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분위기
박민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985년 서울생. 중앙대 문창과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석사 수료. 이후 계속 소설을 쓰고, 직장생활은 안 한 거 같다. 그랬다는 게 아니라 짐작이다. 여러 상을 받았다. 요즘엔 최우수상 혹은 대상 말고 여럿한테 주는 우수상 같은 것도 있어서 누구나 다 받는 거 같은데, 문학동네 주최 젊은작가상은 확실하게 대상을 받았다. 다른 상에 관해서도 검색해보려다 말았다. 하긴 소설 쓰는데 무슨 상 받은 게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바비의 분위기》가 내가 처음 읽은 박민정이다. 단편소설 일곱 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작품이 골고루 마음에 든다. 오히려 내가 놀란 것은 문학평론가 송종원이 쓴 해설 “괴물과 사실, 그리고 앎의 장치로서의 소설”의 앞부분이다.


  “박민정의 소설은 어딘가 다르다. 실험성이 강하다는 표현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하나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지금까지 읽어온 소설과는 확실히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이 다른가. 이 작가의 소설은 어딘가 좁은 길을 복잡하게 걷는 듯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 (p.240)


  음. 내가 여태 우리나라 현대 소설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잘 설명해주는 문장들이다. 나는 박민정의 소설이 매우 익숙하다고 느꼈던 건데, 이게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소설이 “어딘가 좁은 길을 복잡하게 걷는 듯한 행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던 거다. 즉 스토리들이 하나의 길을 따라 최후의 순간을 향해 똑바로 진행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지금 소설을 읽는 독자들한테는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 같다. 이것을 세월 탓, 세대 차이라고 해도 불만 없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러나 박민정의 소설을 같은 이유로 올드하다고 판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실린 일곱 작품 모두, 내가 (미안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걸 용서해주기 바라는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온 씨 다른 자매, 형제 같다고 한 적 있지만, 박민정은 그렇지 않다. 읽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겠으나, 박에게 다른 작가들한테 흔히 보이는 섬세한 디테일, 그러나 한결같이 이거나 저거나 비슷해 보이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핏줄 같거나 거미줄처럼 보이는 세밀한 감정의 떨림 같은 거, 이런 거 기대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좋다.

  이 책 읽고 3일 정도가 지났고 사이에 다른 책도 읽는 바람에 작품들의 내용이나 감상이 많이 흐트러져 자세하게 쓰지는 못하겠지만, 사회의 다양한 실제 모습에 근거하여 문제점과 폭력의 결과를 드러낸다. 물론 이것들의 해석에 집중하느라 해결에 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읽히지만.


  작가의 나이가 이제 마흔. 본격적으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한 좋은 시절이다. 앞으로 더 낫고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기 바란다. 처음 읽어봤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아마추어가 잘 읽었을 뿐이라서 작가가 그리 기뻐하지는 않겠지만.

  아무쪼록 건필을 바란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