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였다가 책방지기였다가 웹 소설을 쓰는 지영.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 독서 공동체 <그믐>을 만든 새섬.
바쁜 직장 생활로 몸이 아프자 친환경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고 <살림하우스>를 만든 미경.
사무직, 방문 교사를 거쳐 업사이클링 아티스트가 된 승희.
교사에서 시인, 화가, 출판사 대표가 된 소담.
식품 회사를 다니다 수제 맥주회사 대표가 된 나래.
학원 강사에서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가 된 민주.
편의점 알바를 하다 그 이야기를 써서 작가가 된 봉부아.
대기업, 해외 취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청년 창업자 혜승.
교사에서 사진작가가 된 선희.
드라마 보조 작가였다가 동네 서점 대표가 된 애리.
인터뷰 맨 앞장에 그녀들의 얼굴이 그려진 페이지가 있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라서 이분들의 이야기가 마치 단편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이분들의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다.
자신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길을 찾아낸 그녀들의 이야기엔 <어떤, 울림>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엔 어떤 분노도, 울분도, 좌절도 없었다.
그저 오롯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낸 그들이 있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서 그들은 답을 찾아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또 다른 길을 갔다.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그녀들을 통해 배운다.
'중년, 경력 단절, 여성'이 다음 일을 찾거나 고민할 때 사회에서는 몇 가지 선택지만 제시한다. 자연히 위축된다. 나도 모르게 그 선택지 중 하나에 나를 끼워 맞추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얄팍하지도, 납작하지도 않다. 각자가 걸어온 긴 여정은, 이력서 속 짧은 몇 줄로 모두 요약될 수 없다. 내가 걸어온 길에서 뿌린 작은 씨앗들은 어쩌면 '진실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다시 움틀 수도 있다. 그러니 다음 일을 찾는 과정에서 내 안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길. 언제든지 다음 일을 통해 '이름을 붙일 수 없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어떤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음을 잊지 않길.
시와 인생은 닮았으니까.
이 책의 리뷰를 열심히 쓰고 저장을 눌렀는데 뭘 잘 못하는 바람이 다 날아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분노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글을 쓸 수 없어서 답답했는데 모처럼 막힘없이 쓴 리뷰가 몽땅 날아가 버렸으니 엄청 열을 받았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나중에 다시 쓰자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나의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어쩜 더위에 무기력해진 마음이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날아가 버린 글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하루 더 이 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보통의 인터뷰들과는 약간 결이 다른 이 이야기들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지금 길을 잃고 헤매고 있거나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아가 버린 글 마지막에 쓴 문장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한 줄은 기억난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녀들에게 주는 <어떤, 응원>이다.
앞에 두 줄이 사라졌지만 저 한 문장만은 하루가 지났는데도 잊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받은 만큼 그녀들에게도 나의 응원을 보내고 싶었나 보다...