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
에이미 헴플 지음, 권승혁 옮김 / 이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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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에 시카고에서 태어나 16세에 캘리포니아로 갔다가 70년대 중반에 뉴욕으로 이사했단다. 이 책은 헴플이 1985년에 펴낸 첫 작품집이라고 하니, 많은 작품이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하는 게 이해된다. 수많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자)최근에는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에서 MFA, 예술분야 실기 석사과정을 가르치고 있단다. 단편 전문 작가.


  단편 전문이라서 그런지 열다섯 작품을 2백쪽도 되지 않는 분량에 때려 넣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책이지만 그래도 한 페이지에 스물두 줄이 들어가게 편집했다. 아쉽게도 나는 며칠 전에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집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를 읽었다. 그래서 아직도 머리속에는 캘리포니아와 근방의 이곳저곳이 바글바글하다. 물론 브라우티건의 캘리포니아는 전쟁 시절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라서 헴플의 캘리포니아와는 많이 다르지만 하여간 그렇다.

  이 책은 읽어보라고 권유를 받은 후 곧바로 도서관 책 검색을 해서 관심도서에 등록을 해 놓았다가, 내가 다니는 집에서 백 미터 떨어진 도서관에는 없어서 상호대차 신청을 해 읽었다. 권유를 받고 정말로 읽은 터울이 너무 길어 권해주신 분께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여간 그래서, 좋은 책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이 문제였을까? 영어 원문은 어쩐지 모르겠다. 역자 권승혁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우리말로’ 책으로 낸 《사는 이유》는, 읽을 때는 문장이 섬세하고, 자연스럽고, 품위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머리속이나 마음 속에 남은 작품은, 아쉽게도 한 편도 없다. 아무래도 에이미 헴플은 서사를 읽을 생각을 하면 마땅하지 않은 작가인 것 같다. “것 같다”라고 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짐작이다, 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문장이라도 머리/마음에 남아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별로 그렇지 않다.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하나는 원서로 읽어야 제 맛이 나는 작가. 둘은 내가 제대로 알 수 있는 수준의 작가가 아닌 것. 어떤 경우라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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