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사이의 식사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56
강봉덕 지음 / 실천문학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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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시집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는 ‘시인의 말’을 싣는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더 낮아진다는 것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세상을 맑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맑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인의 말’을 길게 써놓은 시인 강봉덕. 그러나 시인이여, 세상은 시가 없어도 기가 막히게 잘 굴러갈 것이며, 특별히, 시를 빙자해 교묘한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면 심지어 아름다운 세상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며, 더욱 특별하게, 껍데기들이 가 주기만 한다면 대한민국의 인구증가율까지 높아질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다 사랑하며 살게 될 거 같으니까.
 공개된 장소에 독후감을 쓰면서 난감한 일은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 작가, 시인들의 작품에 대하여 ‘솔직하게’ 독후감을 쓰는 일이다. 몇 번 인용을 했지만 누군가가 유명 시인 김x정에게 “이게 시냐?”라고 문자를 보내자 적어도 오줌발 하나에 관해서는 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시인이 “이게 시다, 씨발놈아!”라고 답글을 쓰려다 말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듯이, 일개 독자의 독후감일망정 혹평을 하면 “xxx입니다.” 자신이 글을 직접 쓴 작가임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해, 쉬운 얘기로 하자면, 쥐똥도 모르면서 함부로 짖지 말라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는 일이 제법 있다. 나? 당연히 나도 몇 번 경험했다. 처음에는 대응하다가 이제 그런 댓글 올라오면 안면 덮고 그냥 지워버리고 말지만 절대 개운한 기분을 유지할 수 없다. 당연하지. 작품을 쓴 시인, 작가들은 나름대로 전력을 다 해 자기가 뽑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씨줄과 날줄을 엮었을 터이니. 근데 문제는 독자인 내가 읽기에 마음에 하나도 들지 않을 뿐이란 점. 내가 무식한 것도 알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유사 이래 독자의 수준이 낮은 걸 통탄해마지않았던 쥐뿔도 없는 시인, 작가는 언제나 어디서나 무궁무진하게 많았지 않은가. 독자의 낮은 수준은 시인, 작가들이 깔고 앉아야 하는 형틀이다. 그걸 핑계로 독자의 혹독하고, 이해할 수 없고, 무식하기까지 한 비평을 비난하지 말지어다. 너희들은 똑똑한 족속이니까.
 시집의 경우엔 한 권 읽으면서 두 편의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면 횡재, 한 편의 시는 본전, 아예 없으면, 꽝이지 뭐. 이런 의미에서 강봉덕의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는 나한테는 꽝이다. 오죽했으면 독후감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것이 책의 뒤 끝에 달린 ‘시인의 말’이었겠는가.
 내 취향에 이 시집은 맞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시들에 관해 독후감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아, 이 다음에 줄줄이 써내려간 나머지는 싹 지워버렸다. 그러나 시인이여, 나는 그저 일개 아마추어 무식한 독자일 뿐이니 당신은 계속해서 시를 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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