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Ⅱ
돈 드릴로 지음, 유정완 옮김 / 창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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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드릴로. <화이트 노이즈>를 읽자마자 이이의 다른 작품을 검색해보고는 깜박 잊은 사이에 벌써 2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다. 이런 게으름이라니. 안 되겠다. 이이가 쓴 다른 책은 모두 보관함에 쓸어 담아야지. 올해 안에 몽땅 읽어보리라. 이 책, 표지에 등장하는 마오의 사진이 별로여서 그렇지 정말 재미있다. 독후감 시작하기 전에 말씀드리노니, 일독해 보시라.
  돈 드릴로는 뉴욕의 이탈리안 타운인 아르투르가(Arthur Avenue) 바로 옆 브롱크스에서 태어나 작은 집에 열한 명의 식구들이 복닥복닥, 이탈리어와 영어와 이탈리아와 영어가 마구 섞인 희한한 언어를 사용하며 성장했다. 돈의 할머니는 미국으로 이민 온지 무려 5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영어를 못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혹시 돈 드릴로가 유대인 아닌가 궁금했었는데 이탈리아 중남부 사람답게 가톨릭 가족이었다고 한다. 10대 시절 미국의 긴 여름방학 내내 주차단속원으로 일하면서 하도 시간이 남아돌아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전까지는 자신이 작가가 되리라는 걸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이런 드릴로가 쓴 책을 읽어보면 다른 작가들과 비교해 늦게 책읽기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관심사가 매우 다양한 것에 놀랄 수 있다. 텔레비전, 핵전쟁, 스포츠, 언어의 다양성, 행위예술, 냉전, 수학, 디지털 시대의 도래, 정치, 경제, 세계적 테러리즘 등(위 내용은 Wikipedia에서 인용).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기 시작해 처음엔 컬트 작가로 알려졌었다가 <화이트 노이즈>를 써서 전미도서상을 받은 이후 명성이 나기 시작했단다. <화이트 노이즈>, 상 받을 만한 책이다. 이후 이 책 <마오 II>가 1992년에, <언더월드>가 1998년에 퓰리처 상 최종심사에 올라 두 번씩이나 영광의 준우승을 거두었으며, <마오 II>는 결국 그 해, 그러니까 1992년에 펜/포크너 상과 만 오천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펜/포크너 상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 펜클럽 같은 곳에서 따로 포크너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상 아닌가 싶다. 뭐 아니면 말고. 이리 장황하게 떠드는 건, 위에서 잠깐 얘기했듯이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이 표지 디자인에 불만을 품고 이 재미있는 책의 구입을 머뭇거릴까봐 그런 거다.
  <마오 II>는 R.O.Korea의 명성을 전 세계에 널리 떨친, 지구상 일찍이 유례가 없던, 무려 13,000명이 모여 만든 6,500쌍의 합동결혼식이 그들의 진정한 아버지, 대한민국 문선명 총재의 주관하에 다른 곳도 아니고,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거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하얀 비단 성복과 붓꽃으로 장식한 높다란 관을 피부만 남은 머리에 올린 채 모두 통일된 하나의 민족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해 이틀 전에 처음 만난 한국 남자 김조박과 결혼한 캐런.
  책에서 말하는 ‘마오 II’, 앤디 워홀이 그린 비슷비슷하게 생긴 마오의 초상화 비슷한 회화 작품의 하나. 즉 그림의 제목. 책에서는 원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방황하는 젊은 시절을 십 여 년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미니애폴리스 대학에서 일 년을 다니지만 또다시 자퇴하고 마약과 상실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얼굴 없는 작가 빌 그레이의 소설을 읽고 그를 기어이 찾아내 조수가 된 ‘스콧’이 진짜 오랜만에 뉴욕에 들러 워홀의 전시회를 보고 사온 복제그림을 뜻한다. 물론 책이 진행되면서 저 뒤쪽으로 가면 레바논의 공산화를 위해 투쟁하는 일단의 테러리스트들이 중국대륙을 공산화시킨 마오 역시 처음에는 농민무리 몇 십 명의 오합지졸로 시작했다는 말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책의 순서대로 문선명 교주 - 마오저뚱 - 이란의 호메이니로 연결되는 단체 최면술사들을 이야기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근데 스콧이 왜 뉴욕에 갔느냐 하면, 주인공인 소설가 빌 그레이가 극소수의 사진만 남긴 토머스 핀천이나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처럼 완전 은둔형의 소설가인데,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영정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작가들의 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브리타 닐슨을 데리러 간 것. 그래서 책은 난데없이 문 총재에 의한 합동결혼식 이후 은둔 작가 빌 그레이와 조수 스콧, 사진작가 브리타 닐슨, 스콧이 휴가 중에 알게 되어 데리고 온 통일교 광신자 캐런에 의하여 상당부분 진전되다가, 1부의 마지막에 스위스 출신의 시인 한 명이 베이루트에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갑작스럽게 반전을 맞게 된다.
  이 책 역시 위키피디아가 소개한 작가의 특성답게 텔레비전, 스포츠, 언어의 다양성, 행위예술, 냉전, 디지털 시대의 도래, 정치, 세계적 테러리즘 등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이미 경험해 충분히 알고 있는 후세의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이 불운한 기운에 휩싸이는 장면을 읽으면서, 이 책의 발간연도가 사건이 생기기 10년 전이란 걸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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