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밑바닥에서 -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김수련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2월
평점 :
이미 알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한 나를 밑바닥으로 끌고가는, 생경하게 아픈 현장의 경험을 담담하게(ㅠㅠ표현된 것만으로도 부서질것같은 고통이...) 써내려간 7년차 간호사 김수련의 책 <밑바닥에서>이다. 읽어야할 전공책을 밀어두고 졸린눈을 번쩍 뜨이게 해줄 요량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끝까지 숨조차 늦추며 읽었다. 스스로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에게 주는 소박한 위로의 말들이 절절하게 견디어내고 끝내 싸우는 자, 늑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사자에게서 나올 때 그게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는지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어떤 사정 때문이든, 힘든 계절을 살고 있을 위태로운 삶들이 무엇으로든 견뎌내길 바란다. 부디 작고 예쁘고 소소한 것들을 찾아내기를, 그런 것을 베풀어주는 줄 수 있을만큼 힘이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66).", "미래의 여자 아이들을 위해, 그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썼다. 두렵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여자아이들을 위해 썼다. 또 도망친 아이들을, 도망침으로써 스스로를 구한 아이들을 위해 썼다. 그 애들의 위태로웠던 날들을 위로하기 위해 썼다. 그 절실하고 필사적인 몸짓과 힘든 하루하루가 쌓이며 단단히 다져지는 다정 위에 쓴다. 우리는 보잘 것 없으나 영웅적이고, 비참하나 단단하고, 괴로운 순간에도 다정하다. 그래서 우리는 강력하다(252)." 죽음이 말로 다 옮기지 못할만큼 비루하고, 그걸 다루는 살아 있음이 더 비참해지는 시간들을 견디어낸 저자의 말들에 다정하고 단단한 격려를 받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