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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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 말은, 대체 우린 무엇으로 삶을 이어가나요?

 

헬렌은 룸메이트가 주문한 새 소파를 기다리는 와중에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입양아 남동생의 자살.

아무런 이유도, 아무런 조짐도 없었던 그의 죽음은 헬렌을 오래전 떠나온 집으로 향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입양된 헬렌은 따로 또 같이 입양된 남동생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제법 부유하지만 구두쇠였던 양부모와 그 어느 곳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던 헬렌은 그곳을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다.

'믿음직 언니'라는 별명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지만 그녀 자신도 누구를 도울 형편은 아니다.

그녀의 직업이 그럴 뿐.

하지만 헬렌은 스스로 자신이 남들을 잘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야들의 자살을 견디게 양부모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떠나온 집을 향한다.

 

이 이야기의 리뷰를 쓰기가 참 어렵다.

나는 아직도 헬렌을 다 이해하지 못했기에.

 

입양아로서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았던 헬렌의 성격이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어딘가 계속 불안해 보이고, 그녀의 생각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매사가 비판적이고, 회피적인 성격과 양부모는 물론 예전 학교 친구들이나 이웃들과의 교류도 편하지 않은 헬렌의 성격은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어쨌든 헬렌은 남동생의 죽음을 파헤쳐야 한다는 자신만의 의무감으로 동생의 행적을 쫓는다.

평소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했던 남동생에 대해 알아내기가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게다가 양부모와 친척들 이웃들까지 남동생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얘기하는 게 헬렌에게는 어색하기만 하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처럼 헛소리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이 둘러서서 생전에 알려고도 하지 않은 고인을 띄워주고 안타까운 척하는 형식적인 추모 행사.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내가 뭘 해야 할지 확실히 깨달았다. 반드시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때 그녀석을 알고 이해한 사람은 나뿐이니까.

 

 

과연 그랬을까?

그를 이해한 사람이 누나인 헬렌뿐이었을까?

양아들의 자살을 눈치채지 못했던 양부모의 슬픔은 헬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의 연극이 지겨울 뿐.

하지만 남동생을 이해하지 못한 건 헬렌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은 것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은 것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도 바로 헬렌이었다.

그녀 자신만 모를 뿐이었다.

 

입양아.

낯선 이들 틈에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항상 다름을 느끼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

누군가는 모든 걸 부정하는 삶을 택했고, 누군가는 모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살고자 했다.

 

내 동생은 얌전한 사람이었다. 폭력을 쓴 적이 한 번도 없고, 늘 유순해 보였다. 반면, 나는 폭력적이고 분노로 가득 찼으며, 매일매일 평온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유순한 이는 결국 아무나 택하지 않는 길을 갔다.

폭력적이고 분노로 가득한 이는 홀로 남겨져 세상을 대해야 했다.

 

어디에서든 이방인의 타이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이지만 가족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슬픔을 숭고한 사랑으로 흩뿌리며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

자신의 한을 온몸으로 발산하며 사람들의 호의와 관심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도, 내가 그런 입장에 놓여 본 적도 없어서 그 모순된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시야를 넓혀 더 큰 그림을 보지 않으면, 한없이 무의미하게 쳇바퀴 도는 삶에 갇힐지도 몰라. 지속해서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지 않으면 옴짝달싹 못하게 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조차도 자신의 틀에서 밖에는 볼 수 없고, 보지 못한다.

자신 보다 어른이 먼저 된 동생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게 된 헬렌의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다.

결국 그곳에서 혼자 남은 건 그녀였으니까.

 

그건 어른의 해법이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른이 된 내 동생의 해법.

 

 

한국인일 수도, 미국인일 수도 없는 아웃사이더.

홀로 남은 헬렌은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며 살게 될까?

 

버려졌다는 상처는 아무리 안온한 울타리에 남겨졌어도 치유되지 않는 것이가 보다.

이곳도, 저곳도, 이쪽 사람도, 저쪽 사람도.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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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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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던 차에 만난 신작이다.

 


희생자 일곱 명. 한 명당 상자 세 개.

총 스물한 개.

거의 5년 동안 그는 스물한 개의 상자를 봤다.

놈은 경찰을 가지고 놀았다. 절대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오직 상자만을 남겼다.

유령 같은 범인.


 

 


4MK 네 마리 원숭이 살인마.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범인.

일본 닛코의 도쇼구에 있는 유명한 원숭이 부조에서 따온 별명이다.

세 마리 원숭이가 각각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는 부조가 상징하는 건

사악한 것을 보지도, 말하지도, 듣지도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희생자마다 검은 리본이 묶인 하얀 상자 안에 귀, 눈, 혀를 차례차례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엔 시체를 남겼다.

 

그런 범인이 어이없게 버스에 치여 죽고 말았다.

그에게서 나온 유류품은 검은 리본이 묶인 하얀 상자와 회중시계, 잔돈, 세탁소 영수증. 그리고 작은 수첩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리본의 상자에서 잘린 귀가 나왔다.

 

범인은 죽고 어딘가에 마지막 희생자가 살아있다.

 

4MK를 전담했던 샘 포터는 휴가 중에 이 일로 복귀한다.

범인이 숨겨둔 마지막 희생자를 살려내는 것이 그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샘과 범인이 남긴 수첩에 담긴 범인의 일기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의 시점을 오고 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범인이 죽었으니 희생자를 찾아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씩 고백하듯이 적어 내려간 범인의 경악스러운 일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사건이 별거 아니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4MK의 희생자들은 모두 죄를 지은 자들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는 부동산 재벌 탤벗의 사생아였다.

샘은 탤벗에게 알려지지 않은 범죄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새로 온 CSI 요원을 현장 직원으로 충원한다.

실력 좋은 신입은 척척 샘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샘은 죽은 범인의 유류품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간다.

 

범인의 끔찍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오고 가는 이야기는 그것으로 충분히 재미를 느꼈는데

거의 막바지에 가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전개된다.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복잡한 이야기의 얼개를 찾아 내게 된다.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상당한 작가다.

이 이야기는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다.

 


당신을 그 남자와 같은 방에 가두고, 당신이 뭘 하든 아무 후환이 없으리라 확신하게 해준다면? 그래도 그 남자를 해치지 않을 건가요?



성공한 권력자들이 서로의 비리를 감추어주며 서로서로 손을 잡고 사회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많은 사람들의 비극.

4MK는 그런 사람들의 죄를 파헤치도록 납치와 살인을 감행한다.

살인사건을 통해 희생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비리를 알게 되는 세상.

어떤 이에겐 구세주 같고, 어떤 이에겐 원수 같다.

하지만 범인이 몰락으로 몰고 가는 그 사람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구세주 같고, 누군가에게는 원수 같은 사람이다.

 

공정하기를 바라는 법 앞에서 그들은 제대로 심판받을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기에 스스로 자정 작용에 나선 범인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그들을 단죄했다.

 

그리고 샘에게 묻는다.

그의 아내를 죽인 강도와 한 방에 있게 되면 그에게 아무런 후환이 없도록 해준다면 그 남자를 해치지 않을 수 있는지.

 

마치 샘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고백하듯이 쓴 일기엔 범인 자신의 어릴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스릴러가 완성되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마치 어른들의 사악한 동화처럼 진행되고 독자는 범인에 대해서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기발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성공했다.

어서 그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으니까.

 

마치 스티븐 킹의 빌 호지스 시리즈가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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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6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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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 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책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06

 

 

 

 

해미시는 휘몰아치는 바람과 칠흑 같은 어둠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해피 원더러의 분홍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 순간, 불현듯 날카로운 두려움이 엄습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감기에 걸린 해미시는 외로움에 진저리를 친다.

아무도 그가 아픈 걸 알지도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집에서도 해미시가 오는 걸 반기지 않는 이모 때문에 어머니가 방문을 꺼려 하자 더 우울해진다.

그때 프리실라가 자신의 지인이 조언을 구한다며 제인을 소개한다.

제인은 부유한 이혼녀로 아일린크레이그 섬에서 헬스팜을 운영하고 있다.

배타적인 섬사람들 속에서 사업을 번창시킨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서 해미시를 그녀의 사업장으로 초대한다.

욱하는 심정으로 초대에 응했지만 가는 내내 왠지 찜찜함을 느끼는 해미시.

제인이 초대한 손님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었고, 그중에 사람들을 돌아가며 짜증 나게 하는 여자 헤더가 있었다.

전편에서 전환점을 맞은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관계는 이번 편에서도 그다지 진전은 없다.

하지만 프리실라가 점점 해미시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가려 하면 이상하게 일이 꼬이고 만다.

어딜 가나 살인사건을 달고 다니는 해미시.

그 외딴섬에서도 결국 사건이 발생하고, 모두가 사고사로 생각하지만 해미시는 살인사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해미시를 도와 같이 추리를 하는 요리책 작가 해리엇이 해미시와 프리실라 사이를 본의 아니게 방해하게 된다.

공산주의자 흉내를 내면서 로맨스 소설을 경멸하던 여자의 이중생활.

겉으로는 화려한 남성편력을 과시하지만 질투를 유발하려고 했을 뿐인 여자.

지독한 고용주 밑에서 고된 일을 하지만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여자.

해미시와 함께 추리의 세계로 거침없이 들어왔으나 작은 상처를 남기고 떠난 여자.

이번 편은 왠지 약간 쉬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편하게 읽은 이야기랄까?

해미시를 괴롭히던 블레어가 이번에는 그리 심하지 않았기에 좀 김이 빠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프리실라의 심경에 뭔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녀가 해미시 대신 그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다음 편에서는 진도가 더 나갈 것이라 예상해본다.

해미시가 지고지순한 순정남인 줄 알았는데 매번 프리실라 대신 다른 여자들과 살짝살짝 염문을 뿌리는 걸 보는 맛도 바로 이 이야기의 재밌는 요소다.

그나저나 나는 빨리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관계가 진전이 되어서 빨강 머리를 한 꼬마들도 만났으면 좋겠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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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만지 비룡소의 그림동화 271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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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게임.

마지막 목표지점에서 '쥬만지'를 외쳐야만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게임이 있습니다.

                            

쥬만지는 금세 따분해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정글 탐험 게임입니다.

 

 

주디와 피터는 부모님이 외출하신 동안 집을 지키고 있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외출하자마자 장난감을 몽땅 꺼내 집안을 어지럽히고 맙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싫증 난 피터는 심심하다고 보채죠.

그래서 두 아이는 밖에서 놀기로 합니다.

 

밖으로 나간 아이들 눈에 띈 버려진 게임 상자 쥬만지.

주디와 피터는 그 상자를 가지고 와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한 게임.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그 게임은 엄청난 재난을 몰고 옵니다.

 

사자에 쫓기고, 원숭이들에게 부엌이 점령당하고

코뿔소가 들이닥치고, 커다란 비단뱀이 나타나죠.

 

아이들은 겁에 질리고 도망치기 바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규칙엔 이렇게 쓰여 있었죠.

 

                            

이것은 매우 중요함 :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한 사람이 황금 도시 쥬만지에 도착할 때까지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화산까지 폭발해서 용암이 흐르는 순간에도

게임의 규칙을 기억한 아이들은 계속 주사위를 던집니다.

 

게임을 끝내야만 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하고, 무엇을 해도 끝맺음을 맺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어떤 곤란한 상황이 오더라고 끝을 보지 않으면 절대 끝나지 않는다.

 

세상일이 그렇죠.

마무리가 안된 것은 늘 후회나 좌절감으로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단순하지 않은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네요.

 

사실적인 그림체와 흑백 톤의 그림이지만

컬러풀한 느낌이 드는 묘한 그림입니다.

 

영화 쥬만지의 원작입니다.

영화의 느낌을 지우고 책을 읽기를 추천합니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네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하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재밌고 상상력을 발휘한 이야기가 최고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주디와 피터가 내다 버린 게임기를 옆집 말썽꾸러기 형제가 들고 사라지는 모습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절대 끝나지 않을 거 같네요.

 

어쩜 쥬만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서 주사위가 던져지길 기다리는 이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열심히 주사위를 던져야 합니다.

끝은 봐야 하니까요.

끝까지 가지 않으면 쥬만지의 악몽은 계속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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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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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이런 자잘한 원칙이며 성경 구절, 인생 조언이 떠돌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어디서 온것인지, 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것인지 의문을 품기를 그만두었음에도 짓눌리는 기분을 느꼈다.




1부에서 캐머런은 콜리의 배신으로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고 이모와 목사님에 의해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곳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제인 폰다와 애덤을 만나 절친이 된다.

한때 동성애자였던 릭 목사와 그의 이모 리디아는 그곳을 총괄한다.

비록 한적하고 쉽게 찾아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었지만 축복받은 풍경이 그나마 캐머런을 위로해 주는 곳이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오던 시기.

로키산맥 인근의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12살에 부모님을 잃은 캐머런은 이모와 할머니의 품 안에서 수많은 영화 비디오를 보면서 자랐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배울 필요는 없었다.

캐머런은 늘 마음 가는 대로 가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캐머런의 그녀들은 모두 상처를 주고 떠났다.

같은 걸 느꼈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을 안으로 숨겨 버렸다.

사회에서 용납 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낼 용기가 없었던 거겠지.

하느님의 약속에서의 나날은 제인과 애덤으로 인해 숨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곳을 그냥 졸업해서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애당초 그것은 병이 아니었고, 절대 나아지는 것이 아니었고, 고쳐지지도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캐머런과 제인, 애덤은 도망치기로 한다.

그곳에서 도망쳐서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마크는 노력했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실패했어. 왜냐하면 애초에 그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크는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잘라버리자고. 정말 좋은 생각 아니야?



기도로, 면담으로, 하느님을 위해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노력하는 그것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캐머런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내가 걱정했던 학대나, 추행이나, 인격모독은 없었다.

하지만 가장 무지한 것은 바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 이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곳의 가르침과 믿음 자체가 문제라는 거예요. 믿지 않고 의심한다면 지옥에 갈 거라는, 우릴 아는 모든 사람이 우릴 부끄러워할 거라는, 심지어 하나님마저도 우리의 영혼을 포기해버릴 거라는 말을 듣는다고요.

.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것은 키라든지 귀 모양처럼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우리이게 억지로 변화를 일으키려 하면서, 우리가 변하지 못한 것은 온 힘을 다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더러운 죄인이고,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들어요.




때리고, 상처 주고, 억압하고, 화내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인정하지 않는 것.

그 모두가 폭력이었다.

원제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이런 걸 의미한 거 같다.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쓸데없는 것들을 주입시키는 행위.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행위.

스스로를 낙오자로 만드는 행위.

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캐머런 주변에 있는 어른이라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아직 모른다.

예전에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나는 그를 응원했었다.

어쩜 그는 멀리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내 주위에서 나랑 가까운 누군가가 캐머런이라면 나는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에, 또 다른 사람에게는 타인을 제약 없이 이해하고 그가 필요로 하는 우애와 사랑을 선사할 만한 감수성을 얻는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이기를 바란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낀 것은 애써야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선택을.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책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이미 많은 동성 커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 나도 지금 당장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마주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그냥.

그가. 그녀가 필요로 하는 우정을 나눠 줄 감수성을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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