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사양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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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광대 짓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나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나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했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시와서의 <꽃을 묻다>를 통해 처음 접했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명료해지는 그 순간에 쓴 글 같다는 감상을 남겼던 거 같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이름에 늘 따라다니는 작품으로 읽어야지 하고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가 죽기 전 써 내려갔던 글을 읽으며 자신의 자서전을 남긴 거 같다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부유한 집안의 도련님.

그러나 그 도련님의 마음은 허약하기 짝이 없고, 언제나 두려움에 쌓여있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아마도 글 중간에 슬쩍 언급한 하녀들에게 당한 몹쓸 짓들이 그의 연약한 영혼에 남긴 상흔이 아니었을까.

그것을 잊기 위해 그는 광대짓으로 자신을 위장시켰고,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 익살꾼을 자처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인간은 피차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잘못 보고 있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라 여기고, 평생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눈물을 흘리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낭독하는 것이 아닐까요?




여자와 술.

너무 일찍 알게 된 것들.

자상해 보이지만 엄격했던 아버지.


그를 현실에 살지 못하게 했던 것들이다.

그의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완고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마담이 넌지시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요조 씨는 아주 순수하고, 세심하고, 술만 마시지 않았으면, 아니지, 술을 마셨어도....신같이 선한 사람이었어요."




전쟁 시대에 예민한 시절을 보냈던 그에게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요조를 통해 그는 인간이 잔인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시도는 일본의 전쟁이 패전으로 나아가는 걸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인은 죽고 혼자만 살아남은 요조의 마음은 패전국에서 살아남아 모든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술로만 잊히는 세상.

술이라도 있어야지만 현실을 버틸 수 있는 요조는 그 시대의 모든 일본인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나라가 

국민에게 지운 그 한없는 짐을 나눠지고 힘겹게 버텨내야 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을 다자이 오사무는 끌어안고 버티다 사라지는 길을 택한 게 아닐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더는 버티기 힘들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그를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사양>



"이 아이는 나오지가 한 여자에게 은밀히 잉태케 한 아이예요."



다자이 오사무가 죽기 6달 전에 쓴 이야기 <사양>.

저무는 해라는 뜻이다.


몰락한 귀족의 딸 가즈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함께 한적한 시골로 이사 온다.

전쟁에 나간 남동생을 기다리며 조용한 생활을 하던 그때가 가즈코에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약 중독자인 동생이 돌아오고 어머니의 건강은 나빠지고, 집안의 가세는 더 기운다.


다자이 오사무는 여기서도 자살을 한다.

나오지의 행동, 그가 남긴 편지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보인다.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의 애인 오타 시즈코의 일기에서 소재를 가져온 이야기라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모든 걸 다 가졌지만 모든 걸 다 포기한 인간이었다.

문학만이 그를 이해할 뿐.

그의 괴로움을 누가 이해할까.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

그러나 씩씩하게 자신의 아이를 위해 살아간 여자.

아마도 그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사양>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아서 살아남을 그녀와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써 내려갔을 거라 생각한다.


유부남의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은 가즈코의 결심이 혁명이라면

인간으로서 살 수 없었던 나오지의 죽음 또한 혁명이 아닐까?


그의 마음을 이해할 듯하면서도 쉽게 동조되지 않는다.

술과 약에 절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작가의 변명뿐일지도..

애당초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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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
라티 쿠말라 지음, 배동선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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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리란 남자는 천식을 앓았는데 정향을 폐 안에 넣을 방법을 백방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정향을 잘게 잘랐고 역시 잘게 자른 연초 잎과 섞어 옥수수 속대 잎으로 막대처럼 말았다. 거기 불을 붙여 말은 막대가 다 타도록 연기를 빨아들일 때 잘게 자른 정향이 안에서 크레텍! 크레텍! 하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담배에 크레텍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크레텍 재벌 수라야는 죽음의 문턱에서 '정야'라는 이름을 부른다.

엄마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 트가르, 카림, 르바스 형제는 정야라는 여자가 아버지의 옛 애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 여자를 찾기 위해 형제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이 형제들이 아버지의 옛 연인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생기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했지만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아버지 시대로 거슬러 간다.

이드루스 무리아와 루마이사, 수자가드 세 사람의 관계와 크레텍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격동의 인도네시아의 시대와 맞닿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름다운 루마이사에게 청혼한 이드루스 무리아와  수자가드.

루마이사는 이드루스를 선택하고 수자가드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일본군이 들어오고 이드루스는 큰형님이 자신들을 독립시켜 줄 거라 믿는다.

그가 바라던 독립은 되었지만 일본군은 그들의 친형님이 아니었다. 자신의 크레텍 담뱃값 인쇄를 하기 위해 인쇄소를 찾았던 이드루스는 일본군에 납치되어 어디론가 끌려가고 생사를 모르는 루마이사는 임신한 몸으로 걱정하다 아이까지 잃고 만다.

그리고 그 틈새를 노리고 수자가드는 이드리스가 죽었으니 자신의 부인이 되라며 청혼하지만 또 퇴짜를 맞는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이드리스는 돌아와 자신만의 크레텍을 만들고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항상 그를 따라 하는 수자가드가 이인자가 되어버린 현실.

늘 새로운 크레텍을 만들어 내는 이드리스와 그를 따라 하는 따라쟁이 수자가드.

이 두 사람의 경쟁은  딸들의 운명의 상대에 의해 희비가 엇갈린다.



이름만 알던 인도네시아가 우리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는 2차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해방이 되지만 곧바로 그들에게 네덜란드 보다 더한 수탈을 당한다.

남자들은 거리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고, 여자들은 겁탈을 당한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은 한시름 놓지만 곧바로 공산당으로 인해 피의 숙청이 이루어진다.


이드리스의 딸 정야와 그녀의 약혼자 수라야는 결혼식 3주를 남겨두고 수라야가 공산당에 쫓기면서 헤어지게 된다.

맑은 강이 시체의 강이 되고 사람들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어쩜 우리네 역사와 이리도 닮았을까...





이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감독에 의해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넷플릭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많이 각색되어버려서 원작의 느낌을 잃었다는 번역가의 말과 원제 <가디스 크레텍>이 영문으로 번역되면서 <시가렛 걸>이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희석된 걸 안타까워했다.

나도 책을 읽고 나자 <시가렛 걸>이라는 이름이 처음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작가는 17세기 마타람 왕국 시대에 살았던 라라 먼둣의 고사를 통해 정야를 라라 먼둣의 화신으로 표현했는데 그저 '담배 마는 아가씨'로 표현되었으니 그 미안한 마음은 읽는 독자의 몫이다.



읽는 동안 담배를 안 피우는 나도 이 크레텍의 맛이 궁금해졌다.

정야의 침으로 말은 팅웨는 어떤 맛이길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3대에 걸친 이야기가 따스하게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복수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고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속담도 생각나고

사람의 인생은 각자의 시선으로 보면 같은 이야기도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는 걸 확실하게 느낀 이야기였다.


복잡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아닌

정갈하고 담백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데 마음에 온기가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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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필사 -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 고전필사노트 1
김동완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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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의 최고 권위자 김동완 교수는 40년간 주역을 연구했습니다.

<주역 필사>는 주역의 64개의 핵심 문장들을 요즘 언어로 다시 표현한 필사책입니다.


주역을 읽고 싶었은데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현대어로 풀어 놓은 주역의 문장들과 바로 필사해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바로 이거다!' 했습니다.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엔 필사할 주역의 문장들이 담겼고

오른쪽 페이지는 필사의 공간이고

오른쪽 하단엔 주역의 문장을 읽고, 필사하며 하루 동안 생각할 거리를 담아 두었습니다.





처음엔 문장 쓰기만 했어요.

그러다 밑줄도 긋고

그러다 맘에 담긴 문장을 한 번 더 써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내 맘에 들어온 문장들만 집중적으로 써봤습니다.

한자는 거의 그리다시피 썼어요~~


이번 <주역 필사> 책은 온전히 제 맘대로 써본 필사책입니다.

느낌 오는 문장들은 몇 번씩 써보고, 밑줄도 마음껏 그어 보고, 강조하는 부분에는 스티커도 붙여봤습니다.

공부하듯, 다이어리 꾸미듯이 써봤어요.


<주역 필사>는 7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지금 대한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느끼는 감정들과 맞닿아 있는 문장들도 많아서 제 마음을 다독거리기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 7번 챕터가 가장 좋았어요.

요즘 제 마음이 제 맘 같지 않아서 싱숭생숭했었는데 문장들을 읽고, 쓰면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듬기 좋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지만..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쓰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읽고 써본다고 내 것이 되진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죠.


사람 마음이란 어리석어서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찰나의 통제권을 벗어나면 어이없는 일을 벌이곤 합니다.

깊게 생각하자 해놓고서는 얕게 행동하고

이면을 들여다보자 해놓고서는 눈앞에 것만 바라봅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자고 다짐하고도

얄팍한 마음이 어른 흉내나 내는 그런 삶을 삽니다.


나는 아직 어린데

몸만 나이 들어가는 거 같아서 슬픕니다.


그래서

좋은 문장들을 자꾸 찾나 봅니다.


<주역 필사>를 읽고 쓰면서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를 다시 다짐해 봅니다.


내가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결국 나라를 위해서 옳은 결정의 한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내가 보통의 인간으로서,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을 갈고닦는 일이 참 쉽지 않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자 마음먹습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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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걸작선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 열림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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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잡을 수 없지. 나를 잡아넣을 수 있는 건 나 정도뿐이려나!"




20세기 미스터리의 거장 엘러리 퀸.

그가 직접 선별한 11명의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이 실린 <미스터리 걸작선>.

11가지 맛있는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재미도 있지만 추리 장르의 흐름과 정수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고전적인 퍼즐형 추리, 심리적 긴장감, 반전 구조 등의 다양함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왜! 내 돈을 내 돈이라 하지 못하니? / 도둑이 필요해 / 아서 밀러>


나이트클럽에서 돌아와보니 집안에 도둑이 든 셸턴 부부.

도둑은 잡히고 그들의 귀금속은 찾았지만 그 안엔 엄청난 현금도 있다.

그러나 셸턴은 그 돈은 자기 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누구 돈??

언제 경찰이 자신을 잡으러 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셸턴 부부의 고민을 풀어줄 사람은?



<그러게 완벽했어야지! / 설탕 한 스푼 / 윌리엄 포크너>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한 남자.

감옥에 갇혔으나 탈옥한 남자.

장인은 땅을 팔고 딸을 죽인 사위를 찾으러 가겠다고 보안관과 변호사를 불러 놓고 다짐을 한다.

그러다 위스키에 넣은 설탕 한 스푼에 기가 막히는 반전이 벌어지는데...


아니, 설탕 한 스푼 때문에 들통이 난다고?

그동안 장인을 띄엄띄엄 봤구먼!



<아니,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어? / 버드나무 길 / 싱클레어 루이스>


1인 2역으로 멋지게 은행을 털고, 1년 가까운 시간을 잘 숨어 지냈던 재스퍼 홀트.

너무나 완벽한 그의 연기 덕분에 그는 다시는 재스퍼 홀트가 되지 못했다는 웃픈 이야기~

그나저나 돈은 누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 헤밍웨이 죽이기 / 맥킨레이 캔터>


제목 때문에 질투에 눈먼 어느 작가가 대문호 헤밍웨이를 죽이는 이야긴가 했지만 절대 아님!

헤밍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그런 몹쓸 짓을 하다니~

언제나 나보다 더한 놈이 있게 마련!



<누가 새를 죽였나! / 여성 배심원단 / 수전 글래스펠>


남편을 죽인 혐의를 받는 이웃 여자.

결혼 전 그녀는 노래를 즐겨 부르던 명랑한 여자였다.

하지만 결혼생활 동안 그녀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지금은 남편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보안관 부인과 마사는 남자들이 집안을 살피는 동안 부엌에서 라이트 부인에게 가져갈 물건들을 챙기다가 목이 부러진 새를 발견한다.


이 이야기가 장편으로 만들어졌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지올리 교수 시리즈 읽고 싶다! / 한낮의 대소동 / T.S. 스트리블링>


남편 살해 혐의로 내슈빌 주형무소로 이송될 캔시 부인.

마침 우연히 차를 몰고 랜스버그에 도착한 포지올리 교수는 카페에서 신문을 보면서 이 떠들썩한 사건의 범인이 따로 있다고 얘기하는데...

범죄심리학자 포지올리 교수님 신문만 보시고 범인을 프로파일 하시다니 매력 넘쳐요~




<이런 파렴치한이라니! / 기밀 고객 / 제임스 굴드 커즌스 >


기밀 고객이 주문한 책을 들고 찾아온 고객의 동생은 자신의 형이 이런 책을 주문했을 리 없다고 꼬장을 부린다.

이미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위해 자신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책값만 주고 가라는 주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11편 모두가 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기발하다고 생각한 이야기들 때문에 즐거웠다.

단편이라서 좋았던 작품과 장편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도 있었다.

짧은 이야기에 치밀한 논리와 반전을 담아낸 이야기들은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엘러리 퀸이 아니었다면 이런 분들의 미스터리를 한 권에 담아낼 수 없었을 거 같다.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장르문학의 안내서 같은 책으로 고전적인 미스터리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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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살아있는 생각 라 클래시크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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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자연에 깃든 형상, 시간, 변화, 지식과 지식의 근원 및 한계, 아름다움과 예술,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 도덕, 자유의지, 통제된 의지, 감정, 우주적 관점에서 본 선과 악, 슬픔과 기쁨, 자비와 잔혹, 사회, 종교, 정의, 죽음과 심지어 사후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마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깊이 사유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소로의 살아있는 생각>은 <월든>으로 각인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생각들을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엮어낸 책입니다.

우주, 지식, 도덕, 감정, 사회, 우정, 잘 사는 삶, 예술과 아름다움, 발전, 죽음 등 12개의 목록으로 나뉘어 소로의 생각들을 모아둔 책입니다.


먼저 읽으신 분들의 평이 좋기도 했고, <월든>만 읽어 본 저는 소로의 다른 글들을 접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이 딱 맞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로의 글들을 분야별로 나눠서 정리해둔 요약 노트 느낌이 들었습니다.





챕터마다 짧은 문장으로 그 챕터의 특성을 알려주고

각 단락마다 중요한 문장들을 단락이 끝나는 페이지에 원문과 함께 적어두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가장 와닿은 글들은 바로 사회 부분이었어요.

최근 우리나라나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에 대한 일침이나 혜안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소로의 생각들이 21세기에도 옳음에 가까운 것들이라 많은 생각을 떠올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정리 노트를 만들어봤습니다.

그저 인덱스를 붙이고 끝내기 보다 악필이지만 적어두고 싶었어요.

요즘 자기만의 문장 노트 만들기가 유행인 거 같은데 저도 계속 생각만 하다가 처음으로 시도해 봤습니다.

노트 필기 실력이 예전만 못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하면 점점 예전 느낌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로의 살아있는 생각>은 저에게 또 다른 의미를 주는 책이 되었습니다.



소로의 사상은 특정 인물이나 책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놀라우리만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유의 결과였다.


<월든>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독특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토로했다면

소로는 '자기만의 생각'을 토로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독서와 고독함 속에서 자신의 사유를 확장시켜간 소로의 글들은

잠시도 정보와 떨어져서는 살지 못하는 정보 과잉 증후군에 걸리 현대인들에게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이라 착각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는 가르침 같았습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사유 없이 노출된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혼자만의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생성되는 자기만의 사유라는 걸 소로가 말해줍니다.


얼마 전 친구랑 수다 떨면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20대 땐 도시 속 삶이 좋았는데 이제는 한적한 생활이 좋다고.

복잡하고 정신없는 시간대에서 삶의 활기를 느꼈던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복잡하고 정신없는 시간이 아니라 단순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나를 느끼며 사는 삶이 좋아집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박자에 맞추기 보다 그 리듬이 어떻든 간에 나에게 들리는 음악에 맞춰 걸어가자.


남들 눈

남들 시간대

남들 삶에 나를 비교하며 사는 삶은 더 이상 가치가 없습니다.


나에겐

나만의 눈이 

나만의 시간대가

나만의 삶이 있으니까요.


마음이 괴로운 건 남의 삶에 나를 투영하기 때문입니다.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 눈높이에서 나의 삶을 평화롭게 가꾸고 나의 사유를 넓히는 시간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로의 살아있는 생각>은 제목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로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생각들은 살아남아 후세에게 영향을 주고 있네요.

그 영향을 받은 한 사람으로 그의 사유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이라 더 깊게 와닿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숲속 오두막에서 소로와 함께 사유의 강을 건넌 기분입니다.

이 생각들을 좀 더 깊게 숙성 시키는 시간을 가지며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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