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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페인 상식 ㅣ 효형 클래식
토머스 페인 지음, 남경태 옮김 / 효형출판 / 2012년 3월
평점 :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 화자로 등장하는 네이선 주커먼이 주인공 아이라 린골드를 멘토로 여기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轉機가 바로 토머스 페인이 쓴 <상식>이다. <상식>은 1776년 1월에 필라델피아에서 발간한 소책자로 아메리카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서문과 네 가지 텍스트 및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초간본이 나온 18세기가 아닌 현 시점에서 3부 “아메리카의 현재 상태에 관한 고찰”과, 4부 “현재 아메리카의 힘에 관한 몇 가지 잡다한 생각”, 그리고 부록은 이미 지나간 역사의 한 순간에서 당대 선구자가 생각했던 투쟁의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어서 더 이상은 인상 깊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메리카의 현재”와 “현재 아메리카”라는 것이 1776년의 영국 식민지 지배 하의 유럽 이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부 “정부 일반의기원과 취지, 그리고 영국 제도에 관한 간략한 고찰”과 2부 “군주제와 권력 세습에 관하여”는 21세기의 세계사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페인은 왕에 의한 정치, 즉 왕정을 가장 저급한 통치체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거기다가 왕권을 세습하는 행위 그 자체가 세상이 거의 모든 죄악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당연히 일련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입헌군주제를 선택하고 있는 영국 역시 당대 유럽의 왕국들과 다를 바 없는 체제로, 부도덕한 왕실을 유지하기 위해 부당하게 아메리카를 탄압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지만, 그런 논조를 펴기 위해 주장하는 페인의 세계관은 당연히 심사숙고해볼 만하다. 그동안 240년여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당대엔 아메리카의 건전한 시민(당연히 백인 남성들만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모두에게 식민지의 독립, 즉 식민모국의 입장에서 보면 혁명을 주장하는 사자후였겠으나, 시대가 변한 21세기에 와서 <상식>이란 소책자를 읽기 위한 적절한 시기는 고등학생 높은 학년 정도일 것 같다. 그 정도 연령대에서 정치체제와 권력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현재 세계 정치상황에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각을 세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히 좋은 저작이긴 하지만 미국인이 아니라면 전편을 다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부와 2부만 인터넷이고 어디고 간에 볼 수 있다면 참 좋은 한 편의 강의講義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