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토마스 교회 앞, 바흐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우리의 성 토마스 소년 합창단 꽃소년들!
오늘 건진 따끈따끈한 사진이랍니다. ^-^
독일 미남 열전 외전이라고 할까요.
죽죽 스크롤 내려보면 저 밑에 꽃소년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3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이들의 마태수난곡 공연 모습이예요.
이 중 지휘자 빌러 아저씨와 성 토마스 소년 합창단,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테너 마르틴 페촐트를
오늘 이곳 라이프치히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오늘 지휘를 맡았던 토마스 칸토르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
역시 토마스 칸토르였던 바흐의 후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풍채 당당한 신사더군요.
말 할 때도 한 음절 한 음절 상당히 신경쓴 듯 명확하게 발음합니다.
나도 단독으로 둘이서 한참 얘기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의도하지도 예상치도 못했던 상황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했죠.
내가 지난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그들의 마태수난곡 연주에 대해 언급하자 무척 반가와 하더군요.
빌러 아저씨와 성 토마스 소년 합창단,
그리고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한국 공연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은 무척 활력있고 또 적극적이라고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일본 연주 때보다 더욱 좋았다고 하더군요.
약간은 외교적으로 들리는 발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외교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다니 기분 좋군요. 생글' 이렇게 대답했죠.
빌러 아저씨를 보면 늘 느끼는 건데
음악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행적적인 수완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이점, 제게는 좋게 보이네요.

오늘 독일은 예수승천일 공휴일이었습니다.
마침 바흐 페스티발도 열리는 중이라,
바흐가 칸토르로 재직하며 봉사했던 토마스 교회에서는
바흐의 시대, 즉 1725년 5월 10일 예수승천일의 전례에 따른 특별 예배가 있었어요.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예배니까요.
구동독 지역이라 아직 자본주의의 상업성에 덜 물든걸까요?
빈에서는 빈 소년 합창단 궁정예배에 상당한 입장료를 받았거든요.
제 자리 앞에 보이는 것은 오늘 예배의 절차를 담은 책자예요.
15페이지나 되는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죠. 이것도 무료. ^-^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바흐가 예수승천일을 위해 작곡한 칸타타,
Auf Christi Himmelfahrt allein, BWV 128이었습니다.
책자에서 보이는 페이지 중
왼쪽 상단은 이 곡의 가사 및 성경의 출처, 편성이구요,
그 다음 텍스트는 이 곡에 대한 해설입니다. @@!!!
지난 마태수난곡 서울 공연에서 복음사가 역을 탁월하게 들려주었던
테너 마틴 페촐트가 쓴 글이죠.
마틴 페촐트는 음악 관련 저술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이 곡에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어요.
오른쪽 하단의 악보는 찬송가입니다.
우리들 회중이 다함께 부르는 부분이죠.
차마 우리들 '신도'라고는 못 하겠네요.
이 부분에서 교독을 담당한 목사님이 선창을 합니다.
오늘도 예배에 간다니까
내 룸메이트는 내가 무슨 독실한 신자인 줄 아는 모양입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토마스 교회에 음악 들으러 예배 가고
점심에는 한인 교회에 꼬박꼬박 예배를 가니까요.
불교에 가까운 저의 종교 정체성이 의심되는 순간일까요.
이 외에도 합창과 오르간 음악으로 가득했던 이 예배는
2시간이나 계속되었답니다.

설교 중인 목사님.
오늘의 복음서 구절은 마가복음 16장 14-20절입니다.
예수 승천으로 그 생애를 담은 복음서가 마무리되는 부분이지요.

다시 오늘 좋은 합창을 선사해준 꽃소년들에게로 시선 이동.
앗, 저 멀리 초절정 꽃청년 등장!
그 뒤로 보이는 하얀 옷 입은 할아버지도 참 멋있네요.
잘생긴 노인-청년 한 쌍 옆에
덜 잘생긴 노인-청년 한 쌍.
내 룸메이트는 덜 잘생긴 한 쌍이 더 귀엽다네요.
오른쪽 맨 끝에 얼굴 잘린 꽃소년도 은근 내 스탈...
저런 아들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음~ 가까이서 봐도 초절정 꽃청년 맞고요.
어찌 저리 카메라를 의식한 거이 티가 나는고?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 닮지 않았나요?
내 룸메이트는 윌리엄이 훨씬 멋있다고 하는군요.

웬 페르시아 왕자같은 머리를 한 꽃청년.
누구라고 콕 찝어주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죠?
내 룸메이트는 이 친구가 더 잘 생겼다는군요.
내가 모나코의 안드레아 왕자 닮지 않았냐고 했더니
안드레아 왕자가 훨씬 멋있대요.

조그만 여자아이가 오빠들 사이에서
자기도 보겠다고 까치발에 얼굴을 있는대로 빼며
안간힘 쓰는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옆에 청자켓 입은 애의 여동생인 것 같았는데,
어찌 저리 남매가 닮았는지.
성 토마스 소년 합창단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갓 출간된 책자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꽃소년들!
자기들 모습이 책으로 인쇄된 모습을 보고 즐거워 하며,
'야, 나 여깄다.', '여기 페터 좀 봐.' 희희낙낙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 소년들입니다.
바흐의 난해한 합창곡들을 아무리 멋지게 소화해도 말이죠.
행여 룩키즘에 병든 유지원이라고 나무라지 마세요~.
꽃의 아름다움을 인지하여 즐거워하는 것은 죄가 아니니까요.
그 정연한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린 소년들이 감내했을 고된 훈련을 생각하면,
한명 한명 꽃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소년이 없으니까요.작성자 : 유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