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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ㅣ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평점 :

불쌍한 영혼의 유골이 인양됐고, 호수 속에서 모든 이들에게 잊힐 만큼 오랫동안 잠겨있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곳이다.'
테스 게리첸의 새로운 시리즈 '마티니 클럽'의 두 번째 이야기는 <여름 손님들>
메인주 호숫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납치극과 오래된 비밀이 낚싯줄에 꿰인 물고기처럼 줄줄이 걷어지는 과정이 아주 쫄깃하게 그려졌다.
CIA 은퇴자들의 모임 '마티니 클럽' 북클럽을 모방하지만 그들이 읽는 건 책이 아닌 세상의 일이다.
근처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금상첨화!
고요하고 유유자적한 별장 지대에 여름 손님들이 도착한다.
한여름 한때 잠시 들려서 도시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손님들.
그 별장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별장의 소유자 코노버 가족의 대장 추모식을 지내려 가족들이 찾아온다.
그들의 새로운 가족이 된 수잔는 딸 조이와 남편 에단과 시어머니와 함께 도착한다.
웅장한 별장과 호수를 가운데 둔 건너편은 이 지역 토박이의 집이다.
다 허물어져 가는 그곳엔 휠체어를 사용하는 누이를 돌보는 루벤이 산다.
그의 증오 어린 시선은 코노버 가족의 별장을 향해있다.
그와 코노버 가족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우리는 이미 이 일에 연루된 것 같아요. 좋은 싫든 말이죠."
수영을 좋아하고 잘하는 수잔의 딸 조이가 행방이 묘연해지고, 소설 한 권을 쓰고 후속작을 내지 못하는 남편 에단은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소설에 몰두한다.
그 소설의 내용이 조이의 사건과 비슷한 느낌인 걸 안 수잔은 경악하고,
매기의 옆집 남자로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를 도와준 루터가 조이의 납치범으로 지목받는다.
'마티니 클럽' 회원들은 루터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잔잔한 호수에서는 조이의 시신 대신 오래된 뼈가 발견되고, 사건은 마티니 클럽 회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게 흐른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에서 과거의 비밀들이 스며나온다.
오랜 시간 잠겨 있던 비밀, 그런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조차 사라져 버린 시간대에 스멀스멀 자신을 알리는 비밀의 시간...
호수 바닥에 잠겨 몇십 년을 얼었다 녹았다 했던 시신의 억울함이었을까?
알 수 없는 약물로 인해 갑자기 정신착란을 일으켜 괴물을 보게 된 남자의 한이었을까?
<여름 손님들>은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은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호수 별장에 온 한 소녀의 실종사건으로부터 이 호수가 품고 있던 오래된 비밀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 나온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서장 대리인 조는 마티니 클럽 사람들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지만 그들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신보다 빠른 정보를 가지고, 자신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이 노익장들에게 점점 빠져든다.
이제 조는 마티니 클럽에 발을 들였다. 이 평화롭고 작은 마을에 이 대단한 노인네들이 있으니 이곳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도 그 어떤 대도시 경찰보다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스 게리첸이 순한 맛으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순한 척 더 매콤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냉전시대에 소련을 핑계 삼아 자행되었던 어둠의 일들이 한 소녀의 실종으로 인해 수면으로 드러나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사람들의 원혼까지 어루만져 주게 된다.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들은 대대손손 잘 살아남고
영혼을 팔 수 없었던 사람들은 죽음으로 묻혔던 끔찍한 비밀들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게 느껴져서 오싹했다.
노익장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든든했고
잘난 척하며 사건을 대충 생각하고 덤비는 재수탱이 알폰드 형사를 다음번엔 조가 코를 납작하게 해줬으면 좋겠고
루벤에겐 이젠 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루벤과 조에게서 로맨스를 기대하는 건 오버일까?
항상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가증스럽게 슬픔을 위로했던 그 선량한 얼굴에 토할 거 같았고,
유골을 자동차 트렁크에 던져버렸던 시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편은 또 어떤 이야기로 마티니 클럽을 부려(?) 먹을까?
즐거운 읽기를 선사해 주는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행복하다.
마티니 클럽 드라마도 얼른 보고 싶다.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되었을지 감도 안 오지만 다음 편을 기다리는 동안 드라마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