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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길이야. 하지만 너만 같이 가준다면 이 길을 성공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한다. 좀 도와다오. 같이 가자. 낯선 길에서 우리 낯설지 않은 구름과 바람으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와 어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 나태주 시인의 산문이 만난 책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이 책은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읽고 나태주 시인이 그 감상을 적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탄의 노래 가사는 시적이면서도 듣는 이들에게 현실과 용기와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가사로 유명합니다.
저는 사실 방탄의 노래 가사 때문에 이 책이 탐이 났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세대 간의 갈등이 더해지고 있는 요즘 방탄의 노래 가사가 들려주는 젊음의 절규를 기성세대의 부모 세대인 나태주 시인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저로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출판사도 시인도 요즘 유행하는 방탄에 편승하기가 아닌가 의심도 했고요.
반신반의하는 감정으로 책을 읽어갔습니다.
나는 마음이 어둡고 우울할수록 더욱 밝고 환한 세상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 그것이 우리가 끝내 살아남는 길이야.
나태주 시인은 '예원' 이라는 이에게 방탄의 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청합니다.
이분이 손녀인지 아는 지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탄의 가사에 영어가 많으니 도와달라고 청하는 말을 읽는 순간 나태주 시인의 마음가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무조건 읽고 비판하거나 무조건 칭찬만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온전히 닿는 부분입니다.
현명할 필요가 있어. 마음의 눈을 뜰 필요가 있어. 현명이란 지혜와 통하는 것. 지혜는 지식과는 무늬가 달라. 지식은 그냥 무엇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하지만 지혜는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헤아려 아는 것을 말하지. 미래의 일, 마음의 일, 미해결의 일을 아는 힘을 말하지.
방탄의 노래 가사마다 시인의 감상이 따릅니다.
아이들을 가르쳤던 분이라 그런지 눈높이를 맞추어 전해지는 감정들이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방탄의 현실에 노년의 지혜가 덧붙여진 글은 읽은 이들에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듭니다.
BTS, 그들의 노래는 한마디로 말해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라 할 수 있어.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기상천외해. 매우 새롭다는 얘기지. 하지만 내용만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친근함을 느끼게 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이게 또 그들이 부루는 노래의 특징이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
방탄의 노래는 오래된 술을 새 부대에 담은 느낌이다.
방탄의 모든 노래는 팬들에게 보내는 팬레터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팬이자 서로의 아이돌입니다.
시인은 방탄과 아미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선순환이 방탄의 존재감과 인기를 더욱 끌어올린다고 생각하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가끔은 난해한 가사를 해석한 방식이나 내가 느낀 감정과 다른 느낌을 마주할 때가 있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또 좋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감상은 그 자체가 열린 마음이라서 제가 더 닫힌 느낌을 받았네요.
시인의 감성을 평생 동안 벼리신 분이라 그런지 더 해맑고, 더 순수하게 감상하시는 걸 보니 의심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게다가 연륜이 전해주는 지혜로운 말들은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감정들까지도 전해줍니다.
"너무 빠른 건 조금 위험해/ 너무 느린 건 조금 지루해/ 너무 빠르지도 않게/ 또는 느리지도 않게/ 우리의 속도에 맞춰 가보자고/ 이건 꽤나 긴 즐거운 롤러코스터." 이 소년은 매우 지혜로워.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인생을 즐길 줄 알아. 인생을 '즐거운 롤러코스터'로 보았네.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또 그러기를 반복하는 게임으로 말야. 그래,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 않기. 이것도 하나의 삶의 방법이고 지혜 그것인지 몰라.
제가 좋아하는 노래 <<잠시>>에 대한 저의 느낌은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시인의 감성은 그것을 인생으로 확대했네요.
그리 확대해 보니 노래가 더 새롭게 들립니다.
노래도 매번 듣는 노래만 듣는다면 새로운 노래를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그건 새로운 노래에 담긴 새로운 메시지를 듣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산다는 건 공존의 이유를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BTS를 통해 나태주 시인을 통해 분열되어 있는 모든 세대가 한데 어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소통의 가교로 방탄의 노래가 널리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그들은 이제 더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좋을거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되어서가 아니랴.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지. 그것을 나는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정말로의 행복이라고 믿어.
*출판사 지원도서이나 온전히 내맘대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