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센의 스위스'라 불리는 곳에 다녀왔다.

엘베강 상류 기암절경을 이루는 바스타이,
작고 조용하며 아담하지만 구동독 시절부터 이어진 가난의 편린이 묻어나는 바트 샨다우,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쾨닉스슈타인 요새.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목적지들 사이를
사람들이 시선을 두지 않던 다리 하나가 연결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절경들을 이어주던 이 다리는
사람들이 오래 발길을 두지 않고 황급히 지나가 버려 이렇게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자연은 특정 공간에 남다른 의미를 두어 차별하지 않는 법이다.
자연은 이런 장소라 하여 소홀히 여기거나 간과하는 일이 없다.

이 날은 비가 오다가 햇빛이 나다가를 수 차례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자연의 빛과 질료는 스스로 오묘한 조화를 부렸다.

비와 해, 물과 돌, 빛과 그림자, 나뭇잎과 하늘은
인간의 힘으로 만든 안료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한 멋진 초록빛을 이곳에 드리워주었다.
인간의 시선으로부터 버려져 있던 이곳에.

바람은 나뭇잎을 움직였고,
나뭇잎은 햇빛을 움직였고,
햇빛은 물 위에 반사되는 초록빛을 아른아른 움직였다.

볼거리들 사이를 이어주던 이 볼품없는 다리는,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한 순간 생명을 부여받았다.

동행들이 서둘러 떠나버려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사이,
자연은 제 힘을 느끼고 있던 한 인간을 기꺼이 자신의 일부로 받아주었다.
나는 짧은 순간 초록의 마법 속에 몸을 묻었다.

다만 초라한 그림자를 드리울 밖에 도리없는 물리적 육신을 입었음에도
그 초록의 빛을 겸허히 몸에 드리울 수 있도록, 한 인간이, 범함을 허락받았다.
아주 짧은 그 한 순간.


 

작성자 :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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