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끌리는 8가지 프레임
스티브 마틴.조지프 마크스 지음, 김윤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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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왜 사람들이 특정한 메신저와 그들의 메시지에만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지, 또 반대의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인지 탐구하려는 목적으로 집필됐다

 

 

표지만 보면 이 책은 김경일 교수의 책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적절히 활용한 띠지를 사용해서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메신저로 김경일 교수를 선택한 출판사의 의도다.

김경일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책으로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회의 메신저가 가진 특징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가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또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메시지를 듣는 대상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신뢰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메신저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그 메신저의 종류를 하드 메신저, 소프트 메신저로 구분하고 있다.

 

하드 메신저는 '뛰어난 지위'를 소유하고 있거나 혹은 소유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들의 특징은 사회경제적 지위, 역량, 지배력, 매력이다.

 

소프트 메신저는 대중과의 유대감이 좋은 사람이다.

그들의 특징은 온화함, 취약성, 신뢰성, 카리스마이다.

 

책에 여러 가지 실험과 예를 들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싶다.

나는 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만 한동안 서평단을 직접 뽑았다.

처음 서평단을 뽑았을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미서평이나 지각 여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블로그 방문자 수를 보았다.

방문자 수가 많으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방문자 수가 많고 좋아요가 많다고 해서 서평을 잘 쓴다고 볼 수 없고, 그것이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블로그나 인스타나 좋아요의 숫자는 거의 발품과 맞먹는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숫자의 절반 정도만 되돌아와도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숫자의 모든 사람들이 그 글을 읽었을까?

 

대부분은 각자 신뢰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라면 믿고 읽는다. 라는 믿음.

팔로워 수는 별로 없지만 신뢰와 친목을 잘 다져서 찐팬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수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 보다 양질의 리뷰는 물론 새로운 독자까지도 생성해 낼 수 있다.

물론 책의 판매로도 이어진다.

 

 

 


 

 

이 책은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스티브 마틴과 심리학자인 조지프 마크스의 조합은 다양한 실험과 에피소드들을 활용해 메신저가 가진 권위, 외모, 착용하는 명품들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특징을 통해서 영향력 있는 메신저가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건

메신저들의 말발이 아니라 그들의 메시지가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메신저가 되기 위해 무얼 해야 할까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메시지가 어떤 것인가를 가려내는 마음의 소리를 갈고닦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보가 우수수 쏟아지고 있는 현실에 살고 있다.

옳고, 정확한 메시지를 알아내어 '잘' 전달하는 진정한 메신저를 만나고 싶다.

하드 메신저보다는 소프트 메신저로 살아가고 싶은 바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메신저가 되기보다는 '도움'이 되기 위한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어떤 메신저가 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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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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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물음표 없는 질문은 듣는 사람에겐 질문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엔 " " 가 없다.

그것이 이 모든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만든다.

그들의 대화에 " "가 채워졌다면 이 책은 좀 더 가벼운 이야기가 됐을 거 같다. 왠지...

 

여성들의 이야기는 흔히 슬픈 이야기다.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며 인류의 죽음을 강의한 남자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늘 이렇게 말한다.

다 끝났다.

어떤 희망도 여지도 없이 다 끝났다. 고 말 하는 남자는 전 남친이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암으로 죽음을 앞둔 친구가 있다.

 

시니컬한 친구는 신랄한 유머를 탑재하고 있고

하나뿐인 딸과는 거의 회복 불능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열심히 싸웠지만 딸도 암도 친해지지도 완전히 쫑 나지도 않는 어정쩡한 관계다.

친구는 '죽음'을 준비한다.

친구의 '죽음' 여행에 동행한 나.

 




 

 

말기 환자 곁에서 지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에 얼마큼 공감할지 잘 모르겠다.

그게 가족이 아닌 친구라면.

나는 가족은 겪어 봤지만 친구는 겪어 보지 않았기에 그 복잡하고 복합적인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느린 호흡으로 읽었다.

 

시시각각

하루하루

시간시간

변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변해있고, 변해졌다.

 

잘 먹지 못하는 친구 앞에서 배가 터져도 꾸역꾸역 먹고 있는 나

이 여행을 온 걸 후회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나

친구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

 

서로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는 그들

서로 부담스럽지만 서로 녹아들어 가는 그들

 

남겨질 친구를 걱정하는 친구

혼자 떠날 친구를 걱정하는 친구

알듯 모를듯 한 마음들이 서로 엉켜 있는 글 앞에서 내 마음도 시시각각 이랬다저랬다 한다.

 

이것이 싸우는 내 나름의 방식이라는 걸 사람들도 이해해야 해. 내가 먼저 나를 없애버리면 암이 나를 없앨 수 없을 테니까.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본다.

나는 말기 환자의 죽음을 지키면서 그런 다짐을 해왔다.

내가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남의 손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면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고.

그래서 이 여행을 이해하고 기꺼이 친구와 동행한 그녀가 고맙다.

 

네 걱정은 전혀 안 했어. 친구가 말했다. 너한테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되리라는 예상은 못 했어.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 것 - 내 편에서도 그런 예상은 하지 못했다.

 

 

<당해보지 않으면 그 슬픔과 고통을 모른다.> 내가 잘 쓰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오래전 동창 모임이 있었다. 한 친구가 왔다.

동창이라고 했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구였다.

그녀의 친한 친구가 모임 전에 우리에게 귀띔을 했었다.

암 환자라 얼만 남지 않았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친구들 모습을 보러 온다고.

 

어려서 그랬을까.

죽음을 잘 몰라서 그랬을까.

우리는 돌아가며 알은체를 했고, 그 뒤로는 술독에 빠져 끼리끼리 흩어졌다.

불현듯 꼿꼿하게 앉아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흡수하듯 바라보고 있던 친구를 보았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못 하고...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내 기억은 달라졌을까?

가끔 흐릿하지만 여전히 그 기억은 빛바랜 사진처럼 뇌리에 박혀있다.

나는 뭔가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느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사는 건

죽음으로 향해가는 완행열차다.

누군가에겐 급행열차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란 작가지만

글을 읽는 내내 프랑스 문학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을 간접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글이었다.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가야만 하는 사람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피붙이가 아니어서 조금 덜 감정적이게 되지만

여전히 슬프고 아린 그런 감정.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내는 일은 죽는 거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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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누군가의 첫 책 3
김정희 지음 / KON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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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본격적으로 내 삶에 외로움을 들이고 싶다. 마음에 들지 않는 타인에게서 오는 외로움이 아니라 오롯이 나만을 위한 외로움 말이다. 내 오랜 동굴을 벗어나 "외로움이 나를 이렇게 성장시키더군요!" 하며 외로움에 맞선 당당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나머지 내 삶을 기꺼이 외로움에 맡겨 보고 싶다.

 

다섯 남매의 장녀는 모든 걸 다 누렸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더 포기한 게 많았을 거라 걸 아는 동생들은 드물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장성할 때까지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그녀는 오랜 시간 가슴에 품어 놓은 <<그림>>을 시작했다.

무엇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삶에 '만족'이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직접 그린 그림에 소박한 글이 참 여유롭다.

이 책은 읽는 사람들에게 마음에 여유를 준다.

나도 따라가게 될 앞선 선배의 자아 찾기는 그 자체가 감동이다.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도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도 뭘 하겠다고 생각하고 큰소리쳐놓고도 아직도 그 뭔가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시작이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

막상 시작만 하면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머위는 쓴맛으로 먹는다. 어린잎도 쓰다.

하지만 그 쓴맛을 우려내지 않는다.

쓴맛이 달게 느껴질 때쯤이면 머위의 쓴맛은 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청대추 떨어지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소리 중 하나라니

그 청대추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다 내려놓아도 좋다는 마음이 자리 잡는다고 한다.

우리 동네도 대추나무를 심은 집들이 많은데 내 귀에도 청대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내 마음도 다 내려놓게...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코로나로 구순의 엄마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까지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들 앞에서 자꾸 뭔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누군가의 개인사를 읽어 가는 시간이 내 안에 무엇을 내려놓는 시간인 거 같다.

 

얼마 전 58세에 친구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큰언니의 글을 읽고

비슷한 연령대의 또 다른 언니의 그림일기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길이 보이는 거 같다.

큰언니 세대는 또 다른 희생자들이다.

산업화 시대에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야 했던 거의 끝 세대이니까.

 

이제야 진정 외로울 자격을 가졌고

맘 놓고 여행을 떠날 시간을 가졌고

남에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를 가졌다.

 

젊음을 저당 잡히고

위아래 눈치를 보며 하고자 하는 뜻을 가슴에만 품고 살아야 했던 끝 세대.

 

이제는

큰언니들이 다 해보며 사는 시간을 누리시길 바란다.

세상이 서로에게 문을 닫아거는 시간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 문도 활짝 열리리라 믿는다.

그리고 새롭게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게 될 큰언니를 열렬하게 응원한다.

 

부족한 그림과 글을 봐주실 낯선 마음에 설렙니다.

 

 

부족하지 않습니다..

더 부족한 제 마음을 채워주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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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금술사 - 뇌는 어떻게 인간의 감정, 자아, 의식을 만드는가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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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여행 에세이를 읽은 기분이다.

 

뇌는 신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다가도 순식간에 무기력과 절망에 굴복해버릴 수 있다.

 

 

 

에세이스트 다이앤 애커먼은 뇌를 연금술사에 비유했다.

마음의 연금술사.

뇌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몇 권 읽었지만 뇌 전문가들의 저서라서 아무리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도 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거의 수박 겉핥기 식으로 뇌를 이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마음의 연금술사는 내가 좋아하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뇌를 설명한다.

그래서 마치 뇌에 대한 여행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다.

 

인간의 진화와 더불어 뇌도 그 무게와 용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버렸다.

인간의 작은 머리에 담기기 위해 뇌가 버려야 했던 수많은 것들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해졌다.

마치 느려지고 무거워진 컴퓨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당장 불필요한 찌꺼기들과 파일들을 삭제하는 것과 같다.

어쩜 우리가 초능력이라고 하는 것들은 예전에 우리가 현실을 살기 위해 덜어낸 뇌의 버려진 용량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자아들이 유령처럼 길게 늘어서서 우리 뒤를 따라다니는 가운데 가치관, 습관, 기억은 지금의 '나'를 더욱 잘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한다.

우리의 자아들은 모두 별도의 공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은 뇌가 아니다.

나는 이성과 감성으로 뇌와 마음을 분리해왔는데 여기서는 마음이 뇌에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런 표현들이 뇌를 좀 더 쉽게 이해하게 해주는 표현들이었다. 내겐.






누군가의 여행기는 사유가 많아서 나를 돌아 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여행기는 흥이 나서 같이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다이앤 애커먼의 마음의 연금술사는 안다고 생각했던 흔한 여행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는 여행자의 여행기다.

그래서 늘 보던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고, 늘 똑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뇌에 관한 이야기를 고급스럽지만 선뜻 집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거부감 없이 만들어 놓은 달콤한 초콜릿처럼 포장해 놓은 애커먼의 솜씨가 경탄스럽다.

아마도 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읽었거나 작심을 하고 공부하고 나서 자기식대로 풀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큼의 이해와 지식을 갖춰야 가능한 건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인간은 정복자다.

우주도 정복하는 마당에 몸에 지니고 다니는 뇌에 대한 정복도 불사할 것이다.

하지만 '뇌'는 그렇게 쉽사리 정복당할 '목적지'가 아니다.

인간은 아무리 정복당해도 그것을 교모하게 이겨내고 도망가는 DNA를 탑재했으니까.

인간이 알아내면 알아낸 만큼 새로운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도 가지고 있는 '뇌'가 어떠한 능력을 가졌는지 잘 모르는 지금이 더 좋은 거 같다.

물론 가지고 태어난 나의 '뇌'를 100분의 1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는 하지만

뭐든 인간은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도구와 편의시설을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줄 알 뿐이다.

 

인간의 독특한 뇌에 바치는 찬사에서

범죄자의 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뇌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까?

만약 다르다는 걸 알게 되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자를 미리 가려낼 수 있을까?

마지막 이야기가 내겐 그 어떤 주제보다 더 흥미로웠다.

아마도 내가 장르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은 거 같다.

 

마음의 연금술사는 '뇌'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떠날 수 있는 뇌 여행기다.

그냥 읽기만 하면 내가 장착하고 있는 '뇌'에 대한 경이로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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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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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요원으로서 그는 기껏해야 평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책상에 앉으면 웬만한 요원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테리 매케일랩.

전직 FBI인 그는 심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으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배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느 날 어떤 여인이 배로 그를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전직 수사관이었지만 현재는 아무런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고 쫓아내려 했지만

그녀는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심장.

그거 제 동생 거예요.

제 동생이 선생님 목숨을 구했어요."

 

 

운전도 못하고, 시간 맞춰 약도 먹어야 하고, 달릴 수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절대 안 되는 상황인 매케일럽에게 그녀의 말은 폭탄과도 같았다.

장기를 기증받은 자는 기증자를 절대 알아서는 안된다.

기증자의 유가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찾아냈고, 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잡아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몰랐으면 잊어버려도 되는 요구였지만 알고 나서는 도저히 모른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건이 찾아오는 방식이 꽤 충격적인 블러드 워크.

<시인>에 이어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을 다 읽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엄청난 분량의 작품들이 있어서 어떻게 시작을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어떤 분이 블러드 워크를 추천해 주시길래 냉큼 읽기 시작했다.

 

 

밀리의 서재를 정기구독 중이라 전자책으로 읽었다.

전자책으로 완독한 몇 안 되는 책 중에 한 권이다.

 

그는 이제부터 그 고리를 찾아 나설 참이었다. 식품점에서 완벽한 빨간 사과를 찾듯이. 그 사과를 꺼내면 사과 더미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그런 사과 말이다.

 

 

개별 사건들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매케일랩의 수사 능력은 그가 현장에서는 별다른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서류들 앞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파라는 걸 증명해 준다.

거의 모든 스릴러가 현장파 요원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테리 매케일랩은 수많은 서류들 속에서 범인의 윤곽을 찾아내는 신기술(?)을 보여준다.

발로 뛰지 않아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라고 할까?

그러니 서류 작업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얻게 되고, 이야기를 더 쫀득하게 만드는 소재이기도 하다.

사건에서 프로파일러의 중요성도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도 초창기 띵작 중 하나로 한때 모든 사람들의 영웅처럼 각광받던 수사요원이자 범인들에게는 절대 피해야 하는 공포이기도 했던 전직 FBI 요원이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에 무리가 생기면서 조기 은퇴를 하고 죽음을 준비하던 시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심장을 기증받아 기사회생했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테리 매케일랩의 인생은 공허함 그 자체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그 일상은 매케일랩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그가 이 사건에 뛰어들 게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뭔가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수사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지금까지는 책에서만 봤던 감정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실제로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 싸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를 놓고 느끼는 갈등. 모든 걸 잊어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어찌나 강한지 마치 주먹으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냥 모든 걸 그만두고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길은 평탄하지 않다.

그를 무시하는 LA 경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 서로 연관이 없을 거 같은 사건들이 이어져 있는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수사의 난항 등이 그를 방해하고, 결정적으로 그를 함정에 빠뜨린 범인에 의해 그는 주요 용의자가 된다.

 

어제의 동료가 이제는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잡기에 혈안이 되는 현실.

그가 일부러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수사를 시작했다는 가설로 그를 옥죄어 오는 FBI.

이 답답한 사실 앞에서 그가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

 

모든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스릴러라고 말하고 싶다.

테리 매케일랩은 깊은 함정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자신을 구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켜냈다.

모든 범죄소설이 다 그렇지 뭐. 라고 생각하겠지만 다 고만고만한 이야기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마이클 코넬리는 고만고만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모두가 모티브로 삼을 만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1998년에 나온 작품을 2021년에 읽었는데도 촌스러운 점이 없고, 답답한 전개가 없다.

<시인>, <블러드 워크> 두 편을 연달아 읽으며 이 작품들이 90년대 작품이라는 걸 느낄 수 없었다.

읽고나서도 신기했다. 자주 나오는 공중전화 장면 마저도 자연스레 21세기에 녹아드는 이 매력은 코넬리만의 '무엇' 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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