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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 소시민의 칠거지악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이승진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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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는 좀 읽었다. 웃긴게, 나는 작곡가 쿠르트 바일을 통해 브레히트를 알게 된 점. 이 책에서도 <결혼식>보다 <소시민의 칠거지악>을 읽기 위해 골랐는데, 독일어로(움라우트 표기 생략) Die Sieben Todsunden der Kleinburger, 일곱가지 죽을 죄. 이것 역시 쿠르트 바일이 작곡한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먼저 들었다. 근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더라는 것. 이 작품이 바일이 브레히트한테 오페라 작곡을 위한 대본 성격의 희곡이 아니라, 발레극의 대본을 써달라고 해서 망명지인 파리에서 일부일 만에 썼다고, 역자 해설에 나온다. 해설을 읽은 다음에야 오페라가 이해가 되는 거였다.
브레히트는 나치의 마수를 피해 모스크바에서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을 지나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매카시 선풍이 불자 고국인 독일의 동베를린으로 귀환한 공산주의자. 그리하여 <소시민…>의 칠거지악, 일곱가지 죽을 죄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돈을 벌고 큰 집을 짓는 성공을 하기 위하여 저지르면 안 되는 죄목을 노래한다. 아주 지독한 반어법을 썼다.
첫째. 불의를 저지를 때 게으름을 피우는 행위
둘째. 자신의 상품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만
셋째. 비열함에 대해 분노를 표하는 행위
넷째. 스스로를 해하는 절제 없는 폭식
다섯째.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랑
여섯째. 배척당할 수 있게 탐욕을 드러내는 행위
일곱째. 더러운 방식으로 성공한 행복한 사람을 시기하는 행위
죽을 죄가 저러니 가사를 읽고 도무지 이게 무슨 내용인 줄 꿈 속에서나마 알아차릴 수가 있었으랴. 안나 1과 안나 2는 같은 사람으로 봐도 좋은데, 이들이 성공을 위하여 루이지애나에서 도시로 흘러든다. 출발한 곳 루이지애나에서 부르는 노래가 첫번째 죽을 죄. 이것이 서곡. 1곡은 그냥 도시. 뉴올리언스 정도로 보면 된다. 이곳에서부터 안나 자매는 온갖 나쁜짓을 하는 데 게으름이 없다. 2곡은 멤피스. 카바레 댄서로 취직을 하고, 3곡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배우를 한다. 4곡의 필라델피아에서 스타가 되었는데 안나2가 먹성이 좋아 살이 찌기 시작해 폭식이 죽을 죄가 되는 것이고, 5곡은 보스톤에서 부자 남자 에드워드와 가난한 남자 아돌프 가운데 부자를 꼬인다. 이어 6곡으로 가면 테네시, 부자 남자 에드워드는 안나2 때문에 거렁뱅이가 됐고 이를 비관해 권총자살 해버렸다. 이어서 두어 명의 남자도 목을 매든지 빌딩 옥상에서 자유낙하 해버렸다. 마지막 7곡에서 두 안나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다시 루이지애나로 돌아와 큰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산다. 나는 행복하니까 시기하지 말라는 것. 흠, 그랬군.
그런데 <소시민…>은 단연 무대 공연을 보아야 한다, 라고 주장하고 싶다. 유튜브에 Seven deadly sin을 검색하면 화려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웃기고, 그로테스크하며 한편으로는 험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브레히트-바일 콤비가 원래 좀 그렇다.
사실은 원래 책의 목적인 <소시민의 칠거지악>보다 <결혼식>을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단막극. 결혼식이 막 끝나고 신혼부부 마리아와 야콥의 집에서 축하연을 하며 생긴 일이다. 처음엔 정상적인 파티로 시작하지만 점점 엉망진창이 된다. 야콥은 아마추어치고 자신의 손재주에 자만심이 있어서 집안의 가구를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 아교도 자기가 끓여 나무를 붙였는데 극의 후반으로 가면 이 아교에서 나는 냄새가 등장인물들을 환장하게 만들어버린다. 근데 이건 나중 일이고 처음엔 축하연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자기 이야기만 떠들어댄다. 그러니 소통도 없고 오직 시끄러울 수밖에. 그리고 당연히 말하는 사람과 듣지 않는 사람과 또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도 생길 수밖에. 그게 점점 심해지면 나중엔 신랑, 신부, 마리아와 야콥 사이에도 껄끄럽게 변한다.
각자 떠들어대다가 드디어 춤 출 시간이 되지만, 전통적으로 제일 첫 춤은 신혼부부가 마빡을 맞대고 추어야 하거늘 각자 다른 파트너를 골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조금 후에는 사람들이 기대고 있는 가구가 뿌지직 부러지거나 다리가 떨어지거나 하여간 뭔가가 다 망가지기 시작한다. 사람들 사이도 마찬가지. 마리아의 동생은 손님으로 온 남자와 즉석 연애를 시작하고, 하객 한 명은 마리아가 결혼하기도 전에 임신을 한 것을 은근히 비꼰다. 이 시절이 1920년대라서 혼전임신이 상당한 수치였던 모양이다. 사태가 심각해진데다가 앞에서 말한 아교 냄새, 악취가 진동해 축하객들이 모두 퇴장한다.
드디어 둘만 남은 신혼부부. 이들은 젊은 사람답게 금방 화해하고, 이제 남은 게 딱 하나 있지? 그걸 치루기 위하여 야콥이 마리아를 번쩍 들고 침실로 가서, 침대 위에 내려놓는 순간, 와지끈, 침대마저 부서지고 만다.
역자 이승진 원광대 명예교수는 이 작품을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비판, 개인의 소멸 같은 말을 보태 설명하고 있다. <소시민…>은 그렇게 해석을 해야 감상이 가능하지만, <결혼식>은 그저 재미있는 코미디로 생각하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브레히트 참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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