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그대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두 시간 가량 차를 타고 달리면 해미읍성이라고 나오는데 예전에 거기서 천주교 믿는 사람 오지게 쳐죽였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죽였는가 하면 하나하나 불러서 목 잘라 죽이기 시간 없고 귀찮으니까 디딤돌, 거 있잖은가 높은 마루에 오르기 전에 길쭉하고 네모난 돌 하나 놓아 신발도 벗고 좀 쉽게 오르라고 놓는 거, 아 이거!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저 디딤돌을 아주 길게 만들어서 야소귀신 믿는 서학쟁이 또는 천주학쟁이들한테 "고문 받느라 피곤들 할 테니 전부 저거 베고 누워 있어라"라고 한 다음, 천장 높이에서 대들보 처럼 생긴 통나무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위 그림에서 가로로 굵은 통나무 두 개 보이시지? 바로 대들본데 이런 나무를 천장높이에서 디딤돌 베고 일렬로 누운 서학쟁이 대갈통 위로 자유낙하 시켜 한 방에 보냈다는 거다. 그럼 동시에 뿌자작, 해골 부서지는 소리가 동헌마당에 울리고 죽음에 이른 디딤돌 사방 1 평방미터 가량에는.... 꼭 얘기해야 돼?

 당시가 흥선대원군 통치시절이었는데, 그 때 죽음을 당한 충청남도 서산 당진, 그 사람들 발음으로 하자면 스산, 당진의 보.통.사.람.들 중에 아쉽게도 순교 성인의 반열에 오른 순교자는 없었던지 아주 극소수이던지, 많았지만 내가 알고 있지 않아 모르던지 하여간 셋 가운데 하나다. 충청도 사람들 순하다고? 천만의 말씀. 깡다구가 어떤 깡다군데. 일찌기 바다를 통해 불교,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있지도 않은 자신들의 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한 목숨 우습게 불태웠으며, 또한 그 동네 출신 항일 운동가들, 다른 데하고 달리 죽음이 이들을 보내기 바로 전까지 악착같이 싸워 기어이 그분들 집구석을 거덜을 내고 말아 후손들 깡통차게 만든 거, 그리고 지금 내 독후감이 내 주특기, 삼천포로 빠지게 만드는 거, 이거 잘 아셔야 한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미리미리 평양의 주요 목사들 열 네명을 구금하고 있던 북조선 노동당 정권은 이미 모진 고문으로 너덜너덜해진 이들 가운데 열 두명을 총살에 처하고 두 명은 그냥 풀어줬다. 젊은 목사는 고문과 총살집행과 독후감엔 차마 쓰지 못할 사정, 그거 말해버리면 소설 절반의 내용을 다 풀어놔야하기 때문에 절대 말 못할 사정으로 두뇌 속의 화학작용이 오작동을 해버려 풀어줬고, 또 한 명의 늙은 목사, 이 소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데 그는 어찌어찌해서 풀어줬다. 그러니까 종교라는 이름의 아편을 인민들에게 무상으로, 아니다 주일마다 헌금은 꼬박꼬박 챙겨가니까 종교란 아편을 판 마약 상인의 숙청을 단행한 것이다. 참 사람들의 잔혹성이라니. 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왜 고문까지 하는지. 원래 사람은 선한데 살아가며 나쁜 물이 들어 이렇게 변했다고? 놀고 있다. 인간은 원래부터 악하게 태어나는 거다. 1970년대 초반 일제 만화영화 '요괴인간'은 빨리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외쳤지만 난 얼른 요괴인간이 되고 싶은 걸.

 문제는 죽음의 즉각 집행을 앞둔 열두명의 목사들. 그리고 이유 모를 이유로 죽음을 면제받은 한 명의 목사. 열 두명의 순교자와 한 명의 생존자. 이들의 정의를 가리는 일. 기껏 정의를 가렸지만 결국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겨버리는 전형적인 소설의 결말로 치닫는 종교소설. 아, 종교소설이란 거 알았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걸 책값이 아까워 다 읽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읽으면 감명 깊은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난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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