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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흠. 김혜나의 데뷔작이자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인 <제리>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에 차 다음 작품 <정크>를 읽었다. 김혜나. 요즘 핫한 소위 82년생 개띠다. <정크>가 세상에 나온 해는 2012년. 작가의 나이 서른 살 때. 나름대로 세상 살면서 겪을 거 다 겪었다고 생각하기 쉬운 나이다.
<제리>가 22세에서 24세 가량의, 인천 소재 2년제 야간대학에 재학하는 여학생들의 방황과 절망 등을 세미 포르노 수준의 성애장면을 통해 절절하게 호소했는데, 여학생들 가운데 하나가 나이 먹어 스물일곱 살이 되고, 성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꿔 <정크>의 주인공 ‘성재’가 된 느낌이다. 학생시절의 루저가 드디어 졸업을 하고 (물론 소설 <정크>의 성재는 조금 다른 길을 걷기는 했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꾸는 동성애자로 변신했다. <제리>에서 테마를 이끌고 가는 힘이 함부로 저질러버리는 섹스였다면, <정크>에선 남성 간 동성애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낮은 수준의)마약류라고 하겠는데, 이젠 아쉽게도 완벽한 성인으로 편입한 성재의 방황과 실패들과 절망과 태생에 관한 고뇌는, 짜증이 날 정도로 징징거리기만 한다. 간략하게 얘기해서 김혜나가 데뷔작에서 보여준 젊은이의 깊은 절망과 별로 차별점이 없다는 거. 왜 (김혜나의)젊음은 (징글징글하게)징징거리기만 할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쿨하게 사는 청춘들은 정말 없는 걸까. 찰스 부코스키의 작품 속에 나오는 행크 치나스키의 한국판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만일 순서를 거꾸로 읽었다면 <제리>에 대해 징징거린다는 감상을 적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아닐 거 같다. <정크>를 먼저 읽었다면 아마도 <제리>를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제리>와 달리 작가가 인물의 행위와 사고에 너무 깊숙이 간섭하는 듯.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아마추어 독자인 내 생각일 뿐임을 밝힌다. 하여간 난 주인공 성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징징거리다가 난데없이 화해하는 (누구와? 절대 안 가르쳐드림) 장면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김혜나. 안녕. 나도 (김혜나가 자기 책에 제목 달 듯) 외래어로 하면,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