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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트린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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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생겼다. 그러나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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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개정판 표지이지만 역시 품절
지은이가 ‘빠트릭’ 제목에 ‘까트린’ 어딘지 뭔가 빠뜨리고 까버리는 수준을 넘어 까서 깨뜨린 듯한 느낌의 이름들.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찍은 책이다. 놀라지 마시라. 본문 107쪽. 삽화가 반. 헐렁헐렁한 편집. 읽는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지은이가 201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트릭 모디아노. 삽화는 유명한 장 자끄 상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도라 부르더>, <까트린 이야기> 이 세 작품으로 난 위대한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누가 읽어도 단편소설이다. 전후 프랑스에서 3년 동안 부녀가 살다가 뉴욕으로 건너가 살고 있던 아내, 엄마와 합칠 때까지를 안경 쓴 소녀의 시각으로 그린 작품. 인간의 허위에 대한 따뜻하고 귀여운 해석도 있고 뭐 그런데 이 정도의 단편소설 딱 한 편을 ‘단편소설의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읽히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열린책들’한테도 푸짐하게 욕 한 바탕 썼다가 방금 지우고 다시 쓰는 중이다. 명예훼손이니 뭐니 지랄들 할까 싶어서. 요즘 나 엄청나게 소심해졌다.
이 책이 1996년 초판이고 절판이다. 지금 검색해보니까 <발레소녀 카트린>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2003년에 다시 찍었는데 그건 품절이다. 역자 이세욱이 1962년생. 내가 정작 진짜 놀란 것은 이세욱의 단어 쓰는 거였다.
“내가 안경을 벗으면 아빠도 나를 따라했다. 우리 주위가 온통 부드럽고 오련했다. 시간마저 흐름을 멈춘 듯했다.” (14쪽)
“오련하다”라니. 참 안 쓰는 단어인데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면 “① 형태가 조금 나타나 보일 정도로 희미하다, ② 빛깔이 엷고 곱다, ③ 기억 따위가 또렷하지 않고 희미하다”고 나온다. 안경을 벗었다니 여기선 ①번 사항일 것이다. 대개 ②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단어지만.
또 “그는 내숭스럽고 우악한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20쪽)
“우악하다” 역시 대개 우악스럽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전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쓰는 것도 맞다. 이거 말고도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찾아 사용했는데, 작품의 시대가 전후 복구시대의 프랑스여서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더 살려주는 기재로 작용한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정말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빠트릭 모디아노의 책은 나하고 맞지 않아서, 절대 그의 작품이 좋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직 하나, 나하고 맞지 않아서, 앞으로 읽지 않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