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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주문하는 방법
츠지야 켄지 지음, 송재영 옮김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머'라는 처방이 매우 갈급할 때가 있다.
노력해도 '픽'소리내서 웃을 수 없는 순간이
아주 간혹 찾아오면 외부에서라도 처방을 받고 싶어진다.
아무리 심각하고 힘들 때라도 가볍게 한번 입꼬리 올리고 웃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나도, 주변의 누군가도 회피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그 순간을 견뎌낼 수만 있다면 그 순간은 '성장'의 과정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나에 대해, 나의 상황에 대해 '픽'소리내서 웃을 수 있는 힘을 찾기위해
나를 피식 입꼬리 올리게 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읽는다.
그런데 막상 웃음을 주는 구절이라고 말하려니 부담스럽다.
왜냐 눈물의 코드보다 사람마다 더 제각각인게 웃음의 코드이니까.
아마도 '어찌 저런 말들에 웃을수 있지'하는 이들이 사뭇 많을듯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하련다, '웃음의 코드'가 다르다면 '타인의 취향'으로 생각해주길 바라며.
<홍차를 주문하는 방법> 츠지야 켄지/토담미디어/2002
츠지야켄지는 철학과교수이다. 그의 글들은 속물적이고 무책임한 말들로 난무하다. 그런데 그래서 계속 낄낄거리게 된다. 자신의 치졸함과 나약함을 드러내고 그것을 합리화하는 속보이는 변명과 뻔뻔한 주장들이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나 자신을 까발리고 속시원히 대놓고 비웃게 만드는 힘이 그의 웃음의 코드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실신하도록 웃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나는 아침형인간이다, 아침에 가장 생산적인 일을 하니까.
그 생산적인 일은 무언가, ‘잠’을 자는 것이다.“
이만큼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드는 합리적 변명(^^)이 있을까. 그래 모든게 생각하기 나름이라니까....ㅋㅋ
또다른 이야기는
“늙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을 보며 너희도 곧 늙겠지라고 생각하며 참고
젊은 사람들은 늙은 사람들을 보며 너희도 곧 죽겠지라고 생각하며 참는다“는 것,
와우와우와우~~ 삶을 직면시키는 촌철살인의 댓거리가 아닌가!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186쪽.
Q : 고독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A : 고독은 스토커나, 빚 받아 주러 다니는 사람이나 살인마와 함께 사는 것보다는 휠씬 바람직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고독이 싫다면 반성해보십시오. 당신은 자기만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상대라면 싫다는 등 자기자신부터 사랑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자기 이외의 것을 사랑하시오. 개라도 바퀴벌레라도 사랑하면 친구가 되어 줍니다. 자주 '혼자 잠드는 외로움'이라고 말합니다만 이불 속에는 진드기가 몇만 마리나 있고, 몸 안에도 몇만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결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177쪽
어린이는 매일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이거 해라' '이런 인간이 되어라'는 말을 듣고 있다.(나는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그 내용도 '게임을 하지마라' '손수건을 잊어버리지마라' '거짓말을 하지마라' 등 어른이라도 이룰 수 없는 목표뿐인 것이다........(내가 불량스러워지지 않은 것은 주변에 훌륭한 인간이 없는 덕분이다.)
180쪽
이것은 기묘한 일이 아닐까. 3천엔 내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3천엔 받을 수 있다면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98쪽
나는 책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찾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10년 정도 전부터 미정리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209쪽 (계획이 무산되고 만 이유)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적어도 그것을 기분좋게 인정할 겸허함이 있다. 그래서 매년 여름방학이 되면 무뎌진 신체를 연마함과 동시에 느슨해진 정신을 바로잡으려고 결심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 되면 언제나 그렇듯 신체를 연마하거나 느슨해진 정신을 바로잡으려면 강철같은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