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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원숭이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1/pimg_7368641352443796.jpg)
스릴러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던 차에 만난 신작이다.
희생자 일곱 명. 한 명당 상자 세 개.
총 스물한 개.
거의 5년 동안 그는 스물한 개의 상자를 봤다.
놈은 경찰을 가지고 놀았다. 절대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오직 상자만을 남겼다.
유령 같은 범인.
4MK 네 마리 원숭이 살인마.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범인.
일본 닛코의 도쇼구에 있는 유명한 원숭이 부조에서 따온 별명이다.
세 마리 원숭이가 각각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는 부조가 상징하는 건
사악한 것을 보지도, 말하지도, 듣지도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희생자마다 검은 리본이 묶인 하얀 상자 안에 귀, 눈, 혀를 차례차례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엔 시체를 남겼다.
그런 범인이 어이없게 버스에 치여 죽고 말았다.
그에게서 나온 유류품은 검은 리본이 묶인 하얀 상자와 회중시계, 잔돈, 세탁소 영수증. 그리고 작은 수첩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리본의 상자에서 잘린 귀가 나왔다.
범인은 죽고 어딘가에 마지막 희생자가 살아있다.
4MK를 전담했던 샘 포터는 휴가 중에 이 일로 복귀한다.
범인이 숨겨둔 마지막 희생자를 살려내는 것이 그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샘과 범인이 남긴 수첩에 담긴 범인의 일기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의 시점을 오고 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범인이 죽었으니 희생자를 찾아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씩 고백하듯이 적어 내려간 범인의 경악스러운 일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사건이 별거 아니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11/pimg_7368641352443797.jpg)
4MK의 희생자들은 모두 죄를 지은 자들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는 부동산 재벌 탤벗의 사생아였다.
샘은 탤벗에게 알려지지 않은 범죄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새로 온 CSI 요원을 현장 직원으로 충원한다.
실력 좋은 신입은 척척 샘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샘은 죽은 범인의 유류품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간다.
범인의 끔찍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오고 가는 이야기는 그것으로 충분히 재미를 느꼈는데
거의 막바지에 가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전개된다.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복잡한 이야기의 얼개를 찾아 내게 된다.
이야기를 엮는 솜씨가 상당한 작가다.
이 이야기는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다.
당신을 그 남자와 같은 방에 가두고, 당신이 뭘 하든 아무 후환이 없으리라 확신하게 해준다면? 그래도 그 남자를 해치지 않을 건가요?
성공한 권력자들이 서로의 비리를 감추어주며 서로서로 손을 잡고 사회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많은 사람들의 비극.
4MK는 그런 사람들의 죄를 파헤치도록 납치와 살인을 감행한다.
살인사건을 통해 희생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비리를 알게 되는 세상.
어떤 이에겐 구세주 같고, 어떤 이에겐 원수 같다.
하지만 범인이 몰락으로 몰고 가는 그 사람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구세주 같고, 누군가에게는 원수 같은 사람이다.
공정하기를 바라는 법 앞에서 그들은 제대로 심판받을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기에 스스로 자정 작용에 나선 범인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그들을 단죄했다.
그리고 샘에게 묻는다.
그의 아내를 죽인 강도와 한 방에 있게 되면 그에게 아무런 후환이 없도록 해준다면 그 남자를 해치지 않을 수 있는지.
마치 샘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고백하듯이 쓴 일기엔 범인 자신의 어릴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스릴러가 완성되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마치 어른들의 사악한 동화처럼 진행되고 독자는 범인에 대해서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기발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성공했다.
어서 그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으니까.
마치 스티븐 킹의 빌 호지스 시리즈가 돌아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