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센의 스위스'라 불리는 곳에 다녀왔다.

엘베강 상류 기암절경을 이루는 바스타이,
작고 조용하며 아담하지만 구동독 시절부터 이어진 가난의 편린이 묻어나는 바트 샨다우,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쾨닉스슈타인 요새.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목적지들 사이를
사람들이 시선을 두지 않던 다리 하나가 연결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절경들을 이어주던 이 다리는
사람들이 오래 발길을 두지 않고 황급히 지나가 버려 이렇게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자연은 특정 공간에 남다른 의미를 두어 차별하지 않는 법이다.
자연은 이런 장소라 하여 소홀히 여기거나 간과하는 일이 없다.

이 날은 비가 오다가 햇빛이 나다가를 수 차례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자연의 빛과 질료는 스스로 오묘한 조화를 부렸다.

비와 해, 물과 돌, 빛과 그림자, 나뭇잎과 하늘은
인간의 힘으로 만든 안료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한 멋진 초록빛을 이곳에 드리워주었다.
인간의 시선으로부터 버려져 있던 이곳에.

바람은 나뭇잎을 움직였고,
나뭇잎은 햇빛을 움직였고,
햇빛은 물 위에 반사되는 초록빛을 아른아른 움직였다.

볼거리들 사이를 이어주던 이 볼품없는 다리는,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한 순간 생명을 부여받았다.

동행들이 서둘러 떠나버려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사이,
자연은 제 힘을 느끼고 있던 한 인간을 기꺼이 자신의 일부로 받아주었다.
나는 짧은 순간 초록의 마법 속에 몸을 묻었다.

다만 초라한 그림자를 드리울 밖에 도리없는 물리적 육신을 입었음에도
그 초록의 빛을 겸허히 몸에 드리울 수 있도록, 한 인간이, 범함을 허락받았다.
아주 짧은 그 한 순간.


 

작성자 :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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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쪽 끝 체코와의 접경 지대에
작센의 스위스라 불리는 천혜의 자연 구역이 있습니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바스타이,
그 날 이곳에 잠시 굵고 세찬 비가 지나갔습니다.

비에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운무에 반해 촬영한 이 사진들,
독일의 풍경인데도 마치 동양의 수묵화 같이 느껴집니다.

제 이름 석자로 낙관 비스므레 장난을 쳐봤는데,
아직은 붓도 먹도 변변한 재료도 없는 열악한 작업 환경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



작성자 :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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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체코의 접경 지대
작센의 스위스에 있는 쾨닉스슈타인 요새에 놀러갔습니다.
보불 전쟁 때 프로이센 군이 주둔했던 곳이라지요.

마침 그날은 근방 각 지역 군악대들이 총출동한 페스티벌이 한창이었어요.
이들은 맥주 산지로 유명한 라데베르크 출신 군악대.

그 와중에 저의 눈과 안경과 카메라의 레이더는 꽃군인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저 벽지 촌구석에 저런 미남이 있다니!





진숙 누님 및 여성 독자 여러분을 위한 간만의 '독일 미남 시리즈' 서비스입니다!
제4편이 되겠습니다. 자아~ 침 닦고...

다채로운 제복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은 체코에서 온 군악대입니다.





그 와중엔 이렇게 짝퉁 군인도 있었습니다.





이러구 살지 않으려 했건만...
참을 수 없었습니다. 홱 돌아서 당장 달려가 머리 박았습니다.
머리와 몸이 심하게 따로 노는 군기 빠진 국적 불명 군인입니다. 충성. 작성자 :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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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알프스산이 바라보이는 호수, 보덴제(Bodensee)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속해 있는 동시에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접경 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 속 나루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국기 및 유럽 연합 깃발이 펄럭이고 있지요.

그냥 말로만 넘어가면 이곳에 대해 감이 잘 안 올 듯 하여 지도를 만들어 봤습니다.




지도 윗부분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중부 유럽에서 보덴제의 위치,
아랫부분은 보덴제에 면한 도시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부분 확대한 지도예요. (친절~ ^-^)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가 맞닿은 곳에 이 큰 호수는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그 가운데 아랫부분 지도에 표시된 바서부르크와 린다우입니다.

맞은편 콘스탄츠 역시 유명한 관광 명소라는데
이곳에 한 일주일 정도 느긋이 머물면서
호수 한 바퀴를 서서히 둘러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듯하네요.



바서부르크(Wasserburg)




이 사진을 보다 시원스럽게 보시려면 이 문장을 클릭해주세요!

이곳이 보덴제에 위치한 작은 휴양 마을 바서부르크입니다.
나룻가에 누워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자연 속에서 작은 한 점으로만 느껴지는 곳.





기차에서 내려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위치한 시청 앞에서 귀여운 간판이 반겨줍니다.
"바서부르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수에 다다르면 온통 고요한 가운데 물소리만 들리고요.
물 위를 조용히 노니는 오리들이 평화로움을 더 해주는 듯한 마을이지요.





작은 간이 기차역과 호수를 이어주는 작은 길에는
온통 흐드러진 꽃들로 장식된 예쁜 집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감히 자연의 정적을 깨트리지 못합니다.
자연의 일부로 동화될 뿐...

이곳에서 기차로 10여분 남짓 떨어진 곳에 린다우가 있습니다.



린다우(Lindau)

기차로 불과 10분 떨어진 곳이지만 두 도시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바서부르크는 앞서 말씀드렸 듯 들리는 거라곤 물소리 뿐인 고요한 휴양도시,
반면 린다우는 활기찬 사람들로 가득한, 생기 넘치는 관광도시였지요.




이곳은 린다우.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이렇게 탁트인 호수가 펼쳐집니다.
이 도시의 가장 전형적인 상징물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렇게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것도 축복받은 재능인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빼먹을 수 없는 증명 사진.
보덴제에서 건진 저의 사진은 이것 한 장 뿐이었습니다.

바서부르크에서는 다들 너무 평온히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
차마 사진 찍어달라고 방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린다우에는 카메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미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부탁하기 쉬웠답니다.

역시... 미국인들은 독일인들보다 사진 찍는데 익숙한 것 같습니다.
독일의 작은 동네에서 지나가는 주민에게 촬영 협조를 부탁하면
어찌나 당황하는지 미안할 정도니까요.

기차에서 문대느라 머리 모양 상태가 상당 불량하니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앞에 보이는 것이 옛 등대,
뒤에 보이는 것이 새 등대.

옛등대는, 라푼젤과 별 상관없는 건물이지만,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습이라서 그런지
귀엽게도 라푼젤의 머리를 땋아서 늘어트려 놓았습니다.
저 머리채에 닿으려면 왕자님의 점프력이 굉장해야할 것 같군요.





새들도 포즈를 취해주었던 곳,
이곳, 아름다운 린다우. 평화로운 보덴제.

호수가 있는 물의 도시를 그저 보고 싶었습니다.
여름 휴가를 꿈 꾸시는 분들께 눈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기쁘겠습니다.작성자 :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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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라이프치히의 중앙역은,
그 자체로 볼거리인,
유럽에서 몇 안 되는 기차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기차가 도시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한번 들어왔다가 도로 빠져나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아침 일찍 기차를 기다릴 때면 늘 이런 풍경을 하염없이 응시합니다.

건물의 구조는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에 상징적 의미의 각인을 형성합니다.

본의 조그만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은
'흐름과 이동'의 가운데 몸을 싯는 행동이었습니다.
라이프치히의 이 거대한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은
'넓은 세계로 나아감'을 의미하는 행동이 됩니다.
기차가 나를 실으러 일부러 들어 왔다가 도로 빠져나가는 구조 속에서는
'나'라는 존재의 목적성이 한층 강화됩니다.

아침 해가 빛나는 저 통로 너머에는
희망 가득한 세계가 무한히 펼쳐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공의 물리적 제약을 받는 이 세상에서
어느 장소도 무한한 곳은 없습니다.
내 앞에 펼쳐진 가능성은 무한하되,
그것은 새로운 유한의 제약을 받습니다.





지난 한달간 사용한 독일 철도 패스입니다.

이것은 무제한이자 제한이었고,
내게 자유이자 구속이었으며,
무한이자 유한을 의미했습니다.

하루종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한달 간 4일이라는 제한이 뒤따랐습니다.
독일의 어디든지 무제한으로 달려갈 수 있지만,
거기에는 독일 국경이라는 제한이 뒤따랐습니다.

이 기차표가 주는 자유에 돈을 지불했지만,
그 댓가로 나는 지난 한달 이상 이 기차표에 구속되었습니다.

월말에 나는 독일 남부 지역에 들리는 김에,
이 기차표가 내게 부여한 자유와 구속을 조금만 더 누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면 마음이 탁 트일 것 같아,
나는 이 기차표의 제한과 무제한을 이용하여 보덴제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보덴제는 독일의 국경 지역이었습니다.
나는 이 기차표가 제시한 무한과 유한의 끝장을 본 셈입니다.





그곳에는 육안으로 무한하게 느껴지는 큰 호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땅덩어리로 둘러싸인,
사실상 그 끝이 명확히 유한한 곳이었습니다.

그 무한과 유한을 바라보는 내 영혼은 자유로웠을지라도,
내가 입은 육신은 그 와중에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로 나를 끊임없이 구속했습니다.

세상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다해도,
나, 비물질과 물질, 영혼과 육체의 인간은,
유한 없는 무한을, 구속 없는 자유를,
제한 없는 무제한으로 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작성자 :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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