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리스 -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 외 5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2
진 리스 지음, 정소영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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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의 작품을 보면 <제인 에어>를 비틀어 20세기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통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 서인도제도에서 4분의 3 백인, 같은 말로 4분의 1 흑인으로 태어나 식민지 시민으로 성장하다 런던으로 유학 중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하여 갑자기 들이닥친 피부색, 식민지 출신, 여성, 가난이라는 굴레로 좌절하고, 방황하는 자포자기의 모습이 작품 안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그래봤자 <한밤이여, 안녕>, <어둠 속의 항해>와 이번에 읽은 단편집에 불과하니 섣부른 결론일 확률이 높지만.
 이들 작품 속 주인공들은 공교롭게도, 또는 필연적으로 작가의 삶과 매우 유사한 환경에 처해 있다. 그리하여 이 책에 수록된 51편의 단편소설은 전반적으로 우울한 안개 속을 정처 없이 걷는 것 같다. <한밤이여, 안녕>의 무대는 프랑스 파리. 영국에서의 삶에 지쳐 도피하듯 파리의 삼류호텔에 세 들어 사는 여인 소피아를 등장시켜, 자신을 고독의 심연에 그냥 내버려 두라고 절규함으로써 오히려 지독한 고독에 빠진 자신을 구해달라고 SOS를 타전하는 광경을 절절하게 그려냈듯이, 단편집의 앞부분에선 무대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로 설정한 작품들이 일군을 이룬다. 말이 51편의 단편소설이지 그렇게 많은 작품들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소개할 기억력은 내게 없어서, 그저 작품의 무대는 앞에서 얘기했듯 파리, 런던 및 (실제로 리스가 한 시절 몸담았던 전국 순회극단의 배우노릇을 하느라 다녀본)영국의 지방도시,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당연하게 서인도제도, 이렇게 다섯 곳에 국한한다.
 장소에 관계없이 작중 중심인물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 당시 기준으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인간 마네킹, 순회극단 삼류배우, 살롱에서 노래하는 가수, 환자, (간혹 남자나 친구에게 신세를 지는)실업자, 노인, 서인도제도의 소녀 등이다. 한 번에 많은 단편을 읽어, 이 가운데 좋은 작품도 많고, 너무 짧거나 중복되는 것들도 있는데 그걸 다 이야기할 기운이 없다. 그래 좋은 책의 감상문을 제대로 적을 수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쓸데없이 길게 늘여 쓰는 것도 헛된 일일 것.
 편편이 가슴을 적시는 것들이다. 사셔서 나처럼 무식하게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마시고, 두었다가 생각나면 한두 편씩 음미해가며 읽는다면 진짜 제대로 된 감상을 하실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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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4-15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아직 절반 정도까지만 읽었습니다! 하하하. 현대문학단편선은 한꺼번에 몰아 읽는 것보다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하루에 한두편씩 읽는 게 더 좋더라고요.

Falstaff 2019-04-15 10:04   좋아요 0 | URL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