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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톈우의 수기 ㅣ 묘보설림 12
솽쉐타오 지음, 박희선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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솽쇄타오. 한자어를 우리말로 발음하면 쌍설도雙雪濤 선생. 1983년 랴오링성의 성도 심양에서 태어나 지린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지만 판검사, 변호사가 되지 않고, 중국개발은행에 취직해 근무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다가 2010년에 아파트 계약금이 부족해 ‘중국어 세계 영화 소설상’에 <날개 달린 귀신翅鬼(시귀)>를 급하게 써서 응모했다가 장원을 먹는 바람에 엉겁결에 등단한 작가. 이때의 조강지처는 얼마 가지 못해 이혼하고 지금은 작가인 둘째 아내 장위란張悅然과 산다. 아마 베이징에서 살 거 같다. 이이의 작품 상당수가 TV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었으니 돈 좀 벌지 않았겠나. 아니면 말고.
한 번 터진 상복은 연달아 터져서 2012년에는 장편소설 <녹아 사라지는 도시>를 써서 타이페이 문학상 연금부문을 수상하는 세 명의 제안자로 선정되어 20만 타이완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여기서 잠깐. 세 명의 선정자들은 1년 동안 작품을 써서 세 작품 가운데 하나가 최종 문학상 수상자가 되어 다시 40만 타이완 달러를 추가 상금을 받는 제도이다. 책방이나 출판사 광고를 읽어보면 마치 솽쉐타오가 당선자인 것처럼 읽히게 작가 소개를 써 놓았는데 굳이 순위를 정하자면 영광의 공동 은메달 수상자라는 말씀. 하여간 졸지에 적지 않은 상금을 챙긴 솽쉐타오는 마음을 다져 먹고 일찌감치 전업작가로 나선 존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선례를 밟아 잘 다니던 중국개발은행에 사직서를 써 던지고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든다. 근데 이게 소위 신의 한 수. 이후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요, 곧바로 TV 드라마로 만들거나 영화로 해보자는 제안을 받기 시작했으니 입꼬리가 귀에 걸리게 생긴 것.
하여간 이때 20만 타이완 달러를 받게 해준 작품 <녹아 사라지는 도시>를 책으로 출간했을 때의 제목이 바로 <형사 톈우의 수기>이다.
왜 위 문단에서 “존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썼느냐 하면, 쇤네가 무라카미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어색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솽쉐타오가 무라카미 상さん을 흠모해 마지않았다고 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도 무라카미가 쓴 <1Q84>에 헌정하는 마음으로 쓴 거 같다. 두 개의 달이 뜨는 평행 우주는 아니어도,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공간과, 중화인민공화국 S시와 타이완의 타이페이 시라는 장소의 공간이 평행하게 놓여 있으며, 결국 이 세 공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주인공 리톈우가 <1Q84>에서 두 세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주인공 푸른 콩靑豆, 아오마메와 비슷한 처지이다. 즉 디테일에서는 다르지만 전체 플롯을 감안하면 <1Q84> 없이 <형사 톈우의 수기>가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리톈우는 노동자 부모를 둔 서른 살 먹은 청년. 부모는 3층 높이는 될 정도의 큰 기계를 조립하는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근검절약하고 정부시책에 맞추어 아들 톈우 하나만 낳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끼면서 살다가, 아버지가 슬슬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리게 되면서 술만 마셨다 하면 아내와 아들을 두드려 패고, 집안의 돈이라면 그게 몇 푼이건 간에 무조건 들고 나가 술로 바꾸어 인생을 탕진하기 시작했다. 어린 톈우는 다른 건 몰라도 성실 하나는 확실하게 타고 나, 천재급은 아니지만 학업에 노오오오오력을 해서 반에서는 줄곧 1등, 학교 전체에서도 3등 안에 드는 우등생으로 자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S시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2학년까지 마쳤다. 3학년 들어 학급에 (오래 전에는 ‘학습지진아’라고 했는데) 부진아 여학생 안거(安歌)가 들어와 톈우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일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이걸 다 설명하자면 끝도 없어서, 하여간 둘은 의지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기로 약속, 아니, 맹세를 하는데, 바로 다음날 안거가 실종되면서 톈우는 평생 안거를 찾는 데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안거를 가장 효과적으로 찾기 위하여 톈우가 선택한 건 경찰. 안거 때문에 거의 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톈우는 실종사건 이후 곧바로 성적이 수직 상승해서 오히려 눈높이를 낮추어 경찰학교에 지원해 수석합격한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하여간 경찰학교 수료과목 거의 전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뛰어난 형사가 된다. 경찰학교를 수석합격에 최우등 졸업한 유능한 형사. 그래. 중국 형사들이 나오는 소설에선 항상 비슷하더라고. 수석 입학을 하던, 수석 졸업을 하던 간에 무조건 신출귀몰한 포도청 순사가 되는 거 말이지.
그런데 이 비범한 형사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베테랑 형사가 있었으니 이름을 장부판張不凡이라고 했다. 장부판은 톈우처럼 청렴하지는 않지만 S시의 거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숨은 실력자이면서, 사법과 정의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근본은 사법질서의 수호자이니까 쉽게 부패 형사 정도로 매도하면 섭섭한 인물. 사실이 그렇다. 이름부터 그렇지 않은가? 不凡. 평범하지 않음. 이이는 톈우에게 세 가지를 훈시한다.
첫째. 모든 사고는 전부 서둘러서 생기는 것. 둘째, 총알은 내가 장전한 만큼 있는 것이지 몇 개가 있어야 한다는 건 헛소리. 셋째, 경찰학교 학생 냄새를 빨리 빼 버려야 몇 년이라도 더 살 수 있음. 그리고 기타 한 가지를 추가하기를, 좋은 경찰한테는 총알이 필요 없음. 그렇다고 아예 장전하지 말라는 건 아님. 멋있지? 소설에서 베테랑 형사들은 늘 그렇다.
그런데 사법과 범죄에 다 달통한 장부판에게는 당연히 적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땅 넓이만큼 다양한 악당들이 모인 중국에서도 최고 수준의 흉악범을 덮치려 잠복해 있는 장부판과 그의 조수 톈우. 이때 누군가 차창을 똑똑 두드린다. 범죄자. 창을 내리자 하는 말이, 추운데 들어가서 기다리시지요? 오히려, 그리고 드디어 이들이 범죄자에 의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순간이다.
갑자기 눈을 뜨니 타이페이 거리. 허리에는 그의 권총이 채여 있다. 톈우는 권총을 자신이 체면을 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긴다. 물론 잠깐 그렇다는 뜻이다. 리톈우 앞에 나타난 18세에서 19세로 보이는 여자 아이. 샤오주小久라고 부르면 된단다. 그런데 톈우가 보기에 샤오주의 뺨 위에서 어렴풋이 진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의문. “진실하지 못한 부분”이라는 표현이 문제인데, 이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독자는 샤오주 자체를 허위, 범죄자, 거짓말장이 같이 보게 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샤오주는 조금도 허위와 거짓이 없는 소녀이다. 딱 하나. 정신과 적인 병도 아니고, 피부병도 아닌데, 자신이 흐려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말로 조금 흐려져 있는 상태이다. 이 흐려지는 상태는 앞으로 더욱 심해져 불과 며칠 사이에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다. 마치 <1Q84>에서 아오마메가 고가도로 비상구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가면서 차원을 통과하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가 서서히 흐려지다가 사라질 예정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톈우가 특정 호텔의 409호에 묵고 있는데, 샤오주는 바로 옆방인 411호에 짐을 푼 상태. 그러니까 일종의 운명이랄까 인도자, 책 속에서는 ‘사장’이라고 일컫는 인물, 기독교의 하느님과 비견해 조금도 꿀리지 않을 막강한 능력의 소유자가 미리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나중에 짐작하게 된다. 하여간 톈우와 샤오주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로 약속을 하는데, 샤오주는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자기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사진첩에 남기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고, 톈우는 사장한테 받은 지시, 타이페이에서 101 빌딩보다 더 높이 솟은 교회를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한다.
세상에나. 101 빌딩이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건 다들 아실 터. 꼭대기에서 번지 점프를 하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덜 안 혀? 근데 그 빌딩보다 더 높이 솟은 교회가 있다고?
하여간 나는 이렇게 세 가지의 우주를 설명해 놓았다. 이것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 찾는 일은 직접 해보시라. 시간 죽이는데 맞춤인 소설책. 더 이상은 크게 바라지만 않으면 충분하게 만족할 만하겠다. 아, 한 가지 더. 시간 죽이기 좋다는 말 듣고, 야한 장면 바라지 마시라.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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