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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에이션 루트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마쓰나가 K 산조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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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나가 K 산조, 일본 사람이 자기 이름 가운데 알파벳으로 K를 삽입한 건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냥 궁금할 뿐 알고 싶은 건 아니다. 아, 일본 위키피디아에 나온다. ‘마쓰나가’는 필명으로 자기 친척의 성씨를 따온 것이고, K는 작가의 중간 이름이면서 친척들이 이 K 이니셜 이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냥 넣은 모양이다. 산조는 할아버지, 즉 직계 성이란다. 그러니까 이름만 가지고 이 작가의 생물학적 성을 확인할 수 없다. 일본 위키피디아를 읽으면 더욱 헛갈린다. “데뷔 당시 그녀는 회사 직원이었지만”이라는 정보와 “2025년 4월 1일 그녀는 고향의 홍보대사로 임명되었습니다.”라는 말이 있어서 굳세게 여성인 줄 알았는데, “그의 필명 마츠나가는 운운” “그는 순수문학을 자유롭고 운운”해서 궁금증을 유발했다가, 위키피디아가 아니라 구글 사진을 찾아보면 턱 밑에 거뭇한 수염 자국이 있어서 변기 솔 비슷하게 생긴 턱수염을 짧게 기르고 다니는 남성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하여간 1980년에 이바라키현 미토시에서 출생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관세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2021년에 부조리 희극 소설을 써 군조 신문학상 우수상을 받아 데뷔해, 2024년에 <베리 산행> 즉 <베리에이션 루트>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아 상장과 부상으로 회중시계와 현금 백만엔을 받아 작심을 해서 2025년 봄에 비장한 마음으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하여간 위키피디아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 마쓰나가 K 산조는 “독자들이 순수문학의 ‘재미’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순수문학을 홍보하는 운동으로 ’오모로이 순수문학 운동’을 옹호했다”고 한다. 문장의 서술어가 “옹호했다” 과거 시제니까 지금은 마음이 바뀌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별 관심은 없지만.
일본도 고민은 고민이겠다. 독자들이 순수문학의 재미를 알게 만들기 위해서 별의 별 운동, 활동을 해야 할 정도라면. 내가 지금 괜찮은 일본의 현대소설작가를 찾는 일이 무척 힘들 수도 있겠고.
작품의 주인공은 일인칭 화자 ‘나.’ 이름은 ‘하타.’ 작품은 일인칭 시점으로 쓰였으나 독후감은 편의를 위하여 삼인칭으로 쓰겠다.
하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단 작은 건축사무소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이후 곧 대형 리모델링회사에 입사해서 10년 근무하는 동안 남보다 특별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을 정도라고 자평했다. 오히려 실적으로 보면 자기 또래 직원 가운데 우수한 편이었을 텐데, 3년 전에 회사가 조금 어려워지자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부서 과장이 점심시간에 하타에게 밥을 사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회사에서 사람을 고르는 것에는 업무실적보다 상하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이루어 갈 수 있는 사회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아프게 깨닫는 계기가 된다. 하필 정리해고를 당한 시기가 갓 결혼해 아내가 임신 말기에 접어들었을 때라 회사의 조치가 더욱 서운했겠지.
하타는 아내에게 잘렸다고 얘기도 못하고, 미국에서 사는 사촌형에게 넉두리를 해, 마치 여전히 직장에 나가는 것처럼 정식 월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슷하게 몇 달 지원을 받으면서 대기업에 네 번 입사지원서류를 보내 네 번 연속으로 미역국을 먹은 다음, 지금 회사 ‘닛타 테크 건축도장’ 영업과에 입사했다.
직원이 50명 정도 있는 닛타 테크 건축도장은 옥상 방수공사, 외벽 도장 등 건물 외장 보수 전문회사라고 보면 된다. 작은 규모의 고객으로부터는 직접 주문을 받아 원청 일을 하고, 큰 규모의 고객한테는 주문을 딴 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일을 했다. 하타가 일하는 영업1과는 큰 공사의 수주와 관계되는 업무를 취급하고, 영업2과는 회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해오던 작은 고객을 위한 업무를 맡았는데, 아무래도 큰 규모의 공사와 자금이 왔다갔다 하는 1과 직원들이 2과 직원들을 좀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회사 안에서는 우리가 직장에 다니면서 흔하게 부딪힐 수 있는 자잘한 파벌 같은 것이 있다. 초대 사장 시절부터 일을 해온 후자키 상무 쪽. 전임 사장과는 다르게 혁신적으로 사업을 재편해 보다 확실한 기업을 만들려는 조금 허황한 욕망이 가득한 초대 사장의 조카이자 2대 사장. 그가 영입한 간부들 진영. 대강 아시겠지? 이런 건 대기업보다 이 회사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더 심한 법이다. 즉 보수파의 지도자 정도였던 후자키 상무가 회사를 퇴직하기 1년 정도 전에, 정년퇴직한 후에 촉탁 직원으로 근무하는 등산경력 20년 이상의 마쓰우라 씨가 꽃피는 봄을 맞아 사내 인트라넷에 “’등’골 빠지는 일상에 ‘산’행으로 힐링을”이라는 하이쿠 비슷한 2행시 메시지를 올려 “봄철 롯코산 등산”을 제안해 등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에 10년 다닌 회사에서 사회성 여부로 정리해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하타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겨 회사의 거의 모든 모임에 빠지지 않으려고 작정을 한다. 작 후반에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다시 실직을 당할까봐 회사의 모든 파벌에 한다리를 걸치는 일도 서슴지 않을 예정이니 어찌 등산모임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참가하기로 신청하고, 첫 모임 장소에 가보니 자기 혼자 초심자 티를 팍팍 내고 말았다. 입고 온 복장부터 그러했다. 마쓰우라 씨 이하 하타를 뺀 모든 참가자는 보기에도 벌써 비까번쩍한 아웃도어 옷과 등산화와 장비 등 모든 구색을 갖추어 괜히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이후로 일반적으로 산행 도중과 산행 후, 정상 또는 능선에서 본 고베 인근 풍경과 몸의 적당한 피로와 개운함, 몇몇이 모여 들이켠 하산주, 같은 소소한 즐거움이 나열된다.
그러다 정식 산악회가 회사 동아리로 자리잡고, 산악회 고문인 후자키 상무의 퇴임 기념 산행에서 처음으로 모임에 모습을 보인 전문적인 산꾼이자, 베리에이션 등산을 고수하는 영업2과의 40대 중반 메가 씨가 나타나 작가가 원했던 베리 산행, 정식 등산 코스가 아닌 개척 루트로 산을 탐험하는 일을 독자에게 소개하기에 이른다.
메가 씨는 특별한 자격증도 없이 공사과에서 다년간 방수 관련 일을 해 회사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일 말고는 도무지 직원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직원간 삼겹살에 쇠주 한 잔은 물론이고 부서 회식에도 참석한 일이 한 번도 없을 정도이다. 직원 단합대회 형식의 행사에도 얼굴 한 번 비친 적 없으니 말 다했을 정도. 올드 스타일로 회사 살림을 꾸려 나가던 후자키 상무의 퇴임 기념 산행이라 그간의 정을 봐서 함께 가기로 한 모양인데, 메가는 여기서도 별 말이 없다. 이후 상무는 일정에 맞춰 회사를 떠나고, 회사는 젊은 사장의 뜻에 맞추어 점점 불안한 환경으로 꼬나 박히거나 그런 것처럼 보인다.
닛타 테크 건축도장의 직원들 사이에서 정리해고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 회사 분위기가 극도로 뒤숭숭해졌을 때, 하타는 메가 씨에게 함께 베리 산행을 하게 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해서 깨끗하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며칠 후에 메가 씨가 직접 하타에게 산행을 권유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베리에이션 산행을 하면서, 죽을 고생을 해가며 오히려 메가와 회사에 대한 반감만 키우게 되는데, 물론 이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굳이 베리 산행과 사람 사는 문제가 적절하게 믹스되면서 작품을 마무리하겠지?
그렇다. 그렇게 된다. 어차피 사람들이 모르고 살지만 인생은 베리에이션 산행, 개척 루트를 통해 마지막까지 가는 거니까. 큰 재미는 없지만 자잘하게 사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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