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시티 민음사 모던 클래식 17
레나 안데르손 지음, 홍재웅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덕 시티. 표지에서 보듯 오리들이 사는 도시다. 굳이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을 거론하자면 도널드 D. 그냥 쉽게 연상되듯 도널드 덕. 스웨덴 사람이 쓴 풍자적 우화소설. ‘덕 시티’는 미국을 모델로 한 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고, 실제 역자 해설에서도 “그로테스크한 미국을 상징한다.”고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 도널드에게 (패스트푸드를 하도 많이 먹어 뚱뚱한)조카가 세 명 있는데, 날씬한 청년들이 다 전쟁터에가 몰살을 당하니까 일찌감치 지원했음에도 부적격자로 입대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던 조카 셋이 전부 세상의 어느 곳에 있는 사막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다. <덕 시티>가 2006년 작품이며, 스웨덴은 애초에 이 전쟁과 상관이 없으니 당연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이야기하는 것이겠다.
 방금 다 읽고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스칸디나비아 출신 작가들이 (이탈리아 작가들과 더불어) 한국 문학계에 블루칩으로 떠오르기 시작해, 조금, 아니, 많이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독후감의 처음부터 솔직하게 얘기하긴 조금 그렇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작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작가가 왜 사막에서의 전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스토리 중간 중간에 참전한 조카들 이야기를 삽입하고, 마지막에 세 조카 가운데 한 명이 생존해 돌아오는 것으로 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처음부터 에이햅, 아 참, ‘에이햅’이라니까 나중에야 눈치 챌 수 있었잖은가, 흔히 쓰듯이 ‘에이해브’라고 해야 <모비딕>의 광기어린 포경선 선장을 떠올릴 텐데, 하여간 에이햅 군대에 의하여, 뉴욕에서 벌였던 원조 ‘범죄와의 전쟁’ 비슷한 ‘흰 향유고래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권력자들, 작전과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패스트푸드를 열라 만들어 파는 회사 JvA 사장이자 ‘덕 시티’ 대통령의 친구, 흰 고래들, 흰 고래는 아니지만 그들의 인권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인간들만 작품의 대상으로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글 읽고 이리 생각하는 것이 독자의 권리이듯이, 하고 싶은 얘기 쓰는 건 작가의 권리이니, 뭐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서 흰 고래라는 게 뭐냐 하면, 초고도비만자들. 그들이 공통적으로 몸에 달고 다니는 지방 덩어리를 일컫는다.
 국민들이 점점 고도비만의 지경으로 처하는 걸 보다 못한 대통령이 하루는 에이햅 작전을 벌여 뚱보(흰 고래)들을 대상으로 지방 퇴치 작전을 벌이는 이야기. 날이 갈수록 비만을 악덕시하는 바람에 덕 시티에선 체지방률이 높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비인간 비슷하게 취급을 받기 시작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가니까 정상인들도 체지방률 0(zero)를 위해 단식과 과격한 운동으로 죽어 자빠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다분히 문명 비판적이고, 현대 육체에 대한 미학을 비꼬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솔직히, 별로 재미가 없다는 거. 지금은 품절.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에 좋은 작품이 많아 기대하고 골랐다가 김이 좀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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