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4
페르 라게르크비스트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라바>도 오래 전 신년 연휴가 3일일 때 거의 한 해도 빼지 않고 흑백 TV를 통해 봤던 영화다. 안소니 퀸이 타이틀 롤을 하고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아마 실바나 망가노도 출연하지 않았나 싶다. 난 그때도 유물론자 비슷한 기질로 영화를 하나도 재미없게 봤는데, 작년에 영화는 진짜 지루하게 봤던 <쿠오바디스>를 소설로 대단히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은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은근한 기대를 걸고 <바라바>를 골라 읽게 됐던 거디었던 거디다.
 책 뒤에 있는 역자 해설을 읽어보면, 작가 라게르크비스트 자신은 스스로를 “신앙 없는 신자, 종교적 무신론자”라고 칭하면서, 주인공 바라바 역시 기본적으로 기독교에 대하여 이런 시각을 갖고 방황과 회의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추어 독자로 드는 의심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라게르크비스트의 <바라바>가 완역인가, 하는 점이다. 본문이 160쪽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는 결정적 작품이 바로 이 <바라바>라는 건, 그가 노벨상을 수여하는 한림원이 자리한 스웨덴 사람이라는 이유 말고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의 길이가 길지 않다고 해서 책을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이 책의 미덕은 성경엔 몇 줄 나와 있지 않다고 하는 산적 두목 바라바에 관한 언급을 저 멀리 로마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는 거 말고 또 뭐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그러나 바라바가 늙어 로마에 도착할 당시를 다룬 책으로 1905년에 역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위에서 말한 시엔키에비츠의 <쿠오바디스>가 있는데, 이 <바라바>가 1951년의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쿠오바디스>를 능가하거나 대등한 작품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림도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막 읽기를 마치고 혹시 이 책이 라게르크비스트의 역작을 대폭 축소한 요약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 중이다.
 혹시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무수하게 많이 분포하고 있는 기독교 신자들께서 몸소 읽어보시면 하느님의 은총에 감동, 감화 받을 수 있을지는. 하지만 아직도 집 나간 검은 양에 머물고 있는 나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비록 짧기는 하지만 읽기가 매우 곤란한 경험 말고는 느낀 게 없었으니, 이걸 어쩌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