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이가 쓴 <남자의 자리>라는 소설은 아빠가 죽고, 장사를 치룬 다음, 아빠와 작가가 맺었던 관계를 정리하는 짧은 소설이었다. <한 여자>에서 ‘한 여자’는 자신의 엄마를 일컫는 말로, 이번엔 엄마가 노인요양원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망신고를 하고, 장사를 지내고, 매장을 한 다음, 일찍부터 알츠하이머에 시달려 와 새삼스럽지는 않은 엄마가 진짜 죽었구나, 라는 실감을 하고, 펑펑 울고 나서(있을 때 잘할 걸!), 엄마의 탄생부터 결혼, 출산, 맏이의 죽음, 작가의 탄생과 한 가족을 중심으로 엄마가 평생 살아온 내력을 쓴 작품이다.
 아빠가 죽은 다음에 쓴 <남자의 자리>는 좀 건조한 문장으로 만든 반면, 엄마의 죽음을 다룬 <한 여자>는 같은 여자여서 그랬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을 충분히 담아 엄마와 딸, 넓게 얘기해서 부모와 자식 간의 복잡한 소통과 헌신 등을 깔아 놨다.
 나 이런 소설 읽고 감동하지 않는다. 세상에 안 죽는 부모 있으면 딱 두 명만 대봐. 간혹 가다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뼈가 빠지게 고생을 하며 자식새끼들을 위해 헌신을 한다. 그 헌신으로 인해 자식들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걸 번히 알면서도 도무지 멈추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기어코 부모가 마지막 숨을 거두어야 옛 생각하면서 내 부모는 그랬지, 우거지 궁상을 떨어봐라. 너네 부모만 그랬니? 이런 지청구나 실컷 얻어 자실 것이리라.
 나 이런 소설 읽고 감동하지도 않고, 공감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 <한 여자>가 내가 읽는 아니 에르노의 마지막 작품일 것이다. (라고 써놓고 보니까 윽, 벌써 사 둔 책이 한 권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 얘네들도 참 맘에 안 든다. <남자의 자리>도 간신히 100쪽 넘고, <한 여자>도 간신히 100쪽 넘는다. 그리고 아니 에르노의 친아빠와 친엄마 이야기다. 두 짧디 짧은 소설을 한 권에 묶어 찍으면 어디 덧나? 꼭 욕 못하는 사람 욕하게 만들고 지랄이다. 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