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사볼타 사건의 진실>, <경이로운 도시>,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 <구르브 연락 없다>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읽은 멘도사. 이 정도면 멘도사 팬 맞지? <사볼타 사건의 진실>을 읽으면 저절로 <경이로운 도시>를 읽게 마련이고, 그 담엔 당연히 멘도사의 팬이 된다. 이렇게 두 작품 말고, 이어서 읽은 셋, 넷, 다섯 번째 작품은 ‘소품’으로 구분해도 그리 틀리지 않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기발하다’는 것.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에선 정말로 어린 예수가 등장하고, 로마인 폼포니오가 당연히 예수의 유소년 시대에 간여하면서 겪는 역경을, <구르브 연락 없다>에서 ‘구르브’는 인간이 아니라 바르셀로나를 탐험하는 외계 생명체이고,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은 정말 미친 사내, 그러나 광증 때문인지 복잡한 사건을 서로 엮어 꿰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전직 범죄자를 5년 만에 잠깐 정신병원에서 꺼내 또 다른 범죄사건에 연루시키는 이야기다. 소품들의 특징은, 재기발랄하다는 것.
 <어느 미친.....>의 키워드 역시 유머 코드. 출생부터 검사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부르주아이며,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알아 UN에서 통번역을 직업으로 했던 멘도사가 이번에도 바르셀로나의 가장 하층 계급 속에서 좌충우돌, 숱한 블랙 유머와 갖은 기발한 발언과,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의 폭죽놀이를 벌여낸다. 정신병원 안에서 축구단을 결성해 죽기 살기로 시합을 하다 갑자기 병원장 수그라녜스와, 형사반장 플로레스 경위와, 여학교 교장 수녀의 호출을 받아, 한밤의 기숙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이틀이 지난 새벽 갑자기 등장한 여학생의 비밀을 밝히는 임무를 받는다. 왜? 애초에 이 미친 사내의 전직이 범죄자이자, 미친놈이자, 범죄자들과 형사들을 잇는 명예로운 프락치 또는 스파이, 혹은 이중 배신자였기 때문에.
 <구르브 연락 없다>에서 구르브가 바르셀로나에 처음 등장해 퍼마신 분수 물을 분석해보니 물과 똥으로 구성됐다고 했듯이, 사내에게 수그라녜스 원장이 펩시콜라 한 잔을 주며 5년 만의 외출을 허락한 순간, 미친 사내의 겨드랑에선 축구시합 동안 흘렸던 땀 때문에 지독한 액취를 뿜어내고 있었던 거다. 이후 책이 끝날 때까지 이 미친 사내는 단 한 번의 샤워도 하지 않고, 오히려 온갖 쓰레기와 상한 생선 등 비린내 나는 모든 것의 총합까지 더해져 무지무지한 악취로 인류를 질식시키게 된다. 그것도 모자라 완전히 낡은 600cc 메르세데스를 운전하고 다니는 아름다운 메르세데스의 집에 하루를 묵게 되는데 (헛된 희망은 품지 마시라. 그리 냄새나는 남자와 사랑을 맺을 여자는 없으니까!) 그녀의 부모가 명절 때마다 와서 자는 침대에 글쎄 오줌까지 싸버리는 만행도 불사한다.
 멘도사가 서문에 뭐라고 했느냐 하면, 이런 작품을 쓰기로 하고 주인공을 설정한 다음부터 자신이 한 일은 미친 사내가 하는 짓을 따라가 그대로 적기만 했다는 거다. 사내가 만들어내는 자기 이름이 한 스무 개(조금 과장) 정도 되고, 그것도 작가가 지은 것이 아니라 사내가 특정 상황을 만나 그냥 스스로 이름을 댔다고 하니, 참으로 뻥이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로 몰두해 작품을 썼다는 뜻이라고 이해하면 될 거다.
 이 책, 재미나고 나온 지도 15년 가까이 됐으니 예전 정가 8,500원이 그대로 적용되어 값도 싸다. 거기서 10% 에누리 받으면 7,650원. 이 정도를 지불하고 하루를 즐길 수 있으면 요새 말로 ‘가성비’는 죽여주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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