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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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2년에 신시내티에서 난 용띠 아저씨 마이클 커닝햄은 캘리포니아 L.A 인근에서 자라 캘리포니아 최고 명문 스탠포드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글 좀 쓰는 사람들한테는 무지 유명한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예술 석사 학위를 얻었다. 여기 동문 가운데 누가 있느냐고? 존 치버, 필립 로스, 그리고 경애해 마지않는 매릴린 로빈슨 등등. 이 명단 가운데 마이클 커닝햄의 이름도 당당하게 올라 있다. 이이는 졸업 후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고 있고, 나이가 많아 아직도 하고 있는 줄은 모르겠는데 예일 대학 문예창작 수석 강사를 하고 있든지, 했든지 그렇다. 예일 대학이 미국 코네티컷, 뉴욕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디 아워스>에서 클러리서 본, 옛 남친이자 현 남사친 로버트로부터 ‘델러웨이 부인’이라고 불리는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 뉴욕에서 산다. 즉 작품의 1/3 이상이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다음으로, <디 아워스>에는 세 명의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장유유서라 생년이 빠른 순서로 소개하자면 제일 언니가 버지니아 스티븐 울프, 가운데가 로라 지엘스키 브라운이고 막내가 클러리서 본. 아다시피 버지니아 울프는 동 시대의 이름난 귀족 출신 여성 작가 비타 섹빌웨스트와의 동성애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가운데 로라 브라운은, 동성애적 성향이 있는 지 전혀 모른 채 태평양 전투에 참전한 용사이자 세 살 어린, 친동생의 학교 동기동창 댄 브라운하고 결혼해, 맏아들 리치를 낳고 1949년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중인데 훗날 딸을 낳을 예정이다. 막내 클러리서도 처음엔 자신이 동성애적 성향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열여덟 살 시절에 열아홉 먹은 리처드와 처음 경험을 했는지 그냥 시늉만 하다가 끝났는지 조금 헛갈린다. 확실한 건 훗날 틀림없이 남자하고 잤고, 그래서 임신을 했으며, 아빠 얼굴은커녕 이름도 모르면서 살아갈 딸 줄리아를 출산한다. 확실하게 첫사랑인 리처드는 자기 제자들과 바람 피우기 여념이 없을(예정인) 올리버와 불 같은 연애를 하면서 곁을 떠나버리고, 이젠 샐리와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함께 살고 있다. 클러리서의 딸 줄리아 역시 아무거나 예쁜 옷만 입으면 완벽하게 어울릴 일생에 몇 년 안 되는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지만 만날 남성용 스웨터에 가죽 부츠만 신고 다니면서 엄마 클러리서가 질색을 하는 나이 든 여자와 연애중이다.

  작은 언니 브라운 부인의 자녀도 그러냐고? 흠. 이거 중요한 힌트인데, 좋다 알려드리지. 1949년에 엄마 배 속에 들어 있던 딸은 다 커서 음주운전 차에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즉사하고, 훗날 간경화로 생을 마감할 남편의 1949년 생일날 엄마와 함께 아빠한테 줄 케이크를 굽던 리치는 동성애자로 큰다. 당연히 로라 브라운 역시 엉겁결에 옆집 여자와 키스를 하는 바람에 자신 역시 동성애 인자가 있음을 알게 되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에 집착하던 것처럼 극도의 우울증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시간적 공간인 199X년까지 멀쩡하게, 건강하게 살아 있다. 성격이 무진장 까다롭다고 소문이 나서 그렇지.


  이 작품 속에 동성애자 밀도가 대단히 높다. 나도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쓰기 위하여 위키피디아에서 커닝햄을 검색해볼 때까지는 몰랐다. 커닝햄이 동성애자이고 동성 결혼도 했단다. 위키에는 배우자의 이름도 나오지만 구태여 그것까지 따 올 필요는 없겠다. 하기는 앞부분에서 리처드가 게이라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

  199X년 6월의 어느 날. 이 날은 리처드가 커루더스 상을 받는 날이다. 오후 여덟 시에. 커루더스 상이 무엇인가 하면, 주로 시나 소설에 뛰어난 업적을 이룬 시인, 작가에게 주는 상으로 알년에 한 번, 뭐 이런 식으로 정기적으로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경력을 봐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중요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 심사해서 주는 대단한 상이다. 워낙 가끔 시상하기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별로,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조금 그렇기는 해도. 이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리처드의 옛 애인이자 여사친이며 절친이기도 한 델러웨이 부인, 클러리서 본은 주변 친지들을 모시고 오후 다섯 시에 그럴 듯한 파티를 열 예정이다. 당연히 파티 전문 케이터링 업체에 의뢰하여 늦어도 네시 반에는 식음료가 완비될 것이고, 딱 하나 미진한 것이 있었으니 1925년에 진짜 델러웨이 부인이 그러했듯이 꽃이 풍족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클러리서가 직접 뉴욕 시내로 나가 단골 꽃가게에 가 장미를 한 아름 사오는데, 길에서 만난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여러 동성애 남녀이자 나름대로 문학, 영화계에서 어깨에 힘 좀 준다는 사람에게 오늘 파티에 오라고 권했던 참이다.

  이 사람들을 초청하면서 이들과 리처드의 관계를 연상하는 대목에 접어들면, 리처드, 놀랍게도 동성애자에게 냉소적이다. 샐리와 근 20년간 동거하는 클러리사한테 이런 오랜 동거는 “클러리서의 나약함을 드러내고 여자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기억. 근육질의 남자들끼리 하는 사랑과 실연을 다룬 로맨스 소설을 써서 역겨울 만큼 많은 돈을 번 게이 작가 월터 하디를 향해서는 “어린 소년들을 유혹하는 남자들보다 영원히 젊은이로 남으려고 애쓰는 게이들이 세상에 더 해롭다”고 말했다. 월터가 46세로 제법 나이 들었지만 여태 캡을 쓰고 나이키를 신는 만년 소년 행세를 하는 게 꼴 보기 싫었겠지. 근데 알고 보면 리처드가 천성적으로 악담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를 닮아서. 딸뿐 아니라 아들한테도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거든. 그래서 리처드도 게이가 됐나? 그건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 동성애가 유전 형질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서 맏언니 버지니아 울프의 시계는 1923년. 바야흐로 오랜 침묵 끝에 야심차게 <델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이다. 물론 곧 완성해 발표할 것이고, 평단의 사나운 손톱에 너덜너덜해질 예정이지만 대중들도 이이의 후속작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작품은 런던의 집이 아니라 버지니아의 엄마가 죽은 어린 시절에 발병한 조현병과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살던 런던 교외 지역에서 쓰기 시작한다. 런던까지 기차 타고 당시 속도로 30분 거리. 책의 프롤로그는 1941년에 외투 주머니에 큰 돌을 집어넣고 템즈 강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울프의 무대는 하여간 1925년의 하루다.

  둘째 언니 로라 브라운은 <델러웨이 부인>을 열심히 읽고 있는 1949년 남편의 생일날이다. 지난 밤에도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느라 아침에 남편 미역국도 끓여주지 못해서 화가 나 있었다. 그래 아들 리치하고 둘이서 생일 케이크도 굽고 얼떨결에 부인병에 걸린 옆집 여자와 입술을 마주치기도 한 이상한 날, 그래도 <델러웨이 부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버틸 수 없게 되자 오후에 차를 몰고 변두리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두 시간 여 동안 읽어 버린다. 집에 돌아와 성공적으로 자잘한 생일 밥상과 생일축하를 하고 드디어 밤이 몰려오자 홀로 욕실에 들어 약장에 든 수면제 한 통을 손에 쥐고 한참 고민에 빠졌던 브라운 부인.

  막내는 별명이 델러웨이 부인이니까 브라운 부인보다 더 울프 부인과 흡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나름대로 똑 부러지고 사건이 벌어지면 수습도 할 줄 아는 현명한 52세 여성이다.

  뭐 다른 소설책 아니면 영화로 <디 아워스>를 보셔서 스토리야 더 잘 아시겠지만, 이 작품을 보다 더 버지니아 울프와 연결시켜주는 것은, 내가 읽기에, 마이클 커닝햄이 구사하는 문장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내가 읽기에 울프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나게 쓰기 위하여 커닝햄도 무지하게 연습을 했을 것 같다. 물론 나야 울프나 커닝햄이나 다 번역문으로 읽어서 단언할 수도 없고, 게다가 <델러웨이 부인>을 읽은 지도 꽤 오래 전이라 스토리마저 가물가물한데 문장까지 확실하게 그렇다, 주장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래도 하여간 문장을 읽은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고 싶다. 나 말고 또 이렇게 읽은 분이 있나 싶어서 책가게 독자서평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아마 내 느낌도 분명히 헛다리겠다. 에휴, 얼마나 더 읽어야, 언제나 눈이 띄어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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