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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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전에 창비에서 나온 그의 <암고양이>를 비록 짧디 짧은 소설일지라도 무지하게 지겹게 읽어서 이번에 <여명>을 한 번 더 읽음으로, 다시는 이 여자의 소설은 가까이 하지 않겠다, 라거나, 그래도 콜레트의 이름이 가히 허명이 아니니 눈에 띄는 족족 읽어줘야겠다, 라는 결정을 보려 읽었는데, 콜레트를 비롯한 서술자의 섬세한 감각과 기분의 좌우, 심상의 움직임,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심리적 줄다리기, 기타 등등 하여간 스토리 라인은 거의(전혀) 없고 심리적 묘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짧은 외국 소설의 경우, 그걸 번역한 국어로 읽으려면 ① 번역자의 감각 ② 읽을 당시 독자의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콜레트의 소설들이 눈에 띄면 적어도 하나 정도 더 읽고나서 또 그의 작품들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굳혔을 뿐이다, 라고 쓰면, 아쭈, 꼭 내가 뭐라도 된 줄 아는 거 같다.

 그렇다고 물론 다른 소설이 뭐 또 있나, 궁금해 인터넷 책방을 여기저기 뒤질 정도의 매력까진 아니다. 하지만 더욱 솔직히 얘기해서 <여명>을 매우 독특한 소설로 읽었다. 얼핏 봐서 작가가 스스로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걸 우린 역자 주석을 통해 당시 그가 만난 인물들의 정보, 그와의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콜레트가 쓰고 있는 말을 믿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지만 사실을 알고보면, 이럴 때 '몽땅'이란 말을 쓸 수 없는 건 적어도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실명 같은 건 적어도 다 사실이기 때문인데, '거의' 다 새빨간 거짓말, 그러나 법적으로 허용되는 소설적 거짓말, 우리가 흔히는 이야기하는 허구를 통해서, 소설문학이 신화, 전설, 영웅, 왕가, 귀족, 역사, 집단, 개인의 스토리를 거쳐 드디어 아무런 내용이 없어도 훌륭한 소설작품이 될 시점에 이르러, 나로하여금 충분히 콜레트의 필력에 갈채하게 만든다. 더구나 콜레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시도니 콜레트는 그의 사랑을 구현하는 데 있어 오직 하나만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주의자인 것이 기뻤다. 자신의 감정.

 그래, 니미, 사랑을 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 말고 뭘 더 따지는가. 지위, 재산, 학력, 나이 차, 국적, 종교, 직업, 성별. 이것을 다 극복하고 연인이 되고 동거인이 되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치명적 잘못 가운데 하나인 결혼을 통해 배우자가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고통을 교환하는 거, 그게 사랑이지 뭐 별건가. 왜 이러셔, 다들 해보셨잖아.

 콜레트 식 사랑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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