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은 내 이름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하워드 제이컵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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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두 번째는 샤일록은 내 이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하워드 제이컵슨이 다시 썼다.

하워드 제이컵슨은 2010년 영국 남자의 문제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유머러스한 소설이 맨부커상을 받은 건 처음이란다.

이 작가는 영국에서 블랙 유머로 인기가 있는가 보다.

이 샤일록은 내 이름에서도 그의 진가가 발휘되었다고 칭찬이 자자했지만.

영국식 유머를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데 아주 힘이 들었다.


기승전결 유대인!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유대인의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예술품을 수집하는 박애주의자인 사이먼 스트롤로비치에겐 뇌중풍에 걸린 아내와 유대인이 아닌 남자와 바람나 집을 나가버린 딸 비아트리스가 있다.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무덤을 찾은 그의 눈에 샤일록이 보인다.

그는 아내의 무덤 앞에서 아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던 스트롤로비치는 샤일록을 집으로 초대한다.

거절하지 않고 방문한 샤일록과 스트롤로비치의 이야기는 유대인을 위한, 유대인에 대한, 유대인적인 이야기였다.

영국식 유머와 유대인에 대한 걸 모르고서는 이 대화의 참 의미를 알 수 없으리.


특히 유대인 근성은 집 안에 숙식하는 정신착란이면서 동시에 평판 나쁜 기숙자처럼 그들의 평온한 가정생활을 뒤흔들어 놓았다.



샤일록의 딸 제시카도 엄마의 유품인 반지를 훔쳐 달아났다.

상당히 비슷한 상황에 놓인 두 유대인 남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끝이 없다.


이웃에 사는 플루러벨은 자살한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다.

그곳에서 그녀는 TV 쇼를 하면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그녀의 친구이자 게이인 당통은 그곳에 비아트리스를 데려온다.

행위예술가로 소개된 비아트리스는 그곳에서 축구선수 그래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스트롤로비치는 그래턴에게 자기 딸과 결혼하려면 할례를 하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들은 도망친다.

두 연인의 사랑의 도피처가 되어준 플루러벨과 당통은 그랜턴이 비스트리스가 미성년일 때 그녀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걸로 스트롤로비치는 그들을 협박하고 당통은 두 사람을 돌아오게 하지 못하면 자신이 할례를 받겠다고 다짐한다.


그들은 문화적 암시를 파악하지 못할 거야. 기억해 둬. 너의 지능은 5,000년 된 거지만 그들은 겨우 어제 태어났어. 그들은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해. 너는 열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



버지에게 지겹도록 들은 얘기지만 알 수 없었던 그 차이를 비아트리스는 도망가서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비아트 리스보다 2배나 많은 나이였다.

베네치아에서 두 연인의 사이는 시간이 갈수록 삐그덕 거린다.

무엇 하나 공통점이 없었다. 두 사람은.


베니스의 상인을 꽤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이 잘 생각이 안 났는데 다행히 뒤쪽에 요약본이 있어서 책을 읽기 전에 읽었다.

그것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해둔다.

모든 설정이 다르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장 근처의 살을 1파운드 도려낸다는 원본의 설정이 유대인의 할례의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원작의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이곳에서도 일어난다.

그럼에도 그다지 깊은 감명은 받지 못했다.

같은 속임수라도 조금 비열하달까?

베니스의 상인이 훨씬 깔끔한 반전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자비의 특징은 강요된 게 아니라네.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부드러운 빗방울처럼 내려오는 거라네...



샤일록이 이렇게 말하다니 믿어지는가?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괴롭혔다.

영국식 유머와 유대인에 대해 잘 아는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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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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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후 일본이 어떻게 나라를 재건하는가. 다양한 현장에서 지켜보고 싶다. 그 안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 탄광은 그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만주국 건국대학을 졸업한 모토로이 하야타는 정처 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아무 역에서 내려 걷던 그에게 한 남자가 접근한다.

자신의 광산에서 일하면 좋은 대우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그를 호객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 사람을 따라가던 하야타는 점점 불안한 심정이 싹트고 자신이 잘못된 길로 접어든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벗어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하야타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이자토 미노루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 덕에 무사히 호객꾼에서 벗어난 하야타는 그 역시 광부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를 따라 그의 탄광에 취직하게 된다.

자신이 알던 조선인 정남선이 생각나서 하야타를 도왔다는 아이자토는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다.

얼굴에 상처가 있는 그는 예전에 조선반도에서 광부를 모집하던 탄광회사의 직원이었다.

많은 조선인들이 감언이설에 속아 탄광으로 왔거나 길거리에서 무작정 끌려왔다.

전쟁 막바지에 이르면서 조선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의 탄광에서 더 모진 대접을 받으며 밤낮없이 일해야 했다.

아이자토에게 정남선은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주지 못했던 약속이었다.


하야토 역시 건국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조국이 저지르는 낯 뜨거운 거짓을 확인하며 혼자만의 속죄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삶으로 발걸음을 한 터였다.


옛날부터 탄광 일은 밑바닥 노동이라 멸시받으면서도 시대마다 국가의산업과 경제를 훌륭히 지탱해왔다. 그런 일을 하면 전쟁중에 잃어버린 일본인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중반까지도 아이자토와 하야타를 통해 전쟁 이후의 일부 지식인들의 고뇌를 다룬 이야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로 앞부분에 깔린 수많은 복선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미쓰다 신조가 미스터리와 추리물을 다루는 작가라는 걸 내가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백여우님' 혹은 '백신님'으로 모시는 여우신은 풍요의 신이다. 농촌과 산촌에서는 결실과 수확을 의미하는데 탄광에서는 당연히 채굴량 증가로 연결된다. '흑여우님' 혹은 '흑신님' 으로 두려워하는 여우신은 흉작의 신이다. 여기서는 갱내에서의 모든 사고를 의미했다.




백여우신과 흑여우신 두 신을 섬기는 넨네 탄광.

매일 3교대로 일하는 탄광의 고달픔은 전쟁 전과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고된 일의 연속이다.

그곳에서 하야타는 난게쓰라는 사람과 친해진다. 그는 자신의 사수가 사고로 죽자 그의 아내와 딸과 가족을 이루며 사는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하야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함과 동시에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나 매일 무사고를 기원하며 갱내로 들어가는 시간들에 익숙해질 무렵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모두 빠져나왔지만 아이자토가 갱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연달아 신사에 걸려있던 금줄로 자살처럼 보이게 꾸며놓은 살인이 벌어진다.


처음엔 자살로 마무리 되었만 연달아 계속 같은 사건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검은 여우신의 저주라 믿는다.

밀실에서 금줄로 목을 맨 시체.


사람들은 모두 검은 여우신의 소행이라 수군대고 실제로 검은 여우신을 목격한 아이들도 있었다.

탄광회사는 얼버무리듯 사건을 처리하려 하고, 하야타는 죽은 이들이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추리를 시작한다.

하지만 추리를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고 아이자토의 배다른 형제가 그곳을 찾아온다.


사건을 자살로 마무리하려는 탄광회사 측 경찰과 탐정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나름 사건을 추리하는 하야타.

그리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무과장 스이모리는 입을 다문다.

연쇄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스이모리는 아이자토의 구조를 결정한다.

회사의 허가도 없이 단독으로 팀을 꾸려 갱내로 들어가 아이자토의 시체를 수습해 온다.

모두 아이자토가 갱내 사고로 죽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아이자토의 목에도 금줄이 걸려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

죽은 이들은 모두 무슨 일에 연루되어 있는 걸까?


미쓰다 신조는 탄광이라는 곳에서 자행되던 일들로 일본의 민낯을 일부 보여준다.

거기에 검은 여우신을 등장시켜서 공포감을 고조시킨다.

그래서 다 읽을 때까지 이 이야기가 추리소설인지 호러인지 알 수 없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미쓰다 신조가 새로운 시리즈를 위해 만든 캐릭터이다.

패전 이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활약할 하야타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우리는 일본인의 시선으로 본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 전쟁은 일본의 전쟁이며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다. 조선반도가 식민지화되어서 우리도 일본인이 되었다면, 일본 국민으로서의 권리도 주었으면 한다.

다만 지금 시기에 일본 국민이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정남선의 수기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생각은 또 다른 일본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만주국의 건국대와 탄광에 끌려온 정남선을 통해 과연 자신들이 한 짓이 정당한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정부에서 한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 버린 보통 일본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야타와 아이자토라는 지식인을 통해 바라본 일본의 전쟁은 그들조차도 자신들의 조국이 벌이는 참상을 외면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들이 나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뿐이다.

아파서 하루 쉬고 싶다고 말했다고 죽도록 얻어맞은 장씨에게 몰래 주먹밥을 만들어 준 식당 아줌마처럼

이유 없이 모진 학대를 받는 조선인들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여준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렇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만.


어쩜 미쓰다 신조는 하야타를 통해 패전 후의 일본의 재건과 더불어 일본의 속죄를 위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기획을 한 것이 아닐까?

검은 얼굴의 여우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탄광에 끌려와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일했던 조선인들의 모습과 복수를 시작으로 일본이 현재 부정하고 있는 것들을 소재로 하야타의 탐정놀이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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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 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 클래식 클라우드 14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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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빛을 더 정확히 그리기 위해 모네는 빛의 색이 잘 물든 풍경을 찾아다녔다. 그렇기에 모네의 삶은 그가 그리고자 하는 빛이 머무는 풍경을 쫓는 여정이었다.

 

 

몇 달 전 전시회에서 모네의 수련을 홀로그램으로 보았다.

잔잔한 음악 사이로 공간을 이루는 벽면에 투영된 수련 연작은 각 벽마다 다른 수련의 느낌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련이 가운데 모여있는 사람들의 몸에도 투영되기 시작했다.

온 방안이 모두 수련 속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도 모네의 수련 연작은 내가 모르는 그림이었다.

모네의 그림은 양산을 쓴 귀부인들이 나오는 그림. 이 정도가 내가 아는 모네의 전부였다.

이름만 알았던 모네.

늘 마네랑 헷갈려서 모네인지 마네인지를 구분하지 못했던 나 같은 문외한에게 모네를 알게 될 시간이 주어질 줄은 몰랐다.

 

 

 

모네는 왜 그토록 빛을 그리고자 했을까? 그가 평생에 걸쳐 추가한 빛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모네를 알아가는 예술 기행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클래식 클라우드 14번째는 모네이다.

한 사람의 여정을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행적을 찾아보는 여행.

그 여행길에 동참한 나는 그림을 잘 모르지만 모네가 생각보다 가까운 시절을 살다간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사진과 그가 살던 집과 모네의 정원.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내게 모네는 아주 오래전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어서 그림 외에는 그에 대한 것들이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책을 통해 그가 살던 집과 그의 사진을 접하고 보니 모네가 꽤 가깝게 느껴지는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화구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그림을 그렸던 모네는 연작을 많이 그렸다.

바깥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화폭에 담고 싶어 했던 그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실내에서 모델을 세워놓고 그리던 그 당시에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안개가 끼면 안개 낀 그대로를 그림으로 남겼던 모네.

아마도 그의 스승 부댕의 영향력이 컸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모네에게 자연미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믿고 싶다.

눈에 보이는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바로 모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경직된 그림보다는 매일 보지만 매일 달라지는 날들을 그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스모크라는 영화에서 매일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10년 동안 찍었던 오기 렌의 사진은 같은 거 같지만 다른 시간을 담아냈다.

모네도 같은 배경을 두고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캐리커처를 그리며 일찌감치 솜씨를 드러낸 모네는 많은 화가들이 빈곤한 상황에서 고달프게 그림을 그린 것과는 다르게 후원자가 있었다.

그의 고모와 친구 바지유는 오랜 시간 모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나는 모네가 생각보다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팔 줄 알았던 사람이다.

자존심보다는 융통성이 더 많았던 모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모네의 그림엔 모난 곳이 없다.

그의 그림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는 그가 생활고에 허덕이지 않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을 갈 때 허겁지겁 유명한 곳만 도장 찍듯이 다니는 그런 여행 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간 모네의 분홍색 벽과 초록색 창틀로 꾸며진 집을 둘러보고

모네의 정원을 거닐어 보는 상상을 한다.

 

 

 

인상주의 화가로서 기존의 화풍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화풍을 만들어 간 모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도 그림을 그렸던 모네의 열정이 그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앞으로 모네의 그림을 보게 되면 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거 같다.

알기 전보다는 알고 난 후의 느낌은 다르니까.

 

 

 

그가 남긴 그 시대의 빛을 모네의 그림을 통해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모네를 읽는 시간은 빛을 받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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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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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이우일의 그림으로 하루키의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크리스마스에 쓸 음악을 의뢰받은 양사나이는 점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도 불구하고 한 줄의 악보도 완성하지 못한다.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양사나이는 퇴근 후 집에서 작곡을 하려 하지만 집주인의 방해로 작업을 이루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있었다.

그때 만난 양박사는 양사나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주에 걸렸어."

 

 

 

 

 

 

 

무려 2500년 전에 구덩이에 빠진 성 양 어르신의 저주를 받은 양사나이는 저주를 풀기 위해 집 뒤뜰에 구덩을 파야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 뚫린 도넛을 먹은 게 저주에 걸린 이유라니.

어이가 없는 이야기였지만 크리스마스 음악을 만들기 위한 양사나이의 집념이 성 양 어르신이 구멍에 빠진 일을 재현해야 저주에서 풀릴 수 있다는 양박의 말에 구덩이를 파게 한다.

그리고 2미터 3센티미터의 구덩이를 열심히 판다.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1시 16분에 정확하게 구덩이에 빠져야 하는 양사나이.

그 구덩이에서는 어떤 일이 양사나이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야기가 없어도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다.

팝업북 같은 느낌의 책이라 펼쳐보고, 접어보고, 왔다갔다 하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거 같다.

하루키의 팬들에게도 이우일의 팬들에게도

아무 팬도 아닌 이들에게도

재밌는 책이 될 거 같다.

한 장씩 펼칠 때마다 만나게 되는 그림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양 모양의 집

양 피아노

꼬불탱이 인간

번호로 불리는 쌍둥이 소녀들

까마귀 여사

그리고 성 양 어르신.

이 한바탕 꿈같은 이야기와 그것을 그려낸 그림 속을 걸어보는 기분이 양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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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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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네년이 얼마나 해괴한 짐승인가 그것은 오래전에 눈치를 챘건만...."

 

 

 

작가정신의 소설, 향은 중편소설을 다룬 시리즈다.

그 첫 번째 소설이 김사과의 0 영 ZERO 零 이다.

 

 

영국 형사 드라마 루터엔 알리스라는 범죄자가 나온다.

천재적 두뇌를 가진 알리스는 부모를 살해하고 강도가 든 것처럼 꾸며놓았지만 예리한 루터에게 발각되고 만다.

감쪽같은 연기와 알리바이로 무장했지만 범인에 대한 감각이 예리한 루터에게 꼼짝없이 발각된 알리스는 그로부터 루터의 주변을 돌며 루터에게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다닌다.

 

 

 

이 책 속의 알리스를 보며 루터의 알리스가 떠올랐다.

물론 이 책 속의 알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가 될 수도 있다.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깊이 묻어 두었던 악마적 기질을 끄집어 낸 이야기랄밖에.

 

 

 

(너같이 무가치한 인간을 본일이 없어.) 네가 가진 지적인 능력을 오로지 타인들이 불행하도록, 그 불행을 기원하고 실행하는 데 바치고 있어. 그러는 가운데, 너는 너의 그 악행의 얼룩을, 네 끔찍한 감정과 상상의 찌꺼기를, 증거 없는 범죄의 흔적들을 죄다 나라는 인간 쓰레기통에 처박았어.

 

 

 

 

주변인들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불행으로 이끄는 알리스.

그녀는 언제나 웃음과, 넉넉함과, 상냥함과, 자제함으로써 사람들 앞에서 항상 매력적인 사람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녀의 실체는 교묘함이다.

교묘하게 흘리는 말과, 표정, 행동으로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흠집 내고,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사람을 피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부린다.

 

 

 

완벽하게 보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여자.

남의 상처에 눈물을 흘리지만 속으로 웃는 여자.

상냥하지만 악마 같은 여자.

모든 관계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여자.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교묘함을 흘리는 여자.

 

 

 

꾹꾹 눌러 담았던 악마적 기질을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나에게도 알리스 같은 친구가 있었다.

모두의 중심에 서야 직성이 풀리고, 모두의 관심을 받아야만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기보다 관심을 더 받는 친구를 쳐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그런 친구.

 

 

 

알리스를 대하면서 그 친구가 떠오른 건 내가 세영이나 성연우의 기분을 알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은 무리에 한 명 꼭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초토화 시키고 자기는 아무 잘 못 없다는 표정으로 무심한 듯 모두에게 잘못의 화살을 던져버리는.

 

 

 

알리스를 통해 느꼈던 카타르시스는 아마도 내 속에 내재되어있던 나도 당하고만 살지 않을 거야!라는 외침이 아니었을까.

독특한 주인공을 만난 기쁨이 있는 소설이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애는 의외로 주위에 한 명 꼭 있다.

당하기 전까지는 그 진의를 알지 못하는.

당하고 나서도 그 진의를 믿지 못하는.

그런 사람.

 

 

 

첫 시작부터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시작 한 소설, 향.

앞으로 만나게 될 이야기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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