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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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은 계기. 일본 현대 소설은 참 안 읽는다는 생각이 팍 들었음. 그러면 우리 현대 소설은 좀 읽니? 안 읽는 편은 아니다. 중국 현대 소설은 제법 읽는다. 유독 일본 작품에 인색한데, 다 이유가 있다. 도서관 서가에 꽂힌 일본의 소설책은 어떻게 고를 때마다 좀 이상하다. 수사, 폭력, 추리, 엽색 아니면 좌절의 극치 같은 거라 읽다가 그냥 덮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장르 소설이 아니더라도 나하고 유난히 맞지 않는 책이 많다. 분명히 일본의 요즘 작가 중에도 괜찮은 사람이 꽤 있을 텐데 어째 눈에 띄지 않는 거다. 그래서 잔머리 굴리기를, 일본에서도 권위 있다고 하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품이라면 현대 일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안고 처음 빌린 책이 <헌치 백>. 읽고 아직 한 달도 안 됐건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조건 삼세판. 이번에도 아쿠타카와 수상작을 골랐으니 바로 <도롱뇽의 49재>, 눈물겹지?

  아사히나 아키. 朝比奈秋. 성이 朝比奈. 이름은 가을秋. 1981년 일본 교토에서 출생한 의사. 전공은 소화기. 불 끄는 소화기 말고, 식도부터 저 아래 항문까지 인간과 우주가 직통하는 유일한 관을 다 고치려고 하는 의사다. 지금은 전업의사로 일하면서 짬이 나면 소설도 쓴다. 근데 아마 의사보다 소설가로 더 유명할 걸?

  이이는 자기 나이와 의사라는 거, 소설 써서 상 받았다는 거 빼고 전부 비공개다. 심지어 인터넷의 어느 자료를 보면 “그녀는”이라고 해서 윽, 가을秋가 여자 이름이야? 하고 사진을 유심히 보면, 여자인 것도 같고, 남자인 것도 같아 막 헷갈리다가 수상 내역을 읽어보니, 일본 역사상 순수문학 신인상 트리플 크라운을 이룬 최초의 남자 작가란다. 그럼 남자 맞겠지 뭐.

  작가의 젠더가 이 책에서는 은근히 궁금하다. 책 읽을 때는 그랬는데 검색해보고 현직 의사라는 걸 알고 나니 허탈. 그럼 젠더를 알 필요도 없었네. 왜냐하면, 의학적으로 매우 드문 케이스의 일란성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하마기시 집안의 며느리 쓰와코가 아이를 낳았다. 첫 아들. 경사났다. 시절이 시절이었으니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자. 건강하고 통통한 보통 체격의 사내 아이 가쓰히코(남자 아이 이름이 ‘코子’로 끝나? 거 참). 하여간 첫 아이 덕에 하마기시 부부는 보통의 신혼가정처럼 행복했다. 그러나 이것도 불과 몇 주. 몇 달이 지나면서 아기의 팔 다리가 점점 여위고 눈도 움푹 패인 것이 영 조짐이 좋지 않았다.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에 가서 조사를 해봤더니 생후 6개월 아이가 완연한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는 거다. 골밀도까지 감소해 입원조치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거 같아서 일단 입원을 시키고, 혹시 위장에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 위 내시경 검사도 했다. 다 큰 어른도 힘들어 하는 내시경을 6개월 아이가 하려니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까. 근데 별 이상이 없다. 여기서 반전.

  아이의 위에서 내시경 관을 꺼내지 않고 그냥 관찰을 계속하던 의사가 오른쪽 위벽이 조금 부풀어 오른 것을 발견했다. 저게 뭐지?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이다. 의사는 즉각 X선 검사를 지시했고, 검사 결과 그건 위장 오른쪽 빈 복강에 낯 익은 작은 뼈들이었다. 마치 열빙어처럼 생긴 뼈들. 일식 집에 가면 안주로 내주는 시샤모. 그것처럼 생긴 작은 뼈를 자세히 보면 등뼈도 있고, 둥근 두개골도 있고, 골반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다. 아오. 아이 몸 안에 다른 태아가 자리잡고 들어 있는 거였다. 이를 ‘태아 내 태아’라고 하며, 나도 이런 현상이 아주아주 드물게 일란성 쌍둥이 여아에게 있는 줄 알았는데 남아 일란성 쌍둥이 몸 속에 들어 있는 거다. 이 태아 속 태아는 벌써 세상 구경을 한 형제의 몸 속에서 형제의 몸에 있는 산소와 영양분을 빼앗아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가쓰히코는 날이 갈수록 비쩍 말라갈 수밖에. 의사는 당장은 곤란하고 조금 더 자라게 내버려둔 다음에 태아 속 태아가 바깥 세상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후에 외과수술로 적출해 인큐베이터에서 더 성장시킨 후 퇴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조치했다. 그 아이 이름은 와카히코.

  그런데 당시 가쓰히코 몸 안에, 정확하게 말하면 이번엔 왼쪽 옆구리에도 다른 낭포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척추, 손가락뼈, 안구, 머리카락, 이만 남기고 나머지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거나, 가쓰히코에게 흡수당했을 거라고 의사들은 추측했다. 그걸 몸에서 뺐는지 그냥 내버려두었는지는 책에 나오지 않는다.


  태아를 품고 있던 태아 가쓰히코는 자기가 품었던 와카히코 때문인지 평생을 빌빌거리며 살았다. 물론 신체 건강의 측면에서 보면 그랬다는 말이다. 유아기 때 치명적 영양손실이 평생을 갔을까? 하여간 5년에 한 번씩은 대학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사이클을 갖고 살면서도 대학의 철학 교수까지 역임하다가 책 중간 조금 지나 명이 다해 간다. 반면 와카히코는 엄마 배 속에서 열 달, 형 배 속에서 열두 달, 인큐베이터 속에서 또 몇 달을 지내서 그런지 만사가 여유만만하고 태평인 심성을 가져 덩달아 몸도 아주 건강하다. 가쓰히코와 달리 머리 쓰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 회사택시를 운전한다.

  두번째 일은 와카히코 부부한테 벌어진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혼인하고 임신해서 딸을 낳았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딸들을 낳았던 거였다. 두 딸은 가쓰히코와 와카히코처럼 한 명 속에서 다른 한 명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샴 쌍둥이처럼 몸이 붙은 상태였다. 붙기는 붙었으나 거의 정확하게 결합해 각각 신체의 반을 소유하는 형태. 작가는 이를 “완전 결합 쌍생아”라고 표현했다. 야누스. 일본만화 <마징가 Z>의 악당 주인공 아수라 백작 비슷하다. 겉으로 보면 한 몸이지만 왼쪽과 오른쪽에 각기 다른 인격이 들어 있다. 뇌도 당연히 다르고 시각, 시력도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임신 상태에서 합체하는 과정에서 비틀렸는지 어깨를 봐도 오른쪽은 굽어 있고 왼쪽은 솟아 있다. 두 몸이 하나로 합친 것이니 골격이 일반 사람보다 크고, 두툼한 몸을 가지고 있다.

  자세하게는 묘사하지 않았지만 두개가 있는 장기도 있고, 하나이지만 상대적으로 엄청 큰 장기도 있다. 심장은 하나, 폐는 둘. 자궁은 큰 하나이지만 분리된 상태로 질을 공유한다. 그러면 섹스와 임신은 가능하겠지? 천만의 말씀. 두 여자가 한 남자를 공유 또는 공동으로 사랑하기 전에는 어림도 없다. 자궁이 커서 생리 때마다 박리되는 표면적이 커 유난히 심한 생리통을 겪는다.

  이들의 이름. 오른쪽은 슌, 왼쪽은 안.

  처음에 독자는 이들이 결합 쌍생아인 줄 모르고, 화자 ‘나’가 있고 자매 슌이 등장하는 줄 안다. 그러다가 점점 이상해진다. 결국 이들이 결합 쌍생아, 완전한 형태의 샴 쌍둥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경악을 겪게 되는데, 그래서 나처럼 경악을 경험하시라고 모른 척하려 했으나, 출판사 책 광고에 다 나오는 걸 내가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밝히는 거다.


  이 이후에는 자매들이 세상을 사는 것, 큰아버지 가쓰히코의 죽음과 장례, 화장 과정. 그리고 이들처럼 완전한 결합 쌍생아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음양도라는 것이 있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만든 태극 모양의 그림. 태극은 태극인데 흰색 태극의 중앙에 검은 점이 있고, 검은 태극의 중앙에 흰 점이 있는 거, 보셨으리라 믿는다. 그걸 각각 양중음, 음중양이라고 한단다.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되고,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되는 것. 이런 대극, 커다란 극이 결국 하나의 원을 이룬다는 건데 서로 물려 있는 태극이 도롱뇽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그러면 49재는 뭘까? 제사? 아니다. 불교에서 재를 올린다, 할 때의 재齋. 이제 윤회의 끈을 풀어 영원히 생로병사의 환을 그리지 말라는 축원이다. 가쓰히코/와카히코 그리고 슌과 안의 음중양, 양중음의 회전을 그만 두자는 것일까? 그건 독자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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