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매너헌이 런던 심포니를 지휘하고 당시 미국 국가대표 남성 성악가였던 제리 해들리와 제임스 모리스가 각각 에벤과 케벗 씨 역을 했음에도, 작곡가가 각 소절, 거의 모든 소절을 레가토처럼 쓸데없이 길게 끄는 바람에 어처구니없게도 원작 자체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끄게 만들어버렸다. 물론 오페라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저 까마득한 선배 작가들이 만든 <페드라와 이폴리트>, <메데이아>에서 조금씩 재료를 가져와 의붓 엄마와 아들 사이의 성적 접촉, 유아 살해 등을 다루고 있지만, 하여간 오페라는 이번에 읽은 원작과 비교하자면 한참 재미없었다. 그래 지금 뭐라 후회하고 있는가 하면, 아 씨, 진작 읽을 걸.
엇, 이제 보니 책의 주제를 노출해버렸잖아?
나는 <밤으로의 긴 여로>의 독후감을 딱 한 줄 썼다. “피를 토해 쓴 백조의 절창”이라고. 이거 말고 더 할 말이 없었다.
<밤으로의 긴 여로>도 그렇고 <느릅나무 아래 욕망>도 그렇고, 둘 다 이이의 절창이다. 도무지 어떻게 반론을 펼 여지가 없을 만큼의 욕망과 사랑과, 집착과 광기가 몰아친다. 이 책을 이미 읽으신 분은 틀림없이 동의하시리라 믿는다.
그래서, 다 읽고나면, 심정적으로, 후달린다.
피곤하지만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의 희곡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뭐랄까, 만만하지 않은 부담감이 한 방에 확 밀려드니 각오하고 읽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