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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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했다. 돼지들이 미쳐 날뛰었다. 농부와 친구들도 미쳤다. 이론상으로는 살아남은 돼지와 접촉한 이후였다.

 

 

신천국이라는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퇴출당한 윈터.

언니와 조카를 구하는 걸 목표로 삼은 윈터.

퇴출되어 세상에 던져진 윈터의 눈에 비친 세상은 믿고 싶지 않은 신천국 교주 매그너스의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죽이고 죽고, 어딘가에선 전쟁이 한창이고, 세상은 미친 자들의 나라처럼 보였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연신 치매에 걸린 환자들 얘기가 심심찮게 나도는 세상. 윈터는 자신이 퇴출 당한 게 구원인진 절망인지 알 수 없다.

 

고대 바이러스 + 현대의 인플루엔자 = 치매와 광기

 

한국계 미국인 토스카 리의 소설 라인 비트윈.

이 소설은 2019년 완성되었는데 팬데믹 상황을 예견한 예언서라는 별칭이 붙었다.

고대 씨앗들을 모으는 종교집단 신천국.

치매 현상이 들불처럼 번지는 세상.

그것에 대한 예방은 그저 손을 깨끗하게 씻고 집에 머무는 것뿐이다.

도시는 봉쇄되고, 사람들은 집 밖에 나오는 걸 두려워하는 세상.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뇨. 세상은 이런 식으로 안 끝나요."

 

엄마에 의해서 언니와 함께 신천국에 들어가게 된 윈터.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세상과 격리된 오랜 종교집단의 생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런 윈터에게 세상을 구할 자격이 주어진다.

작가는 이 여린 듯 강한 심지를 가진 여성을 통해 세상을 구할 서사를 그려낸다.

세상은 언제나 위급 상황에 처할 때 영웅을 만들어 내고 그 영웅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된다.

대단한 학식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이름 모를 사람의 용기와 강인함이 세상을 구하는 구심점이 된다.

 

고대 바이러스 얘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사례가 있었고,(그 사례가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은 실제 눈앞에서 벌어져야 알게 될 사실이다.

그러지 않는 이상은 몇몇의 희생은 눈 가리고 아웅하게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샘플뿐이다. 나도 안다. 이건 미친 짓이다. 안전을 위해 그렇게 애를 써놓고는 세상을 광기로 채울 질병을 조수석에 싣고 달리지 않는가. 디카로 장로가 지금의 나를, 그리고 콘솔함의 샘플들을 보면 뭐라고 할까? 라디오에서 <지옥행 하이웨이Highway to Hell>가 터져 나왔다.

 

 

이 이야기의 두 번째 이야기도 있다.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나머지 궁금증이 해결될 것이다.

소설은 현실을 따라갈 수 없지만 현실의 미래를 미리 보여줄 수는 있다.

우리 앞에 놓인 무수히 많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속 변종으로 우릴 괴롭힐 것이고, 인류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아직 인사조차도 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가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현실과 너무 근접해 있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모르고 노출됐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예방조치란 결국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게 다이다.

이게 현실이라서 미치도록 웃프다...

 

정말 세상이 이런 식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우리의 현재를 살펴보기 위해 읽어 봐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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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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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길이야. 하지만 너만 같이 가준다면 이 길을 성공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한다. 좀 도와다오. 같이 가자. 낯선 길에서 우리 낯설지 않은 구름과 바람으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와 어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 나태주 시인의 산문이 만난 책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이 책은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읽고 나태주 시인이 그 감상을 적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탄의 노래 가사는 시적이면서도 듣는 이들에게 현실과 용기와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가사로 유명합니다.

저는 사실 방탄의 노래 가사 때문에 이 책이 탐이 났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세대 간의 갈등이 더해지고 있는 요즘 방탄의 노래 가사가 들려주는 젊음의 절규를 기성세대의 부모 세대인 나태주 시인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저로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출판사도 시인도 요즘 유행하는 방탄에 편승하기가 아닌가 의심도 했고요.

반신반의하는 감정으로 책을 읽어갔습니다.

 

 

나는 마음이 어둡고 우울할수록 더욱 밝고 환한 세상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 그것이 우리가 끝내 살아남는 길이야.

 

 

나태주 시인은 '예원' 이라는 이에게 방탄의 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청합니다.

이분이 손녀인지 아는 지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탄의 가사에 영어가 많으니 도와달라고 청하는 말을 읽는 순간 나태주 시인의 마음가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무조건 읽고 비판하거나 무조건 칭찬만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온전히 닿는 부분입니다.

 

 

 

현명할 필요가 있어. 마음의 눈을 뜰 필요가 있어. 현명이란 지혜와 통하는 것. 지혜는 지식과는 무늬가 달라. 지식은 그냥 무엇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하지만 지혜는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헤아려 아는 것을 말하지. 미래의 일, 마음의 일, 미해결의 일을 아는 힘을 말하지.

 

 




방탄의 노래 가사마다 시인의 감상이 따릅니다.

아이들을 가르쳤던 분이라 그런지 눈높이를 맞추어 전해지는 감정들이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방탄의 현실에 노년의 지혜가 덧붙여진 글은 읽은 이들에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듭니다.

 

 

 

BTS, 그들의 노래는 한마디로 말해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라 할 수 있어.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기상천외해. 매우 새롭다는 얘기지. 하지만 내용만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친근함을 느끼게 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이게 또 그들이 부루는 노래의 특징이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

 

 

방탄의 노래는 오래된 술을 새 부대에 담은 느낌이다.

 

방탄의 모든 노래는 팬들에게 보내는 팬레터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팬이자 서로의 아이돌입니다.

 

 

시인은 방탄과 아미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선순환이 방탄의 존재감과 인기를 더욱 끌어올린다고 생각하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가끔은 난해한 가사를 해석한 방식이나 내가 느낀 감정과 다른 느낌을 마주할 때가 있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또 좋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감상은 그 자체가 열린 마음이라서 제가 더 닫힌 느낌을 받았네요.

시인의 감성을 평생 동안 벼리신 분이라 그런지 더 해맑고, 더 순수하게 감상하시는 걸 보니 의심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게다가 연륜이 전해주는 지혜로운 말들은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감정들까지도 전해줍니다.

 

 

 

"너무 빠른 건 조금 위험해/ 너무 느린 건 조금 지루해/ 너무 빠르지도 않게/ 또는 느리지도 않게/ 우리의 속도에 맞춰 가보자고/ 이건 꽤나 긴 즐거운 롤러코스터." 이 소년은 매우 지혜로워.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인생을 즐길 줄 알아. 인생을 '즐거운 롤러코스터'로 보았네.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또 그러기를 반복하는 게임으로 말야. 그래,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 않기. 이것도 하나의 삶의 방법이고 지혜 그것인지 몰라.

 

 

제가 좋아하는 노래 <<잠시>>에 대한 저의 느낌은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시인의 감성은 그것을 인생으로 확대했네요.

그리 확대해 보니 노래가 더 새롭게 들립니다.

 

 

노래도 매번 듣는 노래만 듣는다면 새로운 노래를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그건 새로운 노래에 담긴 새로운 메시지를 듣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산다는 건 공존의 이유를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BTS를 통해 나태주 시인을 통해 분열되어 있는 모든 세대가 한데 어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소통의 가교로 방탄의 노래가 널리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그들은 이제 더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좋을거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되어서가 아니랴.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지. 그것을 나는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정말로의 행복이라고 믿어.



 

*출판사 지원도서이나 온전히 내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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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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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의 현실에 노년의 지혜가 덧붙여진 글은 읽은 이들에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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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별자리 여행
지호진 지음, 이혁 그림, 이대암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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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옛날 사람들은 북두칠성을 여러 모양으로 생각했단다.

이집트 사람들은 소와 함께 누워 있는 사람을 상상했고,

중국에서는 황제의 마차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점성술이 발달한 아라비아에서는 관을 메고 가는 여자들로 보았단다.

로마 시대에는 시력 검사표로도 사용했단다.

 

 

다른 별자리는 몰라도 북두칠성은 알아볼 수 있고, 별을 볼 때마다 찾아보았던 적이 있는 나로서는 북두칠성을 나라마다 다르게 인식했다는 사실이 새로운 지식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북두칠성을 국자 모양이라고 배웠는데 소와 함께 누워있는 사람, 황제의 마차, 관을 메고 가는 여자로 인식했다니

별을 보는 방법마저도 이렇게 다른데 세상을 보는 방법은 얼마나 다를까?

 

노을을 보다 별할아버지네 집에 놀러 간 아이들은 쏟아질 듯한 밤하늘 별을 보며 할아버지에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별자리 이름에 얽힌 신화와 별자리 이름과 별자리를 찾는 방법과 별의 등급 등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밤하늘 별처럼 수놓아집니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메멘토 같은 제 기억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별할아버지가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더 친근감이 있고 그냥 이야기 듣는 느낌이라서 상식을 주입한다는 기분이 안 느껴집니다.

다만.

나에게도 별자리를 이야기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 조금 부러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각 계절별로 설명해 주는 분들이 달라집니다.

봄과 가을은 별할아버지, 여름은 삼촌, 겨울은 천문대에서 별지기 선생님에게 별자리에 관한 강의를 듣죠.

동서양을 아우르는 별자리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로부터 견우직녀와 달토끼까지 이어집니다.

 

오래전 막차로 도착한 시골길에서 쏟아져 내릴 것처럼 낮게 드리운 밤하늘 별들을 보았을 때의 그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그처럼 많은 별을 본 적이 없네요.

어른 손에 이끌려 논둑길을 걸으며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까 봐 겁을 먹었으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정신줄을 놓을 뻔했었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길을 어른들은 어떻게 보고 걷는지도 무척 궁금해했었던 9살 겨울방학의 어느 날이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별자리들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도시의 하늘에서는 만날 수 없습니다...

천문대에 가면 볼 수 있을까요?

 

별자리 책을 보면서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느껴지네요..

이 책을 펼쳐놓고 밤하늘을 보며 별들을 찾아보면서 읽는다면 훨씬 더 즐거울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아는 별자리 이름과 그 유래를 만나면 잊었던 옛 기억을 만난 듯이 새록새록 합니다.

 

팬데믹 시국에 갇혀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잠시라도 별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습니다.

언젠가는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이 책에 담긴 모든 별자리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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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에리카 산체스 지음, 허진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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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서 죽은 언니에 대해 온갖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화내는 것이 더 쉽다. 화내기를 멈추면 내가 조각조각 부서져서 한 뭉텅이의 뜨뜻한 살 무더기가 될까 봐 무섭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듯 토사물 같은 말을 사방으로 내뱉는 훌리아는 언니 올가의 죽음 앞에서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과 함께 강항 압박을 느낀다.

어느 날 언니방에서 야한 속옷과 호텔 룸 키를 발견한 훌리아는 언니에게 비밀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다정하고, 얌전하고, 엄마와 아빠에게 좋은 딸이었던 올가의 이중생활은 혼자 남겨진 훌리아에겐 배신과도 같았다.

한창 사춘기를 겪는 중인 훌리아에게 올가의 죽음은 하나의 세계가 꺼진 것과도 같다.

 

"자기를 너무 미워하면 안 돼.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여도 누구나 엉망진창이야."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미국 땅을 밟은 부모님.

그들은 국경을 건너자마다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긴 채로 버려졌다.

거의 죽기 직전에 구출되어 미국에 정착했지만 그들은 불법 체류자 신세였다.

항상 그들에게 든든한 딸이었던 올가와는 다르게 훌리아는 사사건건 반항하고, 자기 생각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딸이었다.

 

부모님과 훌리아 사이의 안전지대였던 올가가 사고로 죽으면서 이 가족은 완충지대가 사라졌다.

친구 같은 딸을 잃은 엄마는 하나뿐인 훌리아마저 잃을까 걱정하지만 그 관심이 훌리아에겐 견딜 수 없는 족쇄와 같다.

훌리아는 엄마처럼도 언니처럼도 살고 싶지 않다. 빨리 독립해서 자기만의 삶을 살고 싶은 소녀다.

하지만 그녀의 세계는 비밀로 가득 차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가난한 이민자 가정으로만 생각했었던 훌리아의 가족은 각자 비밀을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올가가 아니고, 올가처럼 되지도 않을 거예요. 난 엄마를 사랑하지만 다르게 살고 싶어요. 집을 지키기는 싫어요. 결혼이 하고 싶은지, 아이를 갖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 가고 싶고 세상을 보고 싶어요. 난 너무 많은 것을 원해서 가끔은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폭발할 것 같아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아이에게 멕시코식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걸까?

이것은 모든 이민 가정이 겪는 문제이다.

부모는 자신들이 어떤 고통을 감수하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자식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미국에 살면서도 그들의 마음은 고향에 있고, 그러면서도 고향으로 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버티고 서 있다.

불법체류자일망정 그들의 고향보다는 미국이 자신들과 자식들에게 더 안전하고 더 많은 것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것은 말로 들어서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에서 올가가 과연 부모님의 비밀이자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아이처럼 보이게 살았을까? 자신을 위한 또 다른 비밀을 만들면서?

모든 것을 알아버린 훌리아는 언제까지 비밀을 지키면서 살게 될까?

어쩜 적절한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와 훌리아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고 이해할 시간이 반드시 있을 거라 믿는다.

아마는 훌리아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고, 훌리아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음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가족관계.

이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쩌면 의외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방법을 안다면.

소통과 이해 그리고 배려와 존중이 함께 한다면 두 가지 문화가 접목된 시너지를 누릴 수도 있다.

 

아마에게 훌리아는 완고한 아이다.

하지만 외할머니에게 아마도 완고한 아이였다.

같은 성질은 부딪히게 마련이다.

아마가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으로 떠났듯이 훌리아도 아마의 걱정을 무릅쓰고 뉴욕으로 떠난다.

두 사람의 여정은 다른 듯 같다.

 

세대 차이, 이민자 가정, 인종차별, 성소수자, 불륜, 강간, 낙태, 불법체류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생활과 대화 속에서 오고 간다.

그래서 잘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 문제들이 쓱~ 담겨있다.

철없는 사춘기 소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훌리아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누군가가 지정해 준 삶이 아닌 스스로 결정하는 삶.

그래서 훌리아를 응원하고 싶다.

더불어 아파(아빠)가 다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고, 아마(엄마)가 좀 더 자신의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을 가열차게 응원해 주고 싶다.

다들 열심히 그리고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에서 미스터리한 장르소설로 전환되었다가 훈훈한 가족소설로 마무리된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이민자 가족이 겪는 가치관의 충돌과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춘기 소녀의 갈망과 어두운 과거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자의 걱정이 비밀처럼 스며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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